나발니 2주기 맞춰 정체 공개…"침묵은 정권의 승리"
![[밀라노=AP/뉴시스] 6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산시로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2026.02.06](https://img1.newsis.com/2026/02/17/NISI20260217_0001026087_web.jpg?rnd=20260217135532)
[밀라노=AP/뉴시스] 6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산시로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2026.02.06
[서울=뉴시스]문준호 인턴 기자 =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우크라이나 선수단의 명판을 들고 입장했던 자원봉사자가 러시아 출신 여성이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18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개막식 당시 우크라이나 팀의 맨 앞에서 국기 명판을 들었던 주인공은 밀라노에서 14년째 거주 중인 러시아 출신 건축가 아나스타샤 쿠체로바였다.
당시 그는 다른 기수들과 마찬가지로 은색 후드 코트와 짙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채 5명의 우크라이나 선수단을 이끌고 산시로 스타디움에 입장했다. 당초 기수들의 국가 배정은 무작위였으나, 쿠체로바는 안무가에게 직접 우크라이나 팀을 맡고 싶다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체로바는 AP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인들 옆을 걸을 때 그들이 러시아인을 미워하는 것이 얼마나 당연한 일인지 깨달았다"면서도 "하지만 모든 러시아인이 전쟁에 대해 똑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아주 작은 행동으로라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정체를 몰랐던 우크라이나 선수들은 쿠체로바가 러시아인임을 곧바로 알아채고 러시아어로 말을 건네기도 했다. 쿠체로바는 이를 두고 "전쟁만 없었다면 분명히 이어졌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깊은 유대감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특히 이날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었던 쇼트트랙 선수 옐리자베타 시도르코를 비롯한 일부 선수의 가족은 전쟁에 참전 중인 상태였다. 쿠체로바는 경기장 입장 직전 선수들에게 "경기장을 가득 메운 모두가 여러분에게 기립박수를 보낼 것"이라고 응원했고, 실제 환호가 터져 나오자 자신도 선글라스 뒤에서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고 고백했다.
러시아 반체제 인사인 알렉세이 나발니의 사망 2주기에 맞춰 이 사실을 공개한 쿠체로바는 "자유로운 민주주의 국가에 살며 권리를 누리는 내가 보복을 두려워한다면, 그것은 결국 정권이 승리했다는 의미"라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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