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빗썸에 '코인 분리보관 위반' 검토…매도자엔 부정거래 혐의

기사등록 2026/02/11 07:00:00

금융당국, 빗썸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에 제재수위 검토

고객 코인을 회사 지갑에 보관…대규모 오지급 위험성↑

이용자보호법상 기관·임직원 제재와 과태료 받을 듯

오지급된 코인을 고의로 매도한 이용자에겐 '부정거래' 적용 가능

부정거래 입증될 경우 이익 2배에 달하는 과징금 처분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이벤트를 통해 당첨자들에게 현금 2000원~5만원을 지급하려 했으나 시스템 오류로 단위가 '원'이 아닌 'BTC'가 입력돼 1인당 2000억원이 넘는 총액 약 64조 원의 수량이 오지급 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빗썸 측은 전체 오지급 물량의 99.7%에 달하는 61만 8212개 BTC를 회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7일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삼성점 모습. 2026.02.07.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이벤트를 통해 당첨자들에게 현금 2000원~5만원을 지급하려 했으나 시스템 오류로 단위가 '원'이 아닌 'BTC'가 입력돼 1인당 2000억원이 넘는 총액 약 64조 원의 수량이 오지급 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빗썸 측은 전체 오지급 물량의 99.7%에 달하는 61만 8212개 BTC를 회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7일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삼성점 모습. 2026.02.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최홍 기자 = 금융당국이 빗썸의 대규모 오지급 사태와 관련해 제재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 내부통제 책임을 묻는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법)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으나,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을 중심으로 제재 수단을 최대한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보관 부실로 오지급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시장에서 부정거래가 일어났다는 것이 금융당국 제재 근거의 핵심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2단계법이 없는데 빗썸에 내부통제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해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으로도 법에 저촉되는 부분이 있는지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상 금융회사들은 금융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회사 전반의 내부통제 책임을 묻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적용 받는다. 법에는 경영진이 금융사고 방지를 위해 전사적인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할 경우 회사, 경영진, 임직원에게 제재를 부과한다는 점도 명시됐다.

가상자산사업자는 금융사로 분류되지 않으므로 금융사 지배구조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금융사고가 나더라도 내부통제 책임을 물을 방법이 마땅히 없는 셈이다. 현재 정부와 국회는 가상자산사업자의 내부통제 의무가 담긴 2단계 법을 마련 중이지만, 입법 시기가 지연되면서 잇따른 사고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되고 있다.

이 원장이 이용자보호법을 중심으로 빗썸 사태를 점검하겠다는 취지도 이같은 법적 한계를 고려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용자보호법은 주로 이용자의 자산 보호, 불공정거래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금융당국은 빗썸 사태를 거래 및 장부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로 본다. 수십조원에 달하는 62만개의 비트코인이 빗썸 이용자에게 잘못 지급되고 실재하지 않는 자산이 실제 거래까지 이뤄졌다는 점에서다.

특히 빗썸이 이용자보호법상 분리 보관 의무를 제대로 지켰는지를 중점적으로 따져보고 있다. 이용자보호법 제7조에 따르면 사업자는 자사의 가상자산과 이용자 가상자산을 분리해 보관해야 한다. 또 이용자로부터 위탁받은 가상자산과 동일한 종류와 수량의 가상자산을 실질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5일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에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세가 나오고 있다. 2026.02.05.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5일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에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세가 나오고 있다. 2026.02.05. [email protected]

하지만 빗썸은 이용자가 입금한 가상자산을 회사 자체 지갑에 보관한 뒤 매매가 이뤄질 때마다 블록체인에 직접 기록하지 않고 장부에만 기록하는 '장부 거래' 시스템을 운영해 왔다. 사실상 회사와 이용자의 가상자산을 분리 보관하지 않은 것인데, 이는 오지급 위험성을 더 높이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나아가 오지급이 시세 급락과 '유령코인' 매도로 이어졌다는 점도 제재 수위를 더 높이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

분리 보관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가상자산 거래소는 이용자보호법 15조에 따라 경고·주의·영업정지 등의 기관제재를 받게 된다. 임원은 6개월 내 직무정지, 직원은 면직·정직 등 인적제재를 받는다. 또 1억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도 가능하다. 다만 경영진 제재는 법에 내부통제 조항이 없는 만큼 해당되지 않는다.

잘못 지급된 비트코인인 줄 알면서도 이를 매도해 차익을 얻은 자는 이용자보호법상 불공정거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실제 이용자보호법 제10조 4항에는 '부정한 수단'으로 이뤄진 가상자산 거래를 불공정거래행위로 보고 있다. 즉, 오지급된 비트코인을 고의로 대량 매도함으로써 시세 하락을 유발하고 투자자에게 피해를 준 이번 사례도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정할 수 있는 셈이다.

불공정거래행위를 한 이용자는 이용자보호법 제20조에 따라 취득한 재산이 몰수된다. 또 시행령에 따라 이익에 2배에 상당하는 과징금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40억원 이하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한편, 빗썸으로서는 부당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민사소송을 걸 수 있다. 매도된 비트코인은 민법상 부당이득으로 볼 수 있고 이에 따라 원물 반환 의무가 생기기 때문이다. 현재 빗썸의 오지급된 비트코인 중 미회수된 규모는 130억원에 달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빗썸에 대해 이용자보호법상 코인 분리보관 의무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잘못 지급된 비트코인을 고의로 매도한 자에 대해선 부정거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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