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권한, 주민 의견까지 과제 '산적'…성공하려면[행정통합 바람③]

기사등록 2026/02/02 06:00:00

최종수정 2026/02/02 06:56:24

행정통합 논의 속도 내지만, 현실화 '미지수'

최대 20조 지원 어떻게?…권한 이양도 '글쎄'

지역소외 등 이해관계…주민의견 반영 안돼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사회적 합의 필요"

[서산=뉴시스] 고승민 기자 =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회원들이 지난달 14일 충남 서산축산물종합센터 입구에서 '숙의없는 졸속 대전, 충남 행정통합 중단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01.14. kkssmm99@newsis.com
[서산=뉴시스] 고승민 기자 =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회원들이 지난달 14일 충남 서산축산물종합센터 입구에서 '숙의없는 졸속 대전, 충남 행정통합 중단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01.14. [email protected]
[서울·세종=뉴시스] 강지은 성소의 기자 = 대전·충남, 광주·전남 등을 중심으로 수도권 일극 체제와 지방소멸 극복을 위한 지방자치단체 간 행정통합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지만, 통합이 실제로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약속한 재정 지원의 구체적인 방식부터 권한 이양 문제, 지역 간 이해관계 및 갈등까지 해결해야 할 쟁점과 과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6·3 지방선거 과정과 결과도 변수다.

전문가들은 어렵게 '물 들어온' 행정통합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속도전에 치중하기보다 충분한 주민 의견 수렴 등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의 사회적 합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 파격 재정 약속했지만 '어떻게?'…권한 이양도 '글쎄'

이번 행정통합 논의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재정 분권'과 '권한 이양'이다.

정부는 지자체들의 통합을 실질적으로 이끌기 위해 통합특별시에 연간 최대 5조원, 4년간 최대 20조원 수준의 파격적인 재정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태다. 서울시에 준하는 지위도 부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방법론'은 빠져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형빈 동아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약속은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디서 어떻게 재정을 마련하고 지원할 것인지 뚜렷한 그림은 나와 있지 않다"며 "통합을 하는 주된 이유가 결국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갖추자는 건데, 재정과 권한이 그대로면 통합을 해도 실질적인 힘이 생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앙정부가 그간 쥐고 있던 자신들의 막대한 권한을 지방정부에 적극적으로 이양할지도 의문이다. 현재 지방에 대한 재정권은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 조직권은 행정안전부가 갖고 있다. 공공기관 이전, 산업 활성화 등도 여러 부처의 권한과 얽혀 있다. 쉽지 않은 문제라는 얘기다.

 이재명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분권의 핵심은 결국 재정과 권한"이라면서도 "지방에 권한을 많이 넘겨줘야 하는데, (중앙에서) 잘 안 넘겨주고 싶어 한다. 저도 대통령이 되니까 '아, 이거 줘도 되나' 생각이 드는 분야가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다만 현재 7.5대 2.5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장기적으로 6.5대 3.5 수준으로 개선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통합 인센티브 발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01.16.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통합 인센티브 발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01.16. [email protected]

지역소외 등 이해관계 민감…주민 의견 충분히 반영 안돼

행정통합 추진을 둘러싼 지자체 간 이해관계도 민감한 과제다. 박재욱 신라대 행정학과 교수는 "낙후된 지역일수록 대도시로 흡수되는데, 이러한 '빨대 효과'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2010년 기초자치단체 통합 사례인 마산·창원·진해 통합(창원시)은 상대적으로 소외된 마산 주민들에게 '마산이 사라진' 아픈 기억으로 평가된다.

관심이 쏠린 통합특별시 명칭의 경우 어느 정도 정리됐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충남·대전 및 광주·전남 통합 명칭은 각각 '충남대전통합특별시' '전남광주통합특별시'다. 그러나 약칭은 '대전특별시' '광주특별시'로 하기로 하면서 혼선과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주 청사 위치도 아직 완전히 결론 나지 않은 상태다.

특히 행정통합은 주민 삶과 직결된 중대한 사안이지만, 정작 주민의 의견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너도나도 속도전으로 치닫는 모습에 우려의 목소리 또한 크다. 통합을 추진 중인 각 지자체의 시민단체들은 "행정통합이 경쟁과 속도에만 매몰돼 추진 과정에서 시민은 철저히 배제돼 있다"며 숙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정부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통합에 어느 때보다 속도를 내는 것은 어렵게 확보한 동력을 자칫 잃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번이 기회 같다. (지방선거에서) 시·도지사들이 다 뽑히면 통합하려 그러겠나. 그러면 동력이 붙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주민투표 등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은 행정통합은 또다시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김 교수는 "위에서 아래로 밀어붙이는 하향식은 과거 좌초된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고 했다. 박 교수도 "주민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야 통합 과정에서 그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뉴시스] 이현행 기자 = 지난달 26일 오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 시민마루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 시민사회단체와의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2026.01.26. lhh@newsis.com
[광주=뉴시스] 이현행 기자 = 지난달 26일 오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 시민마루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 시민사회단체와의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2026.01.26. [email protected]

6·3 지방선거 변수…"통합 조건 갖춰, 일방적 추진 안돼"

이번 행정통합 논의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행되는 만큼 선거 과정이나 결과도 중요한 변수로 지목된다. 지역 간 갈등이 고조되거나 정치적 셈법이 영향을 미칠 경우 과거 사례처럼 통합이 무산될 수 있다. 주민투표를 거쳐 2028년 총선 전까지 행정통합을 추진하기로 한 부산·경남의 경우 선거 결과에 따라 입장이 바뀔 수도 있다.

이처럼 행정통합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그 당위성과 시기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하는 모습이다.

박 교수는 "그동안은 대통령과 국회, 시·도지사 간 엇박자로 인해 환경이 안 됐는데 지금은 통합의 조건이 좋게 갖춰져 있다"고 했다. 하 교수도 "지금까지 30년간 유지돼 온 중앙 집권의 강한 틀에 균열이 생긴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지방 분권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행정통합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의 사회적 합의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박 교수는 "이런 문제는 기계적으로 정할 수 없고 서로 협의하고 합의해야 한다. 주체도 중앙이냐 지방이냐, 관(官)이나 민(民)이냐로 나눌 게 아니라 둘 다 협력해야 한다. 어느 한 쪽이 주도하면 안 되고, 일방적으로 가면 안 된다"며 "결국 '거버넌스형 행정통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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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권한, 주민 의견까지 과제 '산적'…성공하려면[행정통합 바람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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