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만나다…'경기관광공사 추천' 책방·문학관 6곳

기사등록 2025/12/21 08:19:06

살구나무책방, 기형도문학관 등

살구나무책방(사진=경기관광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살구나무책방(사진=경기관광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경기관광공사가 21일 겨울방학을 맞아 책을 통한 감동을 얻을 수 있는 도내 책방과 문학관 6곳을 소개한다.

문인의 흔적이 깃든 문학관, 조용히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책방 등 경기도에는 문학의 순간들이 태어나고 누군가에게 전해지는 공간이 곳곳에 남아 있다. 겨울날, 문학의 세계로 책 한 권을 들고 길을 나서 보면 어떨까.

책을 품고 하룻밤 '안성 살구나무책방'

안성 살구나무책방은 분주한 도심이 아니라 시간의 속도가 한 박자쯤 늦춰진 한적한 시골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허물어지기 직전의 폐가가 서점으로 재탄생한 건 4년 전이다.

옛 모습을 고스란히 살린 삐뚤빼뚤한 서까래는 책방 최고의 장식품으로 일부러 손대지 않았다. 덕분에 책방에는 새것으로는 흉내 낼 수 없는 따뜻한 시간이 흐른다.

책방 이름은 실제 책방 왼쪽에서 자라고 있는 살구나무에서 가져왔다. 봄이면 꽃이 피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풍경도 달라진다. 책을 읽다 고개를 들면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이곳이 '이야기의 공간'임을 알려준다.

살구나무책방은 중고책만 판매하는데, 중고책이란 말 대신 '지난책'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책방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북스테이'다. 책방 안쪽의 작은 방에서 하룻밤 머물 수 있다. 살구나무책방 방문은 예약제로만 가능하다.

천재 시인의 발자취 '광명 기형도문학관'

기형도문학관(사진=경기관광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기형도문학관(사진=경기관광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기형도 시인이 태어난 곳은 옹진군 연평도지만 만 4세가 되던 해에 당시 시흥군으로 이사했다. 지금의 광명시 소하동이다. 그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그의 문학관이 광명시에 자리한 이유다.

기형도 시인의 시는 암울하고 절망스럽지만 이상하게 그의 시를 읽고 나면 마음 한켠이 위로받는다. 슬픔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하며 그 안에서 다시 숨 쉴 수 있는 치유의 힘을 건넨다.

문학관에 들어서 가장 먼저 만나는 공간은 시인의 삶을 더듬어 볼 수 있는 전시실이다. 친필로 직접 작성한 독서 목록에는 체홉, 사르트르, 니체같은 해외 작가부터 김춘수, 박목월, 이청준 등의 국내 문인들의 이름이 보인다.

다른 한편에는 직접 사용하던 파이롯트 만년필과 소형 라디오도 손때 묻은 그대로 놓여있다. 또다른 전시공간에는 학창 시절 그가 받았던 상장과 성적표가 전시돼 있다.

문학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잿빛 양복 한 벌로, 시인의 어머니가 고이 간직하고 있던 아들의 유품이다. 문학관을 나서면 뒤편으로 기형도 문화공원이 이어진다. 숲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시인의 시 구절을 떠올리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이다.

근대 낭만주의 시인의 흔적 '화성 노작 홍사용문학관'

홍사용문학관(사진=경기관광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홍사용문학관(사진=경기관광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노작 홍사용은 암울한 일제강점기 한복판에서 활동한 근대 낭만주의 시인이다. 1900년 용인에서 태어나 무관학교 1기생으로 합격한 부친을 따라 생후 100일 만에 서울로 상경했다. 이후 아홉 살 무렵 부친의 군대가 해산한 뒤 백부의 양자로 들어가면서 화성으로 내려왔다.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홍사용은 열일곱 살 때 휘문의숙에 입학하며 문학에 몰두하기 시작한다. 이후 3·1운동 때 학생운동에 참여하다 붙잡히기도 했고 주거 제한조치를 받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내내 활발한 문학 활동을 펼치고, 신극운동에도 참여해 서양극 번역과 연출도 했다. 해방을 맞은 지 불과 2년 뒤 폐환으로 세상을 떠났고 유해는 화성에 묻혔다.

노작 홍사용문학관은 그의 유해가 묻힌 반석산 아래 자리한다. 문학관 현관 중앙에 홍사용이 기획·제작한 동인지 '백조(白潮)' 창간호가 방문객을 맞는다. 뒤로는 시인의 삶과 활동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일대기가 정리돼 있다.

2층 정 중앙에는 그의 대표작 '나는 왕이로소이다' 전문이 걸려 있다. 같은 층에는 전망이 좋은 카페가 있어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시 한 편을 곱씹기 좋다. 문학관 뒤편의 묘역까지는 10분 남짓의 짧은 산책길이 조성됐다.

문학과 체험은 물론 AI까지 '수원 경기도서관'

경기도서관(사진=경기관광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경기도서관(사진=경기관광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경기도서관은 올해 10월 개관한 신생 도서관이다. 지상 5층 건물로, 나선형 구조와 창살 문양으로 설계됐다. 칸막이가 없는 동선 설계로 공간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서재 혹은 거실을 연상케 한다. 층과 층을 연결하는 길에는 '경기책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벽면이 모두 통창이고 곳곳에 작은 정원을 꾸며놓아서 마치 숲에서 책을 읽는 느낌이 든다.

도서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지하 1층과 4층이다. 지하 1층에는 AI 스튜디오가 자리하고 있는데 유료로 이용해야 하는 오픈AI 프로그램을 누구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4층은 경기도서관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으로 기후변화와 환경에 대한 서적들로 채워져 있다.

단순한 독서를 넘어 직접 손으로 참여하는 체험도 가능하다. 체험장에서는 버려지는 옷이나 책을 비롯, 바닷가 백사장에서 수집한 유리 조각 등을 이용해 다양한 소품을 만들어 볼 수 있다. 경기도서관은 책을 읽는 공간을 넘어 기후변화와 환경, 인공지능, 체험까지 한데 모여 현재와 미래를 공유하는 문화공간이다.

펄 벅과 한국의 인연 '부천 펄벅기념관'

펄벅기념관(사진=경기관광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펄벅기념관(사진=경기관광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펄 벅(Pearl S. Buck)은 1892년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선교사인 부모를 따라 중국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에게 아시아는 낯선 땅이 아니라 삶의 일부이자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었다. 대학 진학을 위해 미국으로 돌아가서도 미국 내 아시아인과 흑인의 인권에 관심이 많았다. 다시 중국에서 생활하던 1930년대에 대한민국임시정부와의 인연으로 펄 벅은 한국 독립의 정당성을 지지했다.

1960년 처음 한국을 방문했고 1964년에는 미군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들을 돕기 위해 펄벅재단을 설립해 입양을 주선했다. 이후에는 부천시에 '소사희망원'을 설립하고 입양보다는 '태어난 곳에서 자라야 한다'는 신념으로 전쟁고아를 돌봤다.

펄벅기념관은 당시 소사희망원이 있던 자리이며 기념관 건물 역시 당시의 남아 있던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전시물 가장 앞에는 펄 벅의 생애를 소개해놨다. 전시 공간에는 소사희망원에서 실제로 사용되던 모습과 펄 벅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의 흑백사진이 놓여 있다.

1931년 발표해 펄 벅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긴 '대지'에 대한 소개뿐 아니라 한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 '살아있는 갈대' 작품 소개도 살펴볼 수 있다. 기념관 앞에는 펄 벅의 흉상이 세워진 작은 공원이 조성돼 있다.

세계적 문학가들의 흉상이 가득 '양평 잔아문학박물관'

잔아박물관(사진=경기관광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잔아박물관(사진=경기관광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잔아문학박물관은 북한강 동쪽 기슭에 위치한다. 비스듬한 언덕에 자리한 박물관에 들어서면 넓은 정원이 먼저 맞이한다. 아기자기한 테라코타 조형물이 놓인 정원은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공간이다.

잔아문학박물관은 소설가 잔아 김용만 선생이 건립한 문학 전문 박물관이다. 공간은 크게 세 곳으로 나뉘는데, 세계문학관, 한국문학관, 아동문학관 등이다.

세계문학관에는 그가 세계 각국의 문학관을 여행하며 쓴 '세계문학관 기행' 내용과 다양한 자료들이 전시됐다. 카프카, 가와바타 야스나리, 카뮈 등 문학가들의 테라코타 흉상이 함께 전시돼 있어서 볼거리가 더욱 풍성하다. 박물관 내의 모든 테라코타 작품은 모두 김용만 선생의 부인인 여순희 작가의 작품이다.

한국문학관에는 김지하, 김승옥, 정호승 등 한국을 대표하는 문인들의 자료와 육필 원고가 전시되며, 아동문학관은 '어린왕자'와 '안네의 일기'를 테마로 꾸며졌다.

이곳에서는 머그컵이나 에코백을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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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만나다…'경기관광공사 추천' 책방·문학관 6곳

기사등록 2025/12/21 08:19:06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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