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수입콩에 갇힌 시장…상생 없인 미래 없어[국산콩 대전환②]

기사등록 2025/12/07 08:00:00

최종수정 2025/12/07 08:10:24

국산콩 재배 12% 확대에도 기업들 전환 소극적

토종·전통업체도 수입콩 의존…정부에 책임 떠넘겨

[괴산=뉴시스] 서주영 기자 = 24일 충북 괴산군 문광면의 한 밭에서 콩이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사진= 괴산군 제공) 2025.10.24. photo@newsis.com
[괴산=뉴시스] 서주영 기자 = 24일 충북 괴산군 문광면의 한 밭에서 콩이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사진= 괴산군 제공) 2025.10.24.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임소현 임하은 박광온 기자 = 값싼 수입산에 의존해온 국내 콩 시장이 전환의 기로에 섰다. 정부는 국산콩을 단순한 원료가 아닌 '프리미엄 식품시장의 핵심 전략품목'으로 재정의하며 자급률 제고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소비 주체인 식품기업들이 가격 차이를 이유로 국산콩 전환을 주저하는 구조가 지속되면서 시장 개편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2025년산 콩 재배면적은 8만3133㏊로 전년보다 12.3% 확대됐다. 정부의 전략작물 직불제, 논콩 중심의 타작물 전환 지원 등 생산 기반 확충 정책의 성과가 가시화된 것이다.

이 가운데 기업의 국산콩 소비 확대가 뒷받침돼야만 시장이 자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국내 식품기업들은 "국산콩 품질은 인정하지만 가격 경쟁력에서 수입산과 격차가 크다"는 이유로 국산 대체를 미루고 있다.

정부가 올해 TRQ(저율관세할당) 물량을 최소 수준으로만 공급한 것도 일부 기업들의 수입콩 추가 공급 요구 탓에 시장 불균형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수입 물량이 이미 충분함에도 가격 메리트만 보고 수입콩 선호가 반복되면서 국산콩 시장 안착은 구조적으로 지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산콩 확대는 정부 지원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구조이며 기업이 소비 전환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뉴시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4일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풀무원 기술원을 방문해 콩 가공식품 기술개발 현황을 점검하고 국산콩 소비 확대 방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농식품부 제공) 2025.08.14. 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4일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풀무원 기술원을 방문해 콩 가공식품 기술개발 현황을 점검하고 국산콩 소비 확대 방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농식품부 제공) 2025.08.14. [email protected]

이정동 경북대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는 "기업들이 수입콩 중심 전략을 고수하다보면 국산 콩이 남아돌게 되면서 그 자체로 국산콩 시장 기반이 약화될 수 있고 국내 콩 시장도 햇콩, 묵힌 국산 콩, 수입 콩이 섞여서 혼란스러워지는 문제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정동 교수는 "(정부가) 아무리 장려 정책을 해도 지금 현재 시스템으로는 소비를 더 늘리기엔 한계가 있다"며 "콩을 소비하기 위해서 새로운 개념으로 접근해 봐야 되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김종인 인천대 동북아통상학부 교수는 "현재의 체제 하에서는 (수입콩이) 매우 저렴한 가격에 들어오고 있는데 굳이 리스크를 안고 기업이 국산을 써가면서 새로운 뭔가 시장을 개척하려는 노력을 할 거냐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국산 소비를 조금씩 늘려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영제 한국국산콩생산자연합회 회장은 "국산콩 확대는 어느 한쪽만의 문제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정부, 기업, 농민이 모두 함께해야 한다. 기업이 '나만 살면 된다'는 태도를 버리고 국산 원료 사용에 조금만 마음을 열면 시장은 충분히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수입콩 부족 사태가 벌어지자, 이른바 지역 전통·토종 이미지를 내세우는 두부 업체들까지 앞장서 "국산콩은 비싸 못 쓴다"며 정부에 책임을 돌리는 모습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값싼 수입콩을 전제로 한 사업 모델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국산콩 소비 확대라는 공공적 과제는 정부와 농가에만 떠넘기는 인식이라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주부 김가윤(가명·34)씨는 "지역 이름을 걸고 판매하는 두부 제품은 당연히 국산콩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비싸도 자주 샀는데 수입콩을 많이 쓴다는 것을 알게 되고 당황스러웠다"며 "지역성과 전통성을 앞세워 브랜드 가치를 쌓아온 업체가 공개적으로 수입콩 부족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의아하게 느껴졌다"고 전했다.

국산콩을 전략작물로 키우겠다는 국가적 전환기 국면에서 지역 업체들까지 "수입콩이 없으면 버틸 수 없다"는 주장만 반복한다면 국산콩 시장 기반은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조영제 회장은 "지금은 국산콩이 남아도는 상황인데도 수입업계가 더 들여오겠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이는 시장을 왜곡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는 이미 30% 할인 공급으로 기업의 원가 절감 여지를 만들었음에도 국산을 외면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국산콩을 전략 작물로 키우겠다는 정책 목표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선, 수입·국산 가격 구조 조정, 비축·수매 정책 정교화, 품질·가공 인프라 투자와 더불어 기업이 국산을 선택할 명확한 논리를 설계하는 작업이 동시에 요구된다.

정부는 국산콩을 단순한 농산물 공급원이 아닌 고급 두부·전통장·프리미엄 음료 등 고부가식품 산업의 핵심 원료로 제시하고 있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는 생산 기반 확대와 함께 수매·비축 물량 확대 등으로 농가의 소득 안정과 수급 균형을 병행 추진 중이다.

이승재 풀무원 국산콩 구매팀 상무는 "최근에 정부에서 많이 신경을 써서 정부 지원 행사 등을 통해 국산콩 사용 비중이 올라가는 추세"라며 "국산과 수입 가격 차를 좁혀가는 정책들은 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장성=뉴시스]장성군 황룡위탁영농법인이 조성한 '국산콩 우수 생산단지' (사진=전남도 제공) 2022.08.30. photo@newsis.com
[장성=뉴시스]장성군 황룡위탁영농법인이 조성한 '국산콩 우수 생산단지' (사진=전남도 제공) 2022.08.30.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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