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원장 "총수 일가 잘못된 경영 개입 막기 위해 기업 규제 더 강화해야"[일문일답]

기사등록 2025/11/23 12:00:00

주병기 위원장, 정부세종청사 기자간담회

"경제·데이터 분석 역량 키워 감시 강화"

"금산분리 규제 개선 통해 실효성 높일 것"

"'공시=규제' 생각 말아야…범위 확대돼야"

"乙 협상력 높여 혁신적인 甲 선별할 것"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주요 정책방향과 현안을 설명하고 있다. 2025.11.23.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주요 정책방향과 현안을 설명하고 있다. 2025.11.23.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여동준 기자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대기업집단 규제가 '성공적이지 않았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그래서 없애야 하는 게 아니라 훨씬 더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정면 반박했다.

공정위 규제가 없었다면 한국이 지금과 같은 경제발전 단계에 도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오히려 공시·동일인·사익편취 규제 등의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주 위원장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많은 국가들이 기업들의 불투명한 의사결정이나 기업 가치에 반하는 사적 이해관계의 영향력을 해결하지 못해 발전에 실패했다"며 "한국은 공정거래법에 대한 국민적 지지와 경쟁당국의 감시망 덕에 그런 길을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집단 규제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은 규제가 불필요하다는 뜻이 아니라, 더 투명하고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미"라며 "기업 공시는 규제가 아니라 공적 기업의 의무이며, 동일인 제도 역시 총수 일가의 잘못된 경영 개입을 막기 위해 오히려 더 강화돼야 한다"고 했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2025.11.23.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2025.11.23. [email protected]


다음은 주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대기업집단·중견기업집단을 막론하고 일감몰아주기를 강하게 제재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제재가 충분치 않았고 앞으로 과징금과 법 집행이 더 강화된다고 이해해도 되나.

"그렇게 보셔도 된다. 일감몰아주기 규제와 관련해서는 감시 체계를 보다 시스템화하고 정기적인 점검을 적극적으로 할 것이다. 이번에 조직·인력을 확충하면서 경제분석·데이터 분석 역량이 강화되기 때문에 과거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감시와 제재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과징금의 경우 현재 우리가 가진 법률을 운영하는 방식을 손봐서 과징금이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고, 과징금 체계 전반에 대한 법 개정도 함께 검토 중이다. 대통령실 주도로 진행되는 형벌 완화 논의와 병행해, 경제적 제재로서 과징금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최근 금산분리 완화 논의 과정에서 공정거래법 규제가 '성공적이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런 비판을 어떻게 보나.

"금산분리 규제가 실효성이 없었다는 지적은 분명히 중요한 문제 제기다. 하지만 규제가 실효성이 없었다고 해서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결론으로 가는 것은 전혀 타당하지 않다. 오히려 그 지적을 계기로 제도를 더 면밀히 들여다보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개선할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를 포함한 한국의 주력 기업들이 모두 현재의 규제 체제 속에서 기술 성장을 이뤄냈다. 만약 대기업집단에 대한 공정위의 규제가 전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한번 상상해보시라. 국이 다른 후진국들과 달리 지속적으로 발전해온 배경에는 공정거래법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집단에 대한 규제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 규제를 훨씬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고, 기업활동 투명성을 위해 기업 공시도 확대돼야 한다.”

-공시제도와 동일인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재계 요구도 있다. 공시대상기업집단 기준을 완화하거나 동일인 책임을 줄이자는 주장에 대해선.

"공시를 규제라고 생각하는 시각 자체가 잘못됐다. 기업(corporate)은 개인 회사가 아니라 공적인 회사다. 사회적 책임이 큰 만큼 정보를 투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당연한 의무다. 경제가 발전하면 공시는 더 강화돼야 한다. 공시대상을 줄이자는 요구는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고, 오히려 공시 범위는 더 확대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동일인 제도도 마찬가지다. 총수 일가가 기업의 '목적 함수'와 다른 사적 목적을 가지고 회사를 운영하는 관행은 하루빨리 개선해야 할 숙제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일인 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일부에서는 동일인을 개인이 아닌 법인으로 하자는 제안도 있지만, 지금까지 규제를 통해 총수 일가의 잘못된 경영 참여와 기업가치 훼손 문제가 충분히 해결됐다면 모를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처벌과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외국에서는 한국 정부가 과거 미국 기술기업에 대해 압수수색 등 형사절차에서 과도하게 대응했다는 취지의 평가가 나온다.

"최근 해외 인사들과 만나보면, 다른 나라에서는 경제적 제재로 처리할 사안을 한국은 형벌로 처리한다는 문제 제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아직 자본주의가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던 시기에는 형벌이 책임자에게 직접 책임을 묻는 수단으로서 상당한 효과를 발휘했다. 하지만 이제는 경제 규모와 제도 수준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과도한 형벌 규정은 정리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렇다고 형벌을 모두 없애자는 뜻은 아니다. 필요한 영역에서는 형벌 규정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보공개와 소통을 확대해야 한다. 특히 외국과 관련해 공정위가 발표하는 문서를 영어로도 내고, 다른 나라 경쟁당국과 규제의 상이성을 줄이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취임 후 여러 업계와 소통해보니, '길항권력'을 가장 시급히 세워야 할 분야는 어디라고 보나.

"무엇보다 중소기업과 하도급업체, 자영업자 등 경제적 약자의 협상력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다. 기술 탈취 피해자가 강자에게 맞설 수 있도록 디스커버리 제도를 도입하는 것, 하도급법 개정을 통해 약자의 권리를 강화하고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것 등이다. 요즘은 자영업 생태계, 온라인 플랫폼, 가맹사업, 특수고용 노동시장까지 공정위의 규율 영역이 크게 확장됐다. 이 모든 영역에서 '을'의 협상력을 키우는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 그것이 갑 위치의 경제주체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런 제도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혁신적인 '갑'을 선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주요 정책방향과 현안을 설명하고 있다. 2025.11.23.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주요 정책방향과 현안을 설명하고 있다. 2025.11.2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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