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잔고 사상 최대…'빚투' 투자자 비상등
미 증시 급락에 반도체·기술주 투매
변동성 장세 지속 전망…"모멘텀 부재가 부담"

[서울=뉴시스] 배요한 기자 = 국내 증시가 급락세를 보이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신용거래융자 잔고, 이른바 ‘빚투’에 나섰던 개인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기술주 중심의 투매 여파가 국내 시장에 확산되며 반대매매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6조8358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신용잔고는 지난 7일 26조원대에 진입한 뒤 5거래일 연속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특히 종목별로는 SK하이닉스의 신용잔고가 6거래일 연속 증가해 1조2278억원까지 불어난 가운데, 주가는 9% 안팎의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후 상환하지 않은 금액으로, 개인투자자의 빚투 규모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사용된다.
전날 코스피는 엔비디아의 호실적 발표에 힘입어 장중 4000선을 돌파하며 2% 가까이 급등했지만, 오히려 빚투에 나선 투자자들은 다음날 급락장에서 손실을 떠안는 상황에 직면했다.
미국 증시는 20일(현지시간) 고용지표 발표와 연방준비제도(연준) 위원들의 매파적 발언 여파로 장중 상승세를 반납하고 급락세로 전환했다.
나스닥지수는 장 초반 2%대 강세로 출발했으나, 리사 쿡 연준 이사가 "인공지능(AI) 중심의 고평가 자산은 하락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 데 이어,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가 "선제적 금리 인하는 다소 불편하다"고 언급하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이 영향으로 나스닥지수는 2.16% 하락 마감했으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4.77% 급락하는 등 기술주 중심의 조정이 두드러졌다.
특히 마이크론(-10.9%), AMD(-7.8%), 팔란티어(-5.8%), 오클로(-14.5%), 리게티컴퓨팅(-10.5%) 등 반도체·소프트웨어 관련 종목들이 일제히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AI 대장주 엔비디아는 '깜짝 실적'에 힘입어 장 초반 5%대 강세로 출발했지만 결국 3%대 약세로 마감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매출 채권 증가 이슈 등이 AI 선순환 구조에 근본적 우려를 제기했다"며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일부 모멘텀은 유효하지만, 전방 산업의 투자 축소 우려가 제기되면서 외국인 수급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이달 들어 증시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반대매매 규모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 18일 코스피가 3.32% 급락했을 당시 반대매매 금액은 331억원에 달했으며, 100억원 이상 반대매매가 발생한 날도 8거래일에 이르고 있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AI 버블 우려와 금리 인하 불확실성에 대응할만한 뚜렷한 모멘텀이 부재한 점이 부담"이라며 "12월 FOMC 전까지 관련 노이즈가 지속되며, 매물 출회와 저가 매수 자금 유입이 교차하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부에서는 낙관론도 제기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기 유동성 부담은 점차 완화될 것으로 보이며, 증시 조정 국면에서는 변동성을 활용한 비중 확대 전략이 유효하다"며 "12월 금리 인하 기대 약화는 이미 일정 부분 시장에 선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조언했다.
한편 증시 주변자금은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투자자예탁금은 19일 기준 80조276억원으로, 지난 5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88조2709억원) 대비 8조원 가량 감소했다. 투자자예탁금은 주식·펀드 등 금융상품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 맡겨놓은 대기성 자금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