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데뷔 3주년…"민희진·하이브 분쟁 '실패한 경영 갈등 사례' 아니다"

기사등록 2025/07/22 08:50:00

최종수정 2025/07/22 15:41:06

고윤화 연구원 논문 '케이팝(K-pop) 산업의 창의, 권력 그리고 젠더: 민희진 사례를 통한 구조적 분석'

[서울=뉴시스] 뉴진스 애니메이션. (사진 = 어도어 제공) 2025.07.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뉴진스 애니메이션. (사진 = 어도어 제공) 2025.07.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그룹 '뉴진스(NewJeans)'가 22일로 데뷔 3주년을 맞은 가운데, 이들의 총괄 프로듀서였던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어도어의 모회사 하이브(HYBE) 간 다툼이 분쟁을 넘어 산업 구조와 권력 그리고 창의 혁신의 갈등 과정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고윤화 한국학중앙연구원 태학사 연구원 겸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 공동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논문 '케이팝(K-pop) 산업의 창의, 권력 그리고 젠더: 민희진 사례를 통한 구조적 분석'에서 하이브와 어도어 간의 경영권 분쟁은 단순한 법적, 경영적 문제를 넘어 K-팝 산업의 구조적 모순과 창의적 자율성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라고 짚었다.

'하이브(방시혁) vs 어도어(민희진)'이라는 이분법적 대립 구도로 대중에게 각인되고 소비됐지만 그 내면에는 조직 내 창의성의 주체가 누구이며, 문화 콘텐츠 생산의 권한이 어디에 위치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내포돼 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이브는 수년간의 전략적 확장을 통해 멀티 레이블 체제(Multi-label System)를 구축, K-팝 산업 내의 플랫폼 중심의 거대 자본을 상징하게 됐다. 이와 달리, 민 전 대표는 어도어라는 독립적인 레이블을 통해 자신만의 철학과 실험적 콘텐츠를 실현해왔다. 이 양자의 충돌은 결과적으로 '조직의 통제 가능한 창의성'과 '개인의 자율적 비전' 사이의 권력 역학을 드러낸다고 고 연구원은 봤다.

하이브는 2020년 이후 멀티 레이블 체제를 본격화했다. 빅히트 뮤직, 소스뮤직,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어도어 등 복수의 산하 레이블을 확장했다.

고 연구원은 "이 체제는 장르 다양화와 레이블 간 자율성 확보를 명분으로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규모의 확장을 통해 중앙 집중 구조로 변화하고 기존의 자율성은 자연스럽게 시스템 내 조정(control)될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 뉴진스. (사진 = 어도어 제공) 2025.07.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뉴진스. (사진 = 어도어 제공) 2025.07.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러한 시스템은 창작자가 레이블 내에서 고유한 기획 전략을 펼치기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독립성을 요구할 때 구조적 긴장을 유발한다. 특히 민 전 대표는 자율적 창작과 브랜딩의 독립성을 핵심 가치로 삼아 뉴진스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대형 자본의 K-팝 공식과는 다른 대안을 제시했다는 게 고 연구원의 판단이다.

"양측의 갈등은 단순한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 창작 주체성과 자본 권력이 충돌하는 구조적 모순의 표출로 해석 가능하다. 콘텐츠 제작 주체가 실질적으로 자율성과 유연성을 확장해나가는 과정에서 시스템과 환경의 변화 속 창의성과 독립성은 위협 받으며, 이로 인해 기존 창작자와 산업의 권력 사이에는 자연스럽게 균열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라는 얘기다.

고 연구원은 해당 분쟁을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Erving Goffman)의 자아연출론과 경영학에서 주로 사용하는 활용과 탐험(Exploitation & Exploration)이론을 적용해 분석했다.

활용(Exploitation)은 기존 지식, 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현재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성과를 개선하는 활동이나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주로 단기적인 성과와 안정성을 중시하며, 기존 자원의 최적화와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말하고 있다. 하이브는 22일 민희진 대표 등이 경영권 탈취 시도를 했다며 전격 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 대표는 하이브의 또 다른 산하 레이블인 빌리프랩의 걸그룹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했다는 공식입장으로 맞받아쳤다. 2024.04.25.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말하고 있다. 하이브는 22일 민희진 대표 등이 경영권 탈취 시도를 했다며 전격 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 대표는 하이브의 또 다른 산하 레이블인 빌리프랩의 걸그룹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했다는 공식입장으로 맞받아쳤다. 2024.04.25. [email protected]
반면 탐험(Exploration)은 불확실성과 위험을 감수하는 실험적 접근으로, 새로운 지식과 시장을 탐색하는 과정이다. 기존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전략인 활용과 탐험의 균형은 조직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다.

고 연구원은 "탐험적 시도로 성공한 하이브가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탐험적 요소보다는 검증된 시스템, 아티스트 브랜딩 등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구축하게 되고 어도어는 기존의 문법을 전복하거나 우회하는 다층적 실험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자 도전했으며 그 결과는 뉴진스라는 독자적 감수성의 아티스트를 통해 구현됐다"고 봤다.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조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활용과 탐험 간의 균형이 필수적이다. 활용에만 치중하면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도태될 위험이 있으며, 반대로 탐험에만 집중하면 단기적인 혼란과 자원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조직은 두 활동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양면성을 확보해야 하며, 이를 통해 안정성과 혁신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게 된다.

고 연구원은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다양한 탐험을 시도했던 민희진의 행보를 통해 그녀가 단지 창의적인(creative) 인물이 아니라, 기획력을 지닌 음악 제작자 중심의 산업 구조를 구상해 온 인물임을 알 수 있다"면서 "결국 하이브와의 충돌은 '누가 콘텐츠를 정의할 수 있는가' 혹은 '창의와 혁신은 누구의 몫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톺아봤다.

하지만 이러한 창의적, 혁신적 비전은 자본 중심의 대형 기업 구조 내에서는 위협적 요소로 간주될 수 있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기획사 하이브와 그룹 '뉴진스' 소속 자회사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가 충돌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25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2024.04.25.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기획사 하이브와 그룹 '뉴진스' 소속 자회사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가 충돌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25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2024.04.25. [email protected]
고 연구원은 "실제로 분쟁 초기 하이브는 어도어 경영진이 '경영권 탈취'를 시도했다고 주장했고, 이는 곧 창작 주체의 독립성과 기업 소유권 간의 충돌로 비화됐다"면서 "이 과정에서 민희진이 미디어를 통해 보여준 '자기 연출'은 고프먼의 이론처럼 전면과 후면의 복합적 자아를 동시에 구성 및 선택했으며, 이는 리더로서의 자신뿐 아니라 한 명의 여성 기획자가 어떻게 공적 무대 위에서 이미지 정치에 노출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하이브-민희진 분쟁은 단순히 '실패한 경영 갈등 사례'로 볼 수 없다고 해석했다.

고 연구원은 "창의와 통제, 실험과 안정, 젠더와 권력의 교차점에서 발생한 고밀도의 산업 충돌이자, 앞으로의 K-팝 산업이 끊임없이 직면할 구조적 논쟁의 선례라 할 수 있다"면서 "향후 K-팝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이와 같은 실험과 충돌의 경험을 구조적으로 분석 가능한 연구, 창의성의 주체를 제도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장치 마련과 대중의 인식전환이 모두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논문은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KOREA CITATION INDEX) 혹은 이화음악논집(JEMRI, Journal of Ewha Music Research Institute) 공식홈페이지에서 원문보기 서비스가 가능하다.

2022년 7월22일 데뷔곡 '어텐션' 뮤직비디오를 음원보다 먼저 공개하며 데뷔한 뉴진스는 '하이프 보이' '디토' 'OMG '슈퍼샤이' 등 지금까지도 K팝 중요한 흐름인 '이지 리스닝' 장르를 촉발시킨 주인공으로 통한다. K팝의 상업적 브랜드를 예술적 미학의 감각으로 끌어올린 팀이기도 하다.

미니 2집 '겟 업'으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정상에 오르고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 다섯 곡을 올리는 등 K팝 걸그룹을 대표하는 팀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분쟁에 휘말리면서, 어도어와 전속계약 분쟁에 돌입했다. 현재 팀 활동을 중단하고, 공백기를 갖고 있다. 어도어는 이날 소셜 미디어에 뉴진스 데뷔 3주년을 축하하는 애니메이션 영상을 올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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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데뷔 3주년…"민희진·하이브 분쟁 '실패한 경영 갈등 사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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