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빠졌던 日 노숙자, 길거리 '칭찬' 사업가로 반전 인생

기사등록 2025/01/20 05:00:00

최종수정 2025/01/20 07:08:24

하루 10만원 수익, 일본 47개 현으로 사업 확대 계획

[서울=뉴시스] 지난 16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일본 아사히신문을 인용, 일본 현지에서 '칭찬하는 아저씨'로 알려진 남성의 사연을 보도했다. (사진= 엑스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 16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일본 아사히신문을 인용, 일본 현지에서 '칭찬하는 아저씨'로 알려진 남성의 사연을 보도했다. (사진= 엑스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최윤서 인턴 기자 = 일본 도심 거리에서 길을 지나는 행인을 칭찬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40대 남성의 사연이 화제다.

지난 16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일본 아사히신문을 인용, 일본 현지에서 '칭찬하는 아저씨'로 알려진 남성의 사연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43세 남성은 '당신을 열정적으로 칭찬하겠다'는 문구가 적힌 골판지 팻말을 들고 길을 지나는 행인을 칭찬하고, 그 대가로 팁을 받는다.

SCMP는 그가 도쿄 시부야역 인근에서 해당 골판지 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는데, 그는 자신과 대화하려고 멈춘 한 여성에게 "당신은 활기차고, 관대하고, 부드러우며 매혹적"이라며 약 1분간 여성에 대한 칭찬을 이어갔다.

그러자 여성은 "나를 이렇게 칭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웃었고, 그에게 팁 150엔(약 1400원)을 주고 떠났다.

중국의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를 모은 또 다른 영상에서 그는 한 여성에게 "당신은 정말 아름답고 우아하다. 흠잡을 데가 없다"며 "당신의 미소는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사랑스럽다. 이런 모습을 중국어로 '미인'이라 부르는 건가요?"라고 칭찬했다.

또 두 달마다 그를 찾는다는 한 20대는 SCMP에 "그가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것"이라며 칭찬하는 아저씨가 자신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줬다고 전했다. 이 남성은 2년 전 기술 회사에 입사하기 전까지 어린 시절 괴롭힘과 말더듬증 탓에 자존감이 낮아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 날 칭찬 아저씨가 진지하게 자신의 눈을 들여다보며 "기술 산업이 일본의 중추가 될 거다. 당신은 잘할 것"이라고 말했고, 그 말에 자신감을 얻었다고 한다.

상황에 따라 맞춤 칭찬을 제공하기도 한다. 예컨대 이별이나 실직으로 슬픔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는 오랜 시간 동안 친절한 말을 건넨다. 이를 들은 사람들은 종종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고 SCMP는 설명했다.

그러나 칭찬하는 아저씨에게도 낯선 사람에게 진심 어린 칭찬의 말을 건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그는 "처음 만나자마자 누군가의 내면을 칭찬하는 것은 진심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종종 외모부터 칭찬하곤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사진= 엑스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사진= 엑스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사실 그가 팻말을 들고 거리에서 행인들에게 칭찬을 하게 된 건 도박빚 때문이다. 그는 18살 때 파친코와 같은 도박에 빠져 거액의 빚을 지게 됐다. 아버지가 뇌졸중에 걸린 이후엔 주택담보대출금마저 감당할 수 없게 돼 집을 잃고 노숙자 생활을 하게 됐다.

2021년 주머니에 단돈 600엔(약 5600원)만 남았던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어린 시절 꿈이었던 '거리 공연자'가 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평소 노래나 마술 등에는 큰 재능이 없던 그는 '칭찬받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는 믿음 아래 거리에서 칭찬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현재 그는 하루 평균 30명 이상을 칭찬하고 있으며, 초콜릿 같은 간식이나 음료, 감사 편지 등의 선물과 함께 하루 약 1만엔(약 9만3000원)을 벌고 있다. 또 지금까지 일본 전역의 31개 현을 방문했는데, 추후 47개 현 전체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기쁨을 느낄 때, 나도 행복하다. 그래서 3년 동안 이 일을 계속해왔다"고 밝혔다. 또 집이 없어 PC방이나 저가 호텔을 전전하고 있지만, 삶의 순간순간을 즐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믿기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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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빠졌던 日 노숙자, 길거리 '칭찬' 사업가로 반전 인생

기사등록 2025/01/20 05:00:00 최초수정 2025/01/20 07: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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