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비행기록장치 결국 미국행…"사고원인 규명 6개월~3년"

기사등록 2025/01/02 06:00:00

최종수정 2025/01/02 09:30:24

커넥터 분실로 국내서 데이터추출 불가 판정

아시아나항공기 사고 당시 美 NTSB와 신경전

소요시간 예측 어려워…CVR·관제기록도 핵심

[무안=뉴시스] 류형근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나흘째인 지난 1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사고 현장에서 합동조사단이 꼬리날깨 부분에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2025.01.02. hgryu77@newsis.com
[무안=뉴시스] 류형근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나흘째인 지난 1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사고 현장에서 합동조사단이 꼬리날깨 부분에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2025.01.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연희 기자 = 참사가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7C2216) 사고 원인 규명의 핵심인 블랙박스 비행기록장치(FDR)를 미국으로 이송해 분석하기로 하면서 조사·분석도 그만큼 길어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2013년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 여객기 사고 당시 경험에 비춰볼 때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D)와의 협업이 원활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의 시선도 있다.

2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커넥터가 분실된 FDR을 미국 워싱턴의 교통안전위원회(NTSB) 본부로 보내 분석하기로 합의했다.

구체적인 이송절차와 우리측 사조위 참석자가 정해지는 대로 미국으로 출발할 예정인 만큼 이번 주 중에는 한·미 합동조사단 일부가 미국으로 넘어가 자료 추출 작업 및 분석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항공기 블랙박스 중 FDR은 엔진 상태와 항공기 속도, 고도, 방향, 자세 등 주요 비행 데이터를 초당 여러 번 기록하는 장치다. 항공기 사고원인을 규명할 때 가장 핵심적인 장치로 꼽힌다. 그러나 이번 제주항공기 사고에서는 전원장치와 자료저장장치를 연결하는 특수커넥터가 분실돼 국내에서 데이터를 추출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1일 기준 한·미 합동조사팀은 사조위 소속 12명과 미국측 조사팀 10명 등 총 22명으로 구성돼 있다. 미국측은 연방항공청 1명, NTSB 3명,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 소속 6명이 참여한다. 

사조위는 FDR 특수 커넥터가 분실된 이상 국내에서 무리하게 개봉하는 경우 데이터가 손상될 우려가 있다고 보고 미국 현지로 이송해야 신속하고 효과적인 데이터 추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실제 데이터 추출이 가능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커넥터를 제외하면 수거한 FDR의 외관상 큰 손상은 없는 상태다. 데이터 추출이 가능하더라도 소요시간을 미리 예측하기는 섣부르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다만 벌써부터 공정한 조사가 가능할 지 우려도 제기된다. 항공기 제조사인 미국 보잉사가 연관돼 있고 무안국제공항의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 콘크리트 둔덕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조사권한이 상당 부분 미국 측에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서울=뉴시스] 지난해 12월29일 사고가 발생한 제주항공기(7C2216편) 잔해에서 수거된 비행자료기록장치(FDR)의 모습. 사각형 장치가 전원, 원통형 장치가 자료저장 유닛이다. 2024.01.02.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해 12월29일 사고가 발생한 제주항공기(7C2216편) 잔해에서 수거된 비행자료기록장치(FDR)의 모습. 사각형 장치가 전원, 원통형 장치가 자료저장 유닛이다. 2024.01.02.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실제 한·미 합동조사단은 무안공항 현장조사 첫날인 지난해 12월31일 로컬라이저가 세워졌던 콘크리트둔덕을 꼼꼼히 살피는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 2013년 7월에도 아시아나 여객기의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 사고 당시 NTSB와의 갈등을 겪은 경험도 우려가 커지는 이유 중 하나다.

당시 사고발생국으로서 1차 사고조사권이 있었던 NTSB는 사고원인을 두고 '조종사 과실'에 방점을 둔 정보를 이례적으로 집중 공개한 바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기체결함과 공항의 관제탑 시스템 오류 가능성을 제시한 것과는 상반된 양상으로,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당시 조태환 위원장 명의로 NTSB 데보라 허스먼 의장에게 항의성 협조 공문을 발송해 '객관적인 공정한 조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유경수 국토부 항공안전정책관은 "NTSB는 긴밀히 협조체계 있고 과거에도 협력을 해오고 있다"며 "미국이 단독으로 우리 자료를 분석하는 게 아니라 우리 전문가들이 가서 공동 작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FDR을 집중 분석하는 경우 국내 조사팀과의 연락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에 대해 전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무안공항 내 임시본부가 마련된 상태"라며 내부에서 협의해 긴밀하게 세부 역할 분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사고원인이 규명되기까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3년까지 소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FDR 데이터 분석이 불투명한 현재로서는 우선 데이터 추출이 완료돼 음성파일로 전환 중인 음성기록장치(CVR)와 관제통신기록, 관제사 등 면담기록, 기내 탑재용 항공일지 등이 사고 당시 정확한 경위를 분석할 수 있는 주요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전날부터는 기체, 엔진 등 잔해 상태와 조류 흔적에 대한 육안 조사가 시작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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