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성탄절을 앞둔 서울 중구 명동성당은 축제 분위기로 들떠 있다. 성당으로 올라가는 계단 양 옆에는 올해도 하얀 (LED)장미꽃들이 만발했다. 순백의 꽃들이 수놓은 성당은 관광지로도 인기다. 국내 뿐만 아니라 외국 관광객들에게 '장미 정원'은 인증사진을 남기는 '핫플'이다.
"성탄축제는 하느님의 사랑과 나눔을 보여주는 가장 탁월한 방법입니다."
명동성당 일대에서 열리는 '성탄축제' 행사를 맡아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날을 보내고 있는 천주교 서울대교구청 문화홍보국장 최광희 신부는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성탄축제가 모두의 축제가 되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지난 2014년부터 해마다 열린 '성탄축제'는 초기에는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과 서울가톨릭연극협회가 주관하는 연극만 열었다. 지난 2016년 이후 '명동, 겨울을 밝히다'라는 이름의 문화축제로 발전하며 연극 뿐아니라 캐럴 공연, 성탄마켓 등 다양한 행사들을 펼치고 있다.
장미정원 '라이트 로즈 가든'도 지난 2016년 명동성당 들머리에 처음 등장했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1922~2009)이 남긴 나눔과 사랑의 정신을 '꺼지지 않는 빛처럼 이어가자'는 취지로 LED 장미 4000송이가 만발한 정원이 조성됐다.
당시 성탄을 준비하는 대림기간부터 조성된 장미정원은 12월 한 달간 전시됐고 이중 한정판매된 500송이의 수익금은 전액 모금단체 (재)바보의나눔으로 기부됐다.
최 신부는 "'축제는 성탄의 따뜻함을 서로 나누자는 소박한 소망에서 출발했다"며 "유럽에서 시작했던 성탄축제 외형을 본떠, 따뜻한 성탄 캐롤과 음식을 나누고 청년 작가들이 자기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하자는 뜻에서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성탄축제도 코로나19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지난 2020년 가톨릭평화방송이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과 라디오 생중계로 비대면으로 성탄행사를 진행했다.
대신 장미정원과 함께 대형 트리와 구유가 축제 분위기를 이어갔다. 선별진료소를 상징하는 마구간 조형물로 만들어진 구유에 아이 예수가 자리했다. 구유와 트리 장식은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을 재활용해 만들어졌다.
코로나19 확산 시기 성탄축제는 성탄절 전후만 운영됐다. 성탄마켓에는 10개 부스와 함께 서 있는 트리는 '희망나무'가 됐다. 명동을 오가는 사람들이 '희망나무'에 소원을 적어 매달고 리본값을 기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지난 2022년부터 성탄축제는 활기를 되찾았다. 명동성당에서 음악회가, 광장에서 성탄마켓이, 들머리에서 합창단과 오페라단의 공연이 펼쳐졌다. 연극도 돌아왔다.
어김없이 장미도 만발했지만 트리는 강원도 산불 피해로 타버린 나무로 만든 '블랙트리'로 바뀌었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성탄축제는 기간도 늘고 행사도 늘었다. 행사는 지난 15일 전시를 시작으로 성탄 마켓, 연극, 야외 음악회, 공개방송 등 오는 31일까지 다채롭게 꾸며진다.
갤러리에 전시, 사도회관 외벽에 성탄 기쁨을 빛으로 표현한 미디어파사드가 새로 선보인다. 지난해 블랙트리에서 희망나무로 바뀐 트리와 장미정원은 내년 1월5일까지 이어진다.
성탄축제 규모가 커갈수록 안전이 가장 큰 문제다. 최 신부는 "무엇보다도 최근 축제를 준비하면서 축제 참여자들 안전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깊게 깨닫고 있다"며 "안전 대책 마련을 위해 필요한 여러 요소들을 매번 배우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가령 대규모 인파가 이동하는 동선 확보를 위해 성당 주변과 행사장 전체 일방통행 지정, 인파가 몰리는 시간대에 따른 행사의 효율적 탄력 운영 등이다.
최 신부는 성탄축제가 10년을 이어온 원동력을 '나눔'으로 꼽았다. "갈수록 우리 사회가 성탄을 기념하는 방식이 화려한 장식과 대형행사에 집중되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저희 축제는 시작 이래 지금까지 나눔에 초점을 맞춰왔어요 소비 향락을 부추기는 세상의 문화적 흐름을 향해,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지는 발걸음이었다고 자부해요."
서울대교구는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필요한 청년 작가들에게 광장 중심을 내줬고, 수익금은 한마음한몸운동본부, 바보의나눔 등 모금단체에 기부했다.
최 신부는 "음악 공연도 명동밥집 배식소 앞에서 추가 공연을 잡아서 노숙인, 독거노인 등 밥집을 찾는 분도 축제를 즐길 수 있게 했다"며 "'명동, 겨울을 밝히다'는 단지 화려한 조명과 즐거움을 제공하는 행사를 넘어, 사람 사이에 따뜻한 연결을 만들어내는 장으로 자리매김해 왔다"고 자부했다.
최 신부가 생각하는 성탄축제 핵심 메시지는 '함께함'이다. "종교적 배경이나 신념에 상관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며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축제라고 생각해요. 성탄축제가 굳건히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축제의 정체성 덕이라 생각합니다."
최 신부는 이 메시지가 우리 사회에도 전해지길 바란다.
"저희 성탄축제가 지향하는 사랑과 나눔 정신이 우리 사회에 희망을 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나눔과 사랑은 항상 따뜻한 온기로 체온을 서로 느끼며, 희망을 선사합니다. 축제 참여자 모두 따뜻한 희망으로 가득 차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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