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엘 시시 대통령 “HTS 집권, 실존적 위협”으로 느낄 수도
14일 요르단에서 서방과 아랍국가, 시리아 미래 위한 회의 개최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4일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몰락 이후 중동 지역 장기 집권 지도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사드는 2011년 10월 무하마드 카다피 리비아 대통령이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로 촉발된 내전으로 반군에 의해 살해당한 뒤 철권 통치를 펴다 13년 만에 러시아로 탈출했다.
WP는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등 지도자들이 아사드의 축출과 이슬람 정부의 등장이 국내에서 불안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자칫 ‘아랍의 봄’ 시즌 2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동 국가들은 아사드 축출 이후 시리아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하면서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 등 이슬람 반군 등의 집권 과정을 주시하고 있다.
14일 요르단 아카바에서는 아사드 몰락 이후 시리아의 미래에 대한 미국 등 서방과 아랍국가 외무장관 회의가 처음으로 열렸다.
이 회의에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참석한 미국과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서방 국가와 요르단,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레바논, 이집트, 아랍연맹 대표들도 참석했다.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은 회의에서 “우리는 시리아가 혼돈이나 무정부 상태의 늪에 빠지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아랍국가 7개국 대사들은 지난 주 초 다마스쿠스에서 HTS 대표단을 만났다. HTS측은 “우리는 긍정적인 관계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WP는 회의 참석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런던 정치경제대학의 파와즈 게르게스 교수는 “그들은 시리아의 권력 공백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랍 국가들은 이슬람주의 운동의 정치적 호소력을 오랫동안 두려워하고 있다고 WP는 분석했다.
이슬람주의 운동의 규율, 조직, 대중적 사회 복지 프로그램 등이 이 지역의 독재자들에게 지속적인 위협이 된다고 보는 것이다.
두려움이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이집트로 압델 파타 엘 시시 대통령은 2013년 군사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해 아랍의 봄 이후 선출된 무슬림 형제단 정부를 축출했다.
하지만 인구의 상당수가 여전히 무슬림 형제단에 침묵으로 동조하고 있다고 그 지역의 외교관이 말했다.
유사한 생각을 가진 HTS가 시리아에서 발판을 마련할 가능성은 시시 현 대통령에게는 ‘이념적, 실존적 위협’이라고 한 외교관은 말했다.
이집트 개인권리 이니셔티브(EIPR)라는 현지 인권 단체에 따르면 시시 대통령은 최대 2만 명의 정치범을 투옥했다.
또한 심각한 경제 위기속에 좌절한 이집트인들은 소셜 미디어에서 분노를 공유하는 경우가 점점 더 늘고 있다.
이번 주 초, 무슬림 형제단과 제휴한 뉴스 사이트는 시시 대통령이 노르웨이를 방문했을 때 시위대가 그에게 소리를 지르는 영상을 공유했다. 그들은 시시 대통령이 아사드 다음이 될 것이라고 소리쳤다.
워싱턴 D.C.에 있는 타흐리르 중동 정책 연구소의 대표이사인 마이 엘-사다니는 “시리아의 상황을 지켜보고 자신들도 시민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권위주의 정권에게는 솔직히 무섭기 짝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IPR은 경찰이 카이로 거리에서 아사드의 전복을 축하하던 수십 명의 시리아인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EIPR에 따르면 그 후 약 20명이 풀려났고 나머지 3명은 시리아로 추방될 것이라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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