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계엄 후폭풍…전문가들 "정국 불안에 당분간 변동성 커질듯"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등 정치 불확실성에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환율은 30원 넘게 급등락하고, 외국인 이탈에 국내 10대 상위 금융사 시총은 9조 원 넘게 빠졌다. 계엄 후 폭풍이 탄핵 소추안 제출로도 이어지면서 당분간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거래일 보다 36.10포인트(1.44%) 내린 2464.00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이 4097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증시 하락을 주도했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3402억원과 169억원을 사들였다.
금융KRX 300 지수는 전일 대비 4.36%(52.40포인트) 급락한 1148.70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금융KRX 300 지수의 시가총액은 233조4833억원으로, 전날 242조6975억원 대비 9조2142억원 가량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13.65포인트(1.98%) 하락한 677.15에 거래를 마쳤다.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1억원과 148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기관은 16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증시 부진은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외인 이탈 영향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오후 10시24분께 비상계엄을 선포했으나, 약 6시간여 만인 4일 새벽 국회 요구에 따라 계엄 해제를 선언했다. 비상계엄 선포는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 이후 45년 만으로, 1987년 민주화 이후로도 처음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정치적 갈등이 장기화해 경제활동에 영향을 끼치면 신용도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3대 신용평가사 중의 한 곳인 S&P는 비상계엄 선포·해제가 한국 국가 신용등급에 미칠 여파에 관해 "실질적 영향이 없다"고 했다.
환율 시장도 요동쳤다. 전날 오후 장을 1402.9원에 거래를 마친 원·달러는 심야장에서 비상계엄 선포에 한때 금융위기 수준인 1446.5원까지 치솟았다가,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 가결에 빠르게 식으며 142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딜러는 이날 1418.8원 고환율로 장에 나섰지만 외환당국의 시장안정화 조치와 개입 경계 등에 1410.1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은행은 이날 금융시장 안정 조치로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비정례로 환매조건부채권(RP)매입 등에 나서 단기 유동성 공급을 공급하기로 했다.
국가 신인도 하락을 경계하며 채권시장은 약세를 보였다.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대비 4.1bp 오른 2.626%를 기록했다. 5년물과 10년물은 각각 3.4bp, 5.2bp 상승한 2.640%와 2.765%로 집계됐다.
가상화폐 시장도 출렁였다. 전날 계엄 여파로 전날 국내 시장에서만 30% 폭락하며 한때 8800만원대로 내려앉은 비트코인은 이날 4시 15분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떨어진 1억3546만원에 올라 거래 중이다. 업비트에서는 1억2531만원에서 등락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국내 정치 불확실 리스크가 상당기간 지속되면서 금융시장이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계엄령 책임을 놓고 여야간 갈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다, 대통령 탄핵까지 이어질 경우 정치 불안이 장기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국내 신인도 하락이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국내 펀더멘탈 약화 심화 속에 국내 신인도 하락에 따른 외국인 자금 및 국내 자금의 동반 이탈 현상이 환율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 참여자들은 국내 정치 리스크가 주식·환율 등 금융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을 주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 상태"라며 "한국 고유의 정치 불확실성이 증폭된 상태이므로 향후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의 변동성 확대를 감내해야 할 듯 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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