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안펀드, 유동성 공급해 시장 안정 도모
카드사태·금융위기·팬데믹 당시 구원투수
[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시장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총동원하겠다고 밝힌 시장 안정 수단에 어떤 조치가 있는지 관심이 쏠린다.
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주최로 전날 밤에 이어 이날 오전 추가로 열린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서 당분간 주식·채권·단기자금·외화자금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참석했다. 이들은 범정부 합동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운영해 금융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필요시 시장 안정을 위한 모든 조치를 신속히 단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주식시장 관련 안정화 조치로 가장 먼저 거론되는 건 증권시장안정기금펀드(증안펀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10조원 규모의 증안펀드 등 시장안정조치가 언제든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금융기관 등 기금 출연을 받아 조성하는 증안펀드는 급격한 자금 유출이 우려될 때 유동성을 제공해 시장 안정성을 되찾게 하는 특수 목적 펀드다.
지난 1990년 증권시장안정기금을 시작으로 2003년 신용카드 대출 부실 사태, 2008년 리먼브라더스 발 금융 위기, 2020년 팬데믹, 2022년 글로벌 긴축 경기 침체 우려 등에 조성된 바 있다. 다만 2008년 이후 실제로 투입되지는 않았다. 조성 이후 증시 반등, 우상향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공매도 금지 조치도 증시 위기 상황에서 시장 안정을 위해 활용된다. 2008년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팬데믹 시기가 대표적이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는 시장이 하락 국면일 때 하방 압력을 키울 수 있다.
다만 현재 공매도는 내년 3월 말까지 전면 금지된 상태다. 현재 무차입공매도 차단·감시를 위한 전산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준비 중이라 이번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활용하기는 어렵다.
채권시장·자금시장의 경우 금융위는 이번에도 4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와 정책 금융기관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을 최대한 가동해 안정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채안펀드는 채권시장이 경색됐을 때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의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한 펀드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팬데믹 등 상황에서 필요할 때마다 자금을 지원하는 캐피털 콜 방식으로 유동성을 지원했다.
금융위는 또 금융사의 외환 건전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한국증권금융을 통한 외화 유동성 공급 등을 통해 환율 상승에 따른 마진콜(추가 담보 요구) 위험 등에도 대응하기로 했다.
아울러 거래소 등 증권유관기관에는 투자 심리 안정 노력과 함께 주가조작, 공시 위반, 시세조종 등 시장질서 교란행위 차단을 위한 역량 집중을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는 만큼 금융당국은 정책금융기관, 금융유관기관, 금융협회들과 함께 금융시장 불안 확산을 방지하고 금융시장이 정상적,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며 "각 기관들은 각자 영역에서 미리 준비된 대응계획에 따라 철저하게 대응해주길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오전 10시40분 현재 전 거래일 대비 45.57포인트(1.82%) 내린 2454.53에 거래되고 있다. 1.97% 하락 출발한 지수는 장중 2.31% 빠져 2440선까지 미끄러지기도 했으나 2450선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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