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달러 돌파 실패 후 8% 급락
"상승 여력 충분" VS "공급 과잉 상태"
옵션 트레이더들 '콜옵션' 베팅↑
"조정 길어지면 8만8000달러까지 밀릴 것"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비트코인이 심리적 저항선인 10만달러 돌파를 코앞에 두고 미끄러졌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 이후 연일 신고가 행진을 거듭하다 처음으로 겪는 조정이다. 전문가들은 상승 잠재력이 여전하다는 진단과 공급 과잉 상태가 하방 압력을 가할 것이란 분석으로 엇갈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이 지난 22일 10만 달러에 근접했다가 돌파에 실패한 이후 현재까지 조정을 겪고 있다. 당시 9만9000달러를 사상 처음으로 넘겼지만, 10만달러 벽은 깨지 못하고 하락장을 맞은 것이다.
하락률은 8%대에 달한다. 앞서 비트코인은 지난 22일 원화 기준으로 신고점 1억3888만원을 찍었지만, 이날 오전 한때 1억2750만원까지 떨어졌다. 5일 만에 1000만원 넘게 빠진 셈이다.
트럼프 랠리 이후 첫 '주춤'…매도 물량이 발목
실제로 최근 한 달간 비트코인 장기 보유자 매도세는 지난 4월 이후 최대 수준에 달한다. 26일(현지시간) 크립토퀀트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30일 동안 비트코인 장기 보유자는 약72만8000개의 비트코인을 매도했다. 현재 시세로 93조6400억원 규모로, 지난 4월 이후 최대 수치다.
또 이날 글래스노드 데이터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자들은 하루에 비트코인 2500개씩(3227억원) 매도하고 있다.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는 이날 "비트코인이 10만달러에 도달하지 못한 것은 장기 투자자의 차익 실현 때문으로 보인다"며 "이들의 매도 물량은 마이크로스트래티지와 미국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매수보다 많았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도 이날 "채굴자들의 매도세와 장기 보유자들의 이익 실현이 비트코인 매도 압력에 일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기에 그칠 조정일까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한 부분은 조정이 단기에 그칠 수 있는지다. 10만달러 고지를 목전에 뒀던 만큼 랠리 재개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내년 1월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전고점을 재차 경신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전문가들 의견은 엇갈린다. 우선 트럼프발 랠리에 따른 단기 조정에 불과, 곧 다시 반등할 것이란 낙관이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와 현물 ETF 등 기관 매수세가 여전히 강력한 만큼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코인텔레그래프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54억 달러(7억5384억원) 규모 비트코인 추가 매입을 발표했다. 일본 상장사 메타플래닛과 나스닥 상장사 의료기술업체 셈러 사이언티픽도 마이크르스트래티지와 유사한 전략을 구사하며 비트코인을 매입 중"이라며 "이는 기관의 강력한 수요를 방증한다. 여기에 비트코인 현물 ETF 매수세가 강한 점도 비트코인이 상승할 잠재력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최근 미국에서 출시된 비트코인 현물 ETF 옵션 상품도 상승론에 힘을 보탠다. 기존에 포섭하지 못했던 기관 투자자의 추가 수요를 부추긴다는 점에서다.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업체 매트릭스포트는 지난 25일(현지시간) X를 통해 "비트코인 옵션 거래 수요와 거래 증가는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추가로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최근 비트코인 옵션 트레이더들이 '콜옵션(가격 상승에 베팅)'에 투기적으로 매수하는 상황도 상승 여력을 시사한다.
이날 코인텔레그래프가 인용한 온체인 데이터에 따르면 비트코인 옵션 트레이더의 약 45%가 연내 10만달러 돌파에 베팅했다. 전주 대비 10% 늘어난 수치다. 또 일부 옵션 트레이더는 연내 15만달러 돌파도 점쳤다.
다만 이번 조정 요인인 매도 압력이 지속될 경우 하락세가 격화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매도 물량으로 발생한 공급 과잉을 흡수하기 위해 재축적 기간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약세가 길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임스 반 스트라튼 크립토슬레이트 소속 애널리스트는 이날 코인데스크 기고문을 통해 "지난 21일(현지시간) 비트코인 장기 보유자의 이익 실현 거래는 105억달러(14조6632억원)에 달해 일일 기준 가장 많은 양을 기록했다"며 "앞으로 장기 보유자 수는 1.19% 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들의 비트코인 보유량 중 16만3031개(21조원 규모)가 추가 매도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글래스노드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이 공급 과잉으로 10만달러 돌파가 무산되면서 조정을 받고 있다. 8만8000달러(1억2287만원)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공급 과잉을 완전히 흡수하려면 강력한 수요를 동반한 재축적 기간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