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내부서도 '무관용 원칙'…경각심 강조
직원과의 갈등 격해지자 업무 차질 분리 조치
[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최근 금융감독원 가상자산조사국장이 돌연 업무에서 배제된 사실이 알려져 뒷말이 무성하다. 가상자산국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관련 중요 업무를 도맡았던 부서다. 정기인사를 앞두고 갑작스러운 인사에 금감원 내부는 어수선한 분위기다.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문정호 금감원 가상자산조사국장은 지난 15일 보직에서 배제됐다. 이후 문 국장이 한국공인회계사회로 파견간다고 거론되지만 정식 발령이 나진 않은 상태다.
문 국장 부서 직원들도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당일에 소식을 접하고 적잖이 당황했다고 한다. 당시 이복현 금감원장은 동남아 3개국 방문 중으로 출장 이전에 보고를 받고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국장은 지난해 11월 가상자산감독국과 가상자산조사국이 신설되면서 회계감리1국 팀장에서 가상자산조사국장으로 승진했다. 가상자산조사국은 불공정거래 조사 등을 통해 시장 교란행위를 집중 단속하기 위한 조직이다.
첫 가상자산 전담조직이라 그동안 뛰어난 업무 성과를 인정받은 회계사 출신 전문가를 중용했다는 게 당시 금감원 설명이었다. 최근에는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 대한 현장검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정기인사를 얼마 안 남겨두고 돌연 보직 배제라는 수시인사가 이뤄졌다. 금감원은 지난 7월 국·실장 정기 인사에 이어 조만간 부원장보 인사, 국·실장 정기인사를 앞두고 있다. 정기인사보다 서둘러 부서장 교체를 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의미다.
금감원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문 국장은 업무 과정에서 일부 직원과의 의견 충돌로 갈등이 격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인사 규정상 이런 상황에서는 분리가 원칙이다. 사실 관계가 규명될 때까지 상급자를 일단 업무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직장 내 괴롭힘, 성비위 등이 발생했을 때 무관용 원칙으로 처리한다는 이 원장 방침상 이례적인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직원들한테 경각심을 주는 차원으로 실제 지난해에도 유사 사례가 존재했다. 이번처럼 갈등 관리 문제가 불거진 해당 사안에서는 간부와 부하직원이 결국 각자 다른 부서로 발령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상자산조사국은 알다시피 중요 사건도 있고 지금 현안이 산적해있다"며 "갈등이 생겨서 업무 수행이 어려웠기 때문에 교체가 이뤄진 걸로 안다"고 말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형사 비위 사건 이런 건 아니고 원내에서 직원 간 분쟁이 있어서 관련 인사 규정에 따라 분리 조치부터 먼저 한 상황"이라며 "사실관계를 규명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금감원 연말 인사 규모는 역대급으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18일 김영주(기획·경영)·박상원(중소금융)·차수환(보험)·김준환(민생금융) 부원장보 등 4명이 퇴임한 상태다.
임원급인 부원장보는 총 9명으로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명이 한 번에 교체되는 상황이다. 이 원장 취임 초인 지난 2022년 8월 부원장보 5명을 임명한 이후 가장 규모가 크다.
이 원장이 성과 중심과 책임을 강조해온 만큼 곧 이어 뒤따를 국·실장급 인사에서도 동일한 기조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지난 7월 임원회의에서 "올해 말 예정된 정기인사는 연공서열에 얽매이지 않고 업무성과에 따라 승진 등 보직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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