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논술 효력정지 항고한 연대…최초합격 시한 지나면 '혼란'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문제 사전 유출 의혹'에 따른 법정 공방에 절차 중단까지 이른 올해 연세대 수시 자연계 논술 사태가 항고심까지 이어지게 되자 교육부까지 나서 입시 혼란을 우려하고 나섰다.

연세대 측은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항고 뜻을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수시 최초합격자 발표 시한인 12월13일이 지나면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20일 교육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수석부장판사 전보성)는 연세대가 제기한 2025학년도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전형 효력정지 가처분(인용)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기각 결정했다.

연세대 측이 결정에 불복해 즉시 항고 뜻을 밝힌 가운데, 교육부는 이날 "연세대의 항고 의사는 존중한다"면서도 대학별 수시 미등록 충원 합격 통보 마감일인 12월26일까지는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학교 측에 촉구했다.

나아가 관련 사건을 심리 중인 재판부에도 빠른 결정을 요청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12일 서울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치러진 자연계열 논술시험 문제가 시작 전 온라인을 통해 사전에 유출됐다는 의혹이 불거진데 따른 것이다.

한 고사장 감독관이 착각해 시험 시작 1시간여 전에 문제지를 배부했다가 20여분 뒤 회수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시험 운영과 관리 감독 부실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연세대 측은 시험 종료 이후 문제지를 불법적으로 촬영한 파일이 유포됐다며 사전에 유출됐다는 의혹을 부인하고 경찰에 수사를 맡겼다.

그러나 지난달 21일 수험생 등 18명이 법원에 논술시험 무효확인 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제기했고, 서울서부지법 민사21부(수석부장판사 전보성)는 이달 15일 "공정성이 중대하게 훼손됐다"며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서울 주요 대학이나 의약학계열의 논술전형은 내신이나 대학수학능력시험 등의 비중이 낮고 논술 시험으로 당락이 갈리기 때문에 매년 기록적인 경쟁률을 보인다.

이번 연세대 자연계열 논술전형은 수능 최저학력기준(몇 과목 등급의 합)을 요구하지 않고, 올해부터 과학논술이 폐지돼 수리논술만 치르는 형태로 바뀌어 관심이 컸다.

원서접수대행사인 진학사와 유웨이에 따르면 경쟁률은 지난해 전체 29.5대 1에서 올해 40.0대 1로 급등했다.경쟁이 가장 치열한 치의예과(10명 선발)는 149.1대 1, 약대(5명)는 120.8대 1에 이르렀다.

연세대는 이번 자연계열 논술전형을 통해 24개 모집단위(학과)에서 총 261명을 선발할 계획이었다. 1만444명이 지원했고, 대학 측이 밝힌 응시자는 9666명이다.

수능을 치르지 않아도 합격할 수 있어서 일부 수험생들은 아예 논술만 '올인'한 사례도 있다고 전해졌다.

교육부가 이날 연세대와 재판부에 조속한 대안 마련과 신속한 결론을 거듭 촉구한 것은 시간이 더 지나면 입시 전반으로 혼란이 번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세대를 비롯한 각 대학은 다음달 13일까지 수시전형 최초 합격자를 발표해야 하는데, 다른 대학에 함께 붙은 합격자가 등록을 포기하면 추가 모집을 통해 충원한다.

충원 합격자는 다음달 26일 오후 6시까지 발표하도록 정해져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사전에 정한 일정으로 이 시한이 지나면 대학은 더는 합격자를 발표할 수 없다.

수시 최종 합격(충원 통보) 발표 시한이 지나면 많게는 1만명에 이르는 수험생이 최대 6번 쓸 수 있는 수시 원서 접수 기회 중 1번을 날리게 되고 구제도 어려워진다.

일각에서는 최초 합격자 발표 시한인 12월13일을 넘겨 재판부 결론이 나도 수험생 혼란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연세대가 시한을 넘겨 승소하더라도 합격자들이 결론을 알지 못한 채 이미 타 대학에 등록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일 재시험을 치르려 해도 출제와 준비에 시일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다음달 초까지는 상황을 매듭지어야 혼란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재판부 결론이 나기 전 재시험을 치를 경우 합격 발표를 기다리는 다른 수험생들의 2차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응시자가 다른 대학의 입시 일정과 겹쳐 재시험을 치지 못하는 등 공정성 시비도 불가피하다.

교육부는 재시험의 결정권은 연세대에 있다고 했다. 재시험을 명령하는 등 개입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연세대가 논술전형을 포기하고 뽑으려던 인원을 정시 전형으로 이월해 선발하는 방안은 "합리적 대안이 되기 어렵다"고 부정적 입장을 취했다.

연세대는 논술의 공정성이 크게 훼손됐다고 볼 수 없다며 재시험과 정시 이월도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대안이 될 다른 구체적 방식은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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