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강제추행 만연…"언제든 만질 수 있다는 건 잘못"

기사등록 2024/11/06 06:00:00

최종수정 2024/11/06 20:37:06

경찰, 최민환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내사

율희 "가족들 앞에서 주요 부위 만져" 폭로

친족·연인 관계에서 성폭력 범죄 피해 많아

전문가 "상대의 성적 자기결정권 존중해야"

"동의 얻었는지가 중요"…법 조항 바뀌어야

[서울=뉴시스] 밴드 FT아일랜드의 최민환이 전 아내인 아이돌그룹 라붐 출신 율희를 강제추행한 혐의에 대해 경찰이 입건 전 조사(내사) 중인 가운데 부부간 강제추행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진은 최민화. (사진=최민환 인스타그램 캡처)  2024.11.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밴드 FT아일랜드의 최민환이 전 아내인 아이돌그룹 라붐 출신 율희를 강제추행한 혐의에 대해 경찰이 입건 전 조사(내사) 중인 가운데 부부간 강제추행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진은 최민화. (사진=최민환 인스타그램 캡처)  2024.11.0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우지은 기자, 정유진 인턴기자 = 밴드 FT아일랜드의 최민환이 전 아내인 아이돌그룹 라붐 출신 율희를 강제추행한 혐의에 대해 경찰이 입건 전 조사(내사)를 받으면서 부부간 강제추행 문제가 사회의 화두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부부이기 때문에 언제든 신체를 접촉하고 성관계할 수 있다는 것은 잘못된 전제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적 자기결정권은 자신의 의지로 내린 결정에 따라 성행위를 할 권리를 말한다.

경찰, 최민환 '강제추행 혐의' 내사…"가족 보는 앞에서 주요 부위 만져"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달 29일 최민환의 성폭력처벌법 위반(친족 관계에 의한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내사에 착수했다.

내사는 한 시민의 고발로 시작됐다. 지난달 29일 한 시민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최민환의 강제추행 혐의를 수사해달라고 고발했다. 지난달 25일 최민환을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뒤 추가 고발한 것이다.

이 고발인은 "가족들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아내 율희의 가슴이나 주요 부위를 만진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에 부합하지 않으며 강제추행죄의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앞서 율희는 지난달 2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 남편이) 가족들 앞에서 술 취해서 제 몸을 만진다든지, 돈을 여기(가슴)에 꽂는다든지"라며 "가족들 앞에서 주요 부위를 쓱 만졌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서울=뉴시스] 부부간 강제추행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경찰 로고. 2024.11.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부부간 강제추행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경찰 로고. 2024.11.0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거부해도 계속되는 추행…피해 20%가 가족·연인 관계서 발생

부부간 강제추행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 5월9일 JTBC 프로그램 '이혼숙려캠프: 새로고침'에는 아내의 거부에도 아내를 계속 만지며 성관계를 요구하는 남편의 사례가 방영됐다.

남편은 설거지하는 아내에게 다가가 신체를 밀착하거나 아이들 앞에서 아내의 주요 부위를 만지기도 했다. 아내는 "저리 가. 치워"라며 밀어냈지만 남편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이를 본 아이가 "그런 거 하지 말고 우리 행복하게 지내자"라며 말렸다.

통계를 통해서도 가족, 연인 등 가까운 관계에서 강제추행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2023년 한국성폭력상담소 상담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담을 받은 피해자 중 209명(37.5%)이 강제추행을 당했다. 강제추행은 피해 유형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 유형 중에서는 친족, 친족 외 인척이 두 번째로 많았다. 지난해 상담을 받은 피해자 중 73명(13.1%)이 친족, 친족 외 인척에게 피해를 봤다. 데이트 상대나 배우자 등 친밀한 관계가 56명(10.1%)으로 그 뒤를 이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전문가들은 부부처럼 가까운 사이일수록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비가 내린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 인근에서 우산이 없는 시민들이 박스로 머리를 가린 채 이동하고 있는 모습. 2024.10.29.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전문가들은 부부처럼 가까운 사이일수록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비가 내린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 인근에서 우산이 없는 시민들이 박스로 머리를 가린 채 이동하고 있는 모습. 2024.10.29. [email protected]

전문가 "자기 몸에 대한 결정권은 자신에게 있어"

전문가들은 부부처럼 가까운 사이일수록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우리나라에서 강제추행은 절대 안 된다는 인식이 있다가도 둘의 관계가 부부나 교제하는 관계라고 하면 '무슨 범죄냐'는 인식이 굉장히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적인 관계든, 사귀었던 관계든, 지금 사귀는 관계든 상관없이 자기 몸에 대한 결정권은 자신한테 있는 것"이라며 "상대에게 소유권을 넘겨준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성범죄 전문가인 신진희 변호사는 "부부이기 때문에 원하지 않고 기분이 나빠도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부부라도 배우자가 신체를 만지거나 접촉하는 게 싫을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신체접촉 행위에 대해서 동의도 없이 돈을 가슴에 꽂았고, 여성이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습적으로 일어났다면 강제추행이라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현행법 조항이 피해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허 조사관은 "추행 등 성 관련 범죄에 있어서 무력으로 때리면서 협박했는지를 따질 게 아니라 상대방의 '동의'를 얻었는지가 중요하다"며 "법 조항을 바로 세울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현행 형법 298조(강제추행)에 따르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허 조사관은 바로 이 법 조항 때문에 가해자의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폭행이나 협박하며 추행하는 상황이고 이를 입증해야 하는데 대부분 입증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허 조사관은 "자기 몸에 대한 권리를 잘 지킬 수 있는 관계가 건강한 관계고, 친밀할수록 상대의 몸에 대한 권리, 성적 자율성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현실을 빨리 법에 반영하고 법적인 변화가 생기면 인식도 그에 따라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변호사도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내 몸이 소중하다고 교육하는데 그건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에 대한 것"이라며 "인권침해와 관련된 교육이고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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