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올인하는 김정은 생존 전략 위험성 크다-WSJ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한 때 미사일 발사를 자제하고 남북 긴장 완화를 추구하면서 체제 생존을 모색했던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생존 전략을 바꿔 러시아와 군사공조를 강화하는 도박을 하고 있으나 역풍을 맞을 위험성이 크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러시아 파병 북한 병사들이 탈영하거나 전투에서 패배하면 푸틴의 김정은에 대한 지지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북한 주민들의 지지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나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의 전면적 지지가 약해질 것이다.

북한은 성과가 없었다는 점 때문에 과거의 전략과 결별한 것이 아니다. 중국의 공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세계 공급망 무기화에 맞서온 미국과 서방, 인도태평양 동맹들이 김정은의 핵위협에도 공동 대처하고 있다. 한미일 공동 군사 훈련과 미사일 추적 정보 공유, 미국의 한국과 핵공조 강화도 진행되고 있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김정은이 전략적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잘 안다. 적대적 환경에서 생존하는데 필요한 수단, 기술, 지원을 받기 위해 모험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와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고 대규모 무기 지원을 하며 파병까지 하는 한편 한국과의 관계는 단절하는 김정은의 행보에 대해 브뤼셀 행정대학원 라몬 파체코 파르도 한국 석좌는 “김정은이 러시아가 지지할 것임을 알고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와이 이스트웨스트센터의 진 리 객원연구원은 북한이 러시아를 믿고 소통에 약점을 보이는 한미일 동맹을 시험하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은이 보기에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것은 좋은 일”이라는 것이다.

27살의 나이에 후계자가 된 김정은은 경제 발전을 약속하면서 제재를 풀기 위해 북미정상회담을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이후 북한의 노선이 크게 바뀌었다. 김정은은 2020년 북한 주민들에게 제재로 인한 고통을 이겨내라고 강조했고 이후 코로나 팬데믹으로 북한의 고립이 심해졌다.

러시아가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기회를 잡은 김정은이 적극적으로 러시아를 지지했다.

김정은에게 러시아와 결속 강화는 돈, 에너지, 기술, 중국의 속박으로부터 자유를 넘어서는 지정학적 가치가 있다.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김정은이 운전석에 앉아 전쟁을 자신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못지않게 김정은에게 중요해진 것이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김정은이 북한의 명운을 러시아와 동맹에 걸면서 “루비콘 강을 건넜다”고 강조했다. “군대를 보내 유럽인을 살해하도록 한 일을 유럽이 잊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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