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업 공인중개사 19개월 연속 하락세
신규개업 업소 707곳 그쳐…역대 최저
접수자수 2021년 40만→올해 21만명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요즘 은퇴 후 제 2의 직업에 대해 고민이 많기는 하지만 공인중개사 자격 시험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거래가 잘 안 돼 문 닫는 공인중개사무소들이 워낙 많이 보이다보니 힘들게 공부해 시험에 합격해도 써 먹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은퇴를 앞둔 60대 직장인 A씨)
'제 2의 직업', '은퇴 후 선호 직업'으로 각광받던 공인중개사 직종의 인기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시험에 합격한 뒤 공인중개업소를 개업하는 중개사 수는 19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고, 시험에 응시하는 이들도 2015년 수준으로 급감했다.
29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전국의 개업 공인중개사 수는 11만3043명으로 8월 말(11만3147명)보다 104명 줄었다.
이는 개업 공인중개사가 가장 많았던 2022년 6월(11만8952명)과 비교하면 5909명 감소한 수치로, 전월 대비 개업공인중개사 수가 소폭 늘었던 2023년 2월(11만7923명) 이후 19개월째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전국에서 신규 개업한 중개업소 역시 707곳으로 전월(753곳) 대비 46곳 줄어들며 2020년 협회가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최저치를 경신했다. 신규 개업 수가 가장 높았던 2020년 1월(2082곳)과 비교하면 무려 1375곳이나 줄어든 것이다.
반면 휴·폐업 중개업소는 총 1002곳(폐업 902곳·휴업 100곳)으로 전월(폐업 965곳·휴업 97곳)보다는 그 수가 줄었지만 여전히 신규 개업 수보다는 한참 앞질렀다.
지역별 현황을 봐도 지난달 서울에서는 북부(폐업 75곳·휴업 4곳)와 남부(폐업 135곳·휴업 8곳)를 합쳐 총 222개 업소가 문을 닫았고, 경기에서도 북부(폐업 84곳·휴업 8곳)와 남부(폐업 170곳·휴업 19곳)를 통틀어 총 281곳이 영업을 멈췄다.
이외에도 신규 개업 업소(15곳)가 휴·폐업 업소(12곳)보다 많았던 강원을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에서 신규 개업 수가 휴·폐업보다 적게 나타났다.
이는 최근 급감한 부동산 매매거래량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 7월 9028건(계약일 기준)에 달했던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8월 들어 6332건으로 줄어든 뒤 9월에는 현재까지 신고분이 2910건에 그쳤다.
이러한 상황에 공인중개사 시험에 도전하는 인원 역시 감소하는 추세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 26일 진행된 제35회 공인중개사 시험에는 1차 시험에 13만3872명, 2차 시험에는 8만1209명 등 총 21만5081명이 접수했다. 이중 실제 시험을 치른 응시자는 4만5855명, 2차 응시자는 2만6811명 등 7만2666명이었다.
공인중개사 시험 접수자는 지난 2017년(1, 2차) 총 30만5320명으로 30만명을 넘긴 후 부동산 급등기인 2021년 39만9975명을 기록하며 40만명에 육박하는 숫자를 보인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부동산 하락기가 찾아오자 지난해 28만7756명까지 접수자가 떨어졌고, 올해는 이보다 7만2675명이 더 줄어들었다.
10월은 통상 이사철로, 부동산 거래가 대폭 늘어야 하는 시기다. 그러나 여전히 공인중개 업계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요인에 대해 부동산 중개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대출규제 의지가 여전하고, 기준금리는 내렸지만 시중 대출금리는 좀처럼 내려가지 않고 있어 주택구입을 위한 여건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높은 물가로 가처분소득이 줄어든 상황도 주택구입대출을 꺼리게 만드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파트 가격도 많이 내렸다고 하지만 아직은 비싸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다보니 좀더 지켜보자는 의견도 많다"며 "전세 보증금도 높은 편이라서 이사보다는 계약을 연장하려는 움직임이 강하다보니 거래량이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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