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홍 복지부 장관, 국정감사 출석해 답변
"교육 질 담보되면 의대 5년 단축 반대 안해"
대통령 사과에 대해선 "제가 판단할 사안 아냐"
"전공의 비공식적으로 접촉…논의 참여해달라"
"국민연금 보험료 역전 현상 방지 위한 특례 검토"
[서울=뉴시스]박영주 구무서 정유선 기자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대 교육을 6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에 대해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는다면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7일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대 교육을 6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안에 대해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질의응답 중 "만약 교육의 질을 담보하고 기간 단축이 가능하다면 저희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전날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 대책'을 발표하면서 현행 6년제인 의대 교육 과정을 최대 5년으로 줄이는 방안도 고려하겠다고 했다.
백 의원은 "6년도 부족하다는 게 의대 교수들의 전반적 의견인데 현실적으로 5년으로 줄이는 게 가능하겠나"며 "의료개혁을 하겠다고 했다가 질 낮은 의료 교육으로 전 국민 안전을 오히려 위협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교육부와) 사전에 구체적으로 협의는 못했지만 학사 일정 어려움, 의료 인력 공급 공백 방지를 위한 교육부의 고민이 담겼다고 생각한다"며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면서 교육 기간을 단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야당 의원들의 비판은 이어졌다. 서영석 민주당 의원은 "의대 교육이 무슨 덤핑 물건이냐? 세일하냐"면서 "2년 동안 수업을 안 하면 4년 수업하고, 3년 동안 수업을 못 하면 3년제로 바꿀 거냐?"고 강하게 질타했다.
소병훈 민주당 의원도 "교육부라면 우리나라 교육 정책을 신중하게 발표해야 하는데 마치 한두 사람을 위한 정부 부처가 돼 있지 않은지 우려가 된다'며 "이런 학사 교육 일정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가 있나"고 의문을 제기했다.
비판들에 대해 조 장관은 "(의대 증원은) 필수 의료 확충을 위한 전제조건이고 교육부가 발표한 것은 의료 인력 공급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의료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일은 없게 하겠다"고 답했다.
조 장관은 2025년도 의대 정원이 논의 가능한 것인지 묻는 박주민 복지위 위원장 질의에 대해선 "네"라고 답하면서도 "그렇지만 25년도 입시 절차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게 어렵다는 것을 상세히 설명드리겠다고"고 말했다.
이에 박 위원장이 "25년도 정원에 대해서 정부 태도는 변함이 없다. 요지부동이라는 것이냐"라고 묻자 "네"라고 답했다.
또 조 장관은 의료공백 사태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이 전공의에 있는지, 정부에 있는지에 대해 묻는 백 의원 질의에 "책임은 의료계에도 있고 정부에도 있다"고 답했다.
이번 의료공백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할 의향이 있느냐는 의원들의 질의엔 "늘 책임진다는 자세로 의료공백 최소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정무직 공무원으로 의료 현장이 급박하게 돌아가는데 (제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사실상 자진 사퇴 의사가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조 장관은 '의료대란 관련해 대통령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엔 "(대통령에게) 건의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복지부와 교육부가 주무 부처로 책임을 지고 (의료 개혁을) 하고 있다"며 "(의료대란은) 주무 장관이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것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강 의원이 "이 정도 건은 대통령 사과가 필요 없다는 게 장관의 입장인가"라고 재차 묻자 조 장관은 "대통령께서도 의료현장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의료 공백에 대한 사과는) 대통령이 결정할 사안이지 내가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조 장관은 전공의를 포함한 의료계와 비공식적인 접촉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전진숙 민주당 의원,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과의 질의응답 중 "(구체적으로) 공개하긴 그렇지만 의사단체와 비공식적으로 접촉하고 있다", "밝힐 수는 없지만 (전공의) 몇 분을 만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이주영 의원은 적립금 고갈과 민영화 포석에 대한 우려, 제대로 된 수련 환경에 대한 요구가 담긴 전공의들의 자필 메시지도 공개했는데, 이에 대해 조 장관은 "이런 것도 서로 만나서 얘기를 해야 의견을 주고 받는다"며 "전공의들이 써준 것도 정원에 한정된 게 아니라 의료시스템 전반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여야의정협의체도 좋고 의료개혁특별위원회도 좋으니 우선 참여한 다음에 논의를 하자"고 했다.
의료 인력 수급 추계 기구와 관련해선 의사 단체가 참여하지 않더라도 출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아직 (답변 시한인 18일까지) 시간이 있고 그 사이 여야의정협의체가 가동될 수도 있고, (참여하지 않으면) 최대한 참여하도록 시간을 벌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기초 작업부터 추진해서 (의사 추천 위원이) 복귀할 때 바로 결정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부연했다.
야당인 민주당에서 의료인력 추계 기구 법제화를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법제화하면 대의기관에서 (의료 인력 추계를) 결정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법으로 정하면 탄력적으로 (인력을) 정하기 어렵지 않냐"면서 "그런 부분도 같이 논의했으면 한다"고 짚었다.
또 최종 결정을 내리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이 추계위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이론적으로 그럴 수 있지만 잘 협의돼 온 걸 보정심에서 엎는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의료 개혁이 민영화를 위한 과정이 아니냐는 질의에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정부가 하는 모든 정책은 국민 건강을 위하고 의료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의료 정상화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소 의원이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을 향해 "전공의 복귀를 내년 3월로 확신하냐"고 묻자, 박 차관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을 경우 플랜B에 대해 묻자 박 차관은 "지금 운영하는 비상진료체계를 차질 없이 해서 중증 진료가 공백 없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헬기특혜 논란'과 관련해 서울대병원과 부산대병원 의료진이 징계 절차를 밟고 있으니 불명확한 응급헬기 출동 기준을 개선해달라는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의 요구엔 "관련 부처와 협의해 규정을 업데이트 할 건 업데이트하고 보완할 건 보완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경증환자 응급실 분산책에 따라 경증환자 의료 이용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엔 "경증 환자가 쉽게 인식하고 쉽게 방문할 수 있는 인프라 추가 확대 필요성에 동의한다"며 "경증환자 응급센터에 대한 시범사업 추진 등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현재 상황에 대해 "(현재 의료 체계는) 사회적 재난에 준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 중"이라고 하면서 건보 재정 투입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조 장관은 "건강보험이라는 게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재정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비상 진료 건보 투입은 불가피하다"며 "이게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장성 강화 관련해서는 (문재인 정부가) 국민에게 혜택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 항목에서는 과다한 진료가 감사에 의해 밝혀졌기 때문에 개선하자는 것"이라며 "건보 재정도 아껴 쓰겠지만 비상진료 체계에서 불가피하다. (의료진) 수가를 올려주는 게 국민 서비스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현재 의료체계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며 "의료 인력의 30~40%를 담당한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났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장 의료진의 헌신과 국민 도움으로 비상진료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조 장관은 의료공백으로 암 수술 건수가 줄었다는 지적과 관련해 "정부가 가장 걱정하는 것도 암 질환 지표"라며 "상급종합병원이 많이 줄었고 종합병원은 늘었는데 종합병원이 상급종합병원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국립암센터, 지역별 암센터 가동률을 최대치로 올리고 협력을 강화하는 비상 진료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신준식 자생한방병원 이사장이 특허를 갖고 있는 '하르파고피툼근'(천수근)이 지난 3월 2차 건강보험 시범사업 대상 한약재로 인정된 것을 두고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신 이사장은 이원모 대통령 인사비서관의 장인이다.
강선우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신준식 자생한방병원 이사장이 가깝다"며 "신 이사장의 차녀에게 자신이 아끼는 막내 검사 이원모 (인사비서관)를 소개해 준 사람이 윤 대통령"이라고 짚었다.
그는 "윤 대통령 중매로 자생한방병원은 이 비서관 처가가 운영하는 병원이 됐다"며 "이 비서관 아내 신지현씨는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할 정도로 김건희 여사와 친하다"고 했다. 또 "심평원(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강준구 원장 자녀 강모씨는 이 비서관실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조 장관은 자생한방병원 특혜 의혹과 관련해 감사가 필요하다는 서영석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이유와 근거를 알아보고 필요하면 감사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개혁안을 두고서도 조 장관과 의원들간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조 장관은 세대별 연금 보험료 인상 차등과 관련해 불과 1살 차이로 보험료 차이가 과도하게 발생하지 않도록 특례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지난달 국민연금 개혁 정부안을 발표하면서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세대별로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다르게 하기로 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에 따르면 연령별로 차등 부과를 하다보니 1년 또는 한 달, 하루 차이로 뒷 세대보다 추가 보험료를 더 많이 납부하는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한 달 차이로 추가 보험료를 내야 하는 가입자는 103만 명, 하루 차이로 추가 보험료를 내야 하는 가입자는 2590명이다.
김 의원은 "이런 억울한 사례는 1975년생, 1985년생, 1995년생에 각기 발생한다"며 과연 이들에게도 공평한 세대간 차등 부과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4개년도(출생자)에 보험료 역전 현상이 일어나는데, 그건 특례를 적용해서 보험료 인상이 뒷세대를 넘지 않게 특례를 적용할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또 김 의원이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할 경우 현행 제도와 비교해 약 7000만원의 급여가 삭감된다고 지적하자 "삭감이라기보다는 인상에 제한을 하는 것"이라며 "자동조정장치 발동 시기나 제도 설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국회서 충분한 토의와 합의를 거쳐 개혁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주류 용기에 음주운전 위험성 메시지를 표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엔 "경고 문구를 바꾼다든지 별도의 도로교통법을 개정해서 강력히 규제해야 할지는 부처간 협의하겠다"고 했다.
지역의사제 등에 대해선 "부작용을 최소화 한다면 검토 안 할 일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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