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골드아폴로사 제품 도착전 사전 조작으로 1~2 온스 폭발물 이식
“휴대폰 안쓰고 호출기 통신 수단 삼은 헤즈볼라의 아킬레스건 타격”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레바논과 시리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한 페이저(호출기)는 페이저에 사전에 심어진 1~2 온스(28.3∼56.6g) 가량의 폭발 물질이 원격으로 작동했기 때문이라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8일 보도했다.
NYT는 헤즈볼라가 대만의 골드아폴로사로부터 주문한 호출기는 레바논에 도착하기 전에 폭발물질이 심어지는 조작을 거쳤다고 미국 및 기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대부분은 이 회사의 AP924 모델이지만, 다른 골드아폴로 모델 3개도 선적에 포함됐다.
폭발물은 무게가 1~2온스에 불과하며 호출기 배터리 옆에 이식되어 있었다. 폭발물을 폭발시키기 위해 원격으로 작동할 수 있는 스위치도 내장되어 있었다.
27일 오후 3시 30분 호출기가 헤즈볼라의 지도부에서 온 것처럼 보이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두 명의 관리가 말했다. 메시지는 잠시 후 폭발물을 작동시켰다. 이 장치는 폭발하기 전 몇 초 동안 ‘삐’소리가 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었다.
레바논의 보건부장관은 국영 언론에 최소 9명이 사망하고 2,800명 이상이 부상당했다고 말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이 공격을 조직했다고 비난하면서도 호출기 폭발의 세부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공격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배후에 있다고도 말하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사이버보안 전문가들은 폭발의 강도와 속도가 일종의 폭발물로 인해 발생한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 회사 위드시쿠어의 전문가이자 유로폴의 사이버범죄 고문인 미코 히포넨은 “이 호출기는 이런 종류의 폭발을 일으키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개조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폭발의 크기와 강도를 보면 배터리만 폭발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텔아비브대 사이버보안 분석가이자 연구자인 케렌 엘라자리는 “이 공격이 헤즈볼라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올해 초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가 휴대폰 사용을 엄격히 제한한 뒤 주요 통신 수단으로 사용해온 호출기를 공격한 것은 “통신의 아킬레스건을 강타한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호출기가 이전에도 공격 대상이 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정교한 공격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헤즈볼라는 레바논 전역의 대원들에게 페이저를 배포했고 일부는 이란과 시리아의 헤즈볼라 지지자들에게도 전달됐다.
다만 호출기를 언제 주문해 레바논에 도착했는지, 도착 전 폭발물 이식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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