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로 끼어든 '여의도' 정쟁
곽노현 "尹정부 심판하는 선거"
조전혁 "보수우파 절박함 있어"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가 정치 싸움으로 번졌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헌법 가치가 무색할 정도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의 공천 없이 진행된다. 교육 행정을 이끌어 갈 후보자들이 정치적 색을 빼고 당명 없이 정책으로 싸워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난 2주 간 교육감 선거에 출사표를 낸 후보자들은 '진보', '보수'를 자처하며 누구보다 뚜렷한 정치색을 드러내고 있다. 진보 성향의 후보들은 하나 같이 더불어민주당을 떠올릴 만한 푸른 색 계열의 현수막을, 보수 성향의 후보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인 붉은 색 현수막을 앞에 세웠다.
9일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10월16일 보궐선거 대상은 부산 금정구청장, 인천 강화군수, 전남 영광군수와 곡성군수, 그리고 서울교육감이다. 정계에서는 수도(首都) 교육감 보궐선거 덕분에 이번 재보선이 사실상 광역단체장급으로 판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함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이번 선거로 리더십 시험을 치르는 것이라는 해석까지 나온다.
교육계로 끼어든 '여의도' 정쟁…곽노현 "尹정부 탄핵 선거"
곽 전 교육감은 지난 2012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교육감직에서 중도하차했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진보 진영 경쟁자였던 박명기 후보에게 단일화를 목적으로 금품 제공을 약속했고, 이듬해 2억원을 건넨 혐의였다. 출마 기자회견에서 당시 사건에 대한 질문을 받은 곽 전 교육감은 "나는 내 양심의 법정에서 당당하고 떳떳하다"며 "대법원 판결에 전혀 승복할 수 없다"고 답했다.
보수 성향 후보인 조전혁 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즉각 비판에 나섰다.
조 전 의원은 7일 페이스북에 "좌파 저 인간들은 하나같이 참 편리한 '법정'을 갖고 있다"며 "이 작자들은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양심을 운운한다"고 했다.
또 대변인단 논평을 통해 "후보 매수죄로 실형을 살았던 자가 출마를 논하는 행태 자체가 반교육적"이라며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양심을 운운한다. 고약한 심보"라고 했다.
국민의힘 상징(PI·Party Identity)인 빨강 배경의 백보드와 빨강 넥타이를 매고 출마 선언을 한 조 전 의원은 "보수우파 애국시민 여러분들은 서울시교육감을 진보좌파 세력에 빼앗길 수 없다는 절박함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진보계 후보 사이에서도 곽 전 교육감의 발언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최보선 전 서울시교육의원은 "곽 전 교육감이 대통령의 탄핵을 운운했다. (정부를) 비판하는 건 용납될 수 있지만 탄핵이라는 건 여의도에서 해야하는 이야기 아닌가"라며 "교육은 정치적 중립성을 띄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한 그 역시 현수막은 밝은 초록색에서 시작해 우측으로 갈수록 진한 파란색으로 변하는 민주당 PI를 그대로 따온 채였다.
선거 때면 반복돼 등장하는 인물들, 교육감 자격 있나
진보계 후보로 분류되는 김경범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에 대해서도 자질 논란이 불거졌다. 김 교수는 교육부 대입제도혁신위원장과 국가교육회의 위원으로 일한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교육부가 발표하기로 한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시안'을 미리 입수, 이를 교육계 관계자들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대입제도 개편시안은 각종 커뮤니티와 학원가로 확산됐다. 교육 정책의 중요도와 파급력을 이해하지 못한 후보라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한편 보수 진영 단일화는 수일째 공전 상태다. 단일화를 추진하는 시민 단체 모임인 '바른교육국민연합(바교연)'과 '범시민사회단체연합(범사련)'이 '중도우파 후보단일화 통합대책위원회(통대위)'를 구성해 단일 후보를 선출하기로 확정했는데 이들 기구를 신뢰할 수 없다는 또 다른 시민단체가 등장하면서다.
보수 교육계에서는 "단일화 기구도 단일화가 안 됐다"는 자조가 나온다. 진보 진영 단일화를 추진하는 '2024서울민주진보교육감추진위(추진위)'는 단일화 참석 의사를 밝힌 후보 8명과 단일화 방식을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