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계 후보 8명, 단일화 합의
진보 "늦어도 7일까지 룰 결정"
보수, 단일화 기구마저 쪼개져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내달 중순으로 예정된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를 앞두고 진보 교육계가 후보 단일화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교육계 진보 인사들이 만든 '2024 서울민주진보교육감추진위원회'는 5일 단일화에 동참한 후보자 8명과 기자회견을 열고 "단일화는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공정하게 추진하겠다"며 6일, 늦어도 7일까지는 경선 룰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보수 교육계는 단일화 기구마저 쪼개진 상황이다.
보수 진영 시민단체 모임인 '바른교육국민연합(바교연)'과 '범시민사회단체연합(범사련)'이 각자 단일화의 키를 잡겠다고 나서면서다. 이대로라면 보수 후보들의 단일화는 또다시 좌초될 것으로 보인다.
진보 교육계 후보 8명 한 자리…"공중분해 되지 않도록"
강신만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위원장,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김경범 서울대 교수, 김용서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 김재홍 전 서울디지털대 총장, 안승문 전 서울시교육위원,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 홍제남 전 서울특별시남부교육지원청 교육국장 등이 추진위에 후보 등록을 했다. 다만 범진보계로 분류되는 최보선 전 서울시교육의원은 정파에 휘둘리지 않겠다며 독자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8명의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각자의 정견을 발표한 뒤 성공적인 단일화를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추진위는 약 한 달 후 치를 선거이기 때문에 이번 단일화는 여느 때보다 짧은 시간, 공정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욱천 추진위 대변인은 "공정·신속·숙의·신뢰·참여 등의 원칙으로 단일화 룰을 만들겠다"며 "내일(6일) 후보 대리인들과 함께 단일화 룰 미팅을 한다"고 전했다. 강 대변인은 늦어도 7일까지는 단일화 룰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후보들이 각자의 경쟁력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하겠다. 누구에게 특별하게 유리하지 않고, 치열하게 토의하는 방식을 갖추겠다"며 "단일화 룰을 갖추지 못해 공중분해가 되는 게 저희가 생각하는 최악의 수다. 그 순간이 오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마지막 순간까지 단일화 룰 확정이 되지 않는다면 추진위는 가장 합리적인 안을 갖고 설득하는 과정을 갖겠다"며 "후보들과 논의하는 과정이 있을 거다. 이 시점이 최대한 이달 20일을 넘지 않게 하겠다"고 했다.
보수 교육계, 자중지란…후보도 아직 안 모여
조 전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시교육청 정문에서 출마선언을 하며 "단일화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22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당시 단일 후보로 추대됐으나 다른 후보들이 경선 과정의 불공정을 제기하며 단일화 기구에서 이탈, 결국 반쪽짜리 후보로 선거를 치러야했다.
조 전 의원은 "2년 전에도 저는 단일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배신한 적이 없다"며 "저로 단일화가 되지 않더라도 약속을 깨고 출마하는 비겁한 짓은 안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수 교육계의 단일화는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보수 교육감 후보 단일화 기구 자체가 '바교연'과 '범사련' 두 곳으로 쪼개지면서다. 범사련은 지난 2일 단일화 추진에 합의하며 기구를 합치기로 했으나 사흘째 경선 룰을 놓고 내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바교연은 여론조사 100%로 경선을 치르자는 방침인 데에 비해 범사련은 선거인단, 혹은 검증위원회 등을 통해 후보의 전문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면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단일화 기구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후보도 아직 없다. 후보들은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단일화 기구의 신뢰성 문제", "룰의 공정성 문제" 등을 거론하며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선거까지 약 40일이 남은 상황에서 단일화 시점이 늦어질수록 보수에는 불리한 구조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보수 진영이 분열 양상을 보이면 2년 전 교육감 선거와 비슷한 구도가 재연될 수도 있다. 2022년 선거에서 박선영·조전혁·조영달 후보 등 보수 후보 3명은 모두 선거에 나서 각각 23.1%, 23.49%, 6.6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세 명의 득표율을 합하면 조희연 전 교육감(38.1%)의 득표율을 앞지른다.
바교연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룰을 놓고 혼란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진보 교육계가 서둘러 단일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뒷북을 칠 수밖에 없다. 최대한 빠르게 후보 간 합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