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8월 소비자물가 동향' 발표
근원물가 1.9%…36개월만에 최저폭
석유류 0.1%↑…6개월만 최저 상승
채소류 전월대비 16.3%↑…폭염 탓
[세종=뉴시스]임소현 용윤신 기자 =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상승폭을 크게 줄이며 41개월 만에 가장 낮은 2.0%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영향으로 석유류 상승폭이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근원물가)는 3년 만에 1%대 상승폭을 보였다.
폭염으로 인해 시금치 가격이 62.5% 뛰는 등 채소류 가격은 전월보다 두 자릿수 상승폭을 보이며 들썩였다. 과일 가격도 배(120.3%) 등 일부 품목을 중심으로 여전히 높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햇과일 출하로 인해 상승폭은 줄어드는 추세다.
정부는 가격 오름세가 크게 둔화된 가운데 추가 충격이 없다면 2% 초반의 물가 안정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가올 추석 연휴 전후로 물가 상승폭이 확대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4.54(2020=100)로 1년 전보다 2.0% 올랐다.
계절적 요인 등을 고려해 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8월(3.4%), 9월(3.7%), 10월(3.8%), 11월(3.3%), 12월(3.2%)까지 5개월 연속 3%대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1월(2.8%) 2%대로 상승폭이 줄었다가 2월(3.1%)부터 3월(3.1%)까지 다시 3%대로 확대됐다. 4월(2.9%) 다시 2%대를 기록한 후 5월(2.7%)과 6월(2.4%), 7월(2.6%)에도 2%대를 유지했다.
농축산물과 석유류 물가 안정세로 한 달 만에 상승폭이 0.6%포인트(p) 하락하며 2.0%를 기록, 2021년 3월 1.9% 상승 이후 3년 5개월 만에 최저 상승폭을 보였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년5개월만에 최저 상승"이라며 "지난달에 비해 전기·가스·수도는 올랐지만 유가 상승폭이 많이 축소됐고 농산물도 (상승폭이) 많이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보다 2.1% 상승했다.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2% 올랐다.
품목별로 보면 상품과 서비스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각각 1.7%, 2.3% 상승했다.
아몬드를 제외한 과일류인 신선과실은 전년보다 9.6% 올랐다. 농축수산물은 전년보다 2.4% 올랐고 농산물만 보면 3.6%로 상승폭이 더 컸다.
특히 배 가격은 120.3% 상승하면서 높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사과는 17.0% 증가하며 상승폭이 크게 꺾였다.
김은 29.8% 상승하며 높은 상승세가 지속됐고 배추는 9.6% 올랐다. 오징어도 13.5% 올랐고 수입쇠고기는 8.1%, 돼지고기는 2.8% 상승했다.
전월 대비로는 8월 폭염으로 인해 채소 가격이 들썩였다. 시금치가 62.5% 올랐고 상추도 41.4% 올랐다. 배추(37.6%), 토마토(17.5%)도 상승했다.
농산물이 전체 물가 상승에 기여한 정도는 0.19%p로 나타났다. 수산물은 1.8% 올랐다.
공미숙 심의관은 "채소류는 생육주기가 짧아서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고 등락도 크다"며 "지난해 (물가가) 많이 높았기 때문에 기저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공 심의관은 "사과·배의 경우 햇과일이 나오며 상승폭이 계속 떨어질 것"이라며 "몇개월간 최대 상승이다가 상승폭이 이번에 꺾였지만 낮은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축산물은 국산쇠고기(-2.7%), 닭고기(-8.0%) 등이 도축마릿수 증가 등의 이유로 떨어졌지만 수입쇠고기가 8.1%, 돼지고기는 2.8% 오르면서 0.8% 상승했다.
공업제품은 1.4% 올랐다. 라면(-3.6%) 등 가공식품 물가는 1.9% 상승했다.
국제유가 영향으로 석유류는 0.1% 상승해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긴 했지만 상승폭이 대폭 줄었다. 석유류 상승폭은 올해 2월 1.5% 하락한 이후 최저다.
이에 대해 공 심의관은 "국제유가 영향을 많이 받고 작년에 비해서 기저효과가 있어서 많이 떨어졌다"며 "석유류 자체는 증가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국제 LPG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자동차용 LPG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6.8% 상승했다.
도시가스(6.9%), 지역 난방비(9.8%) 상수도료(3.8%) 등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3.3% 상승했다.
서비스 물가 중 공공서비스 물가는 1.4% 올랐다. 개인 서비스 물가는 3.0% 상승했다. 이 중 외식 물가는 2.8% 올랐다. 외식 제외 물가 상승률은 3.2%였다.
집세는 월세가 0.9% 오르는 등 전년보다 0.4% 올랐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보여주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1년 전보다 1.9% 증가했다. 2021년 8월 1.9% 증가한 후 36개월만에 최저 상승폭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2.1% 상승했다.
정부는 추세적인 물가를 보여주는 근원물가 상승폭도 2021년 11월(1.9%)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만큼 이 같은 물가 안정 기조가 정착될 수 있도록 총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추석 연휴가 다가오면서 성수품 중심으로 수요가 확대돼 물가 상승이 우려된다. 정부는 배추·무, 사과·배 등 20대 성수품을 역대 최대인 17만t 공급하고, 700억원 규모의 농축수산물 할인지원을 추진하는 등 물가 안정 노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변동성이 높은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하고 추세적인 물가를 보여주는 근원물가도 3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가계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들로 구성된 생활물가도 전년동월비 2.1% 상승하면서 13개월(2023년7월 2.0%)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에도 기상이변, 국제유가 불안 등 추가 충격이 없다면 2% 초반의 물가 안정 흐름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정부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물가 안정 기조의 확고한 정착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