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정기국회서도 '재표결 정쟁' 되풀이될 듯
금투세 폐지·연금·검찰개혁·특검 등 충돌 전망
지역화폐 발행 여부 등 예산안 심사 난항 예상
"예산안 처리 역대급으로 늦어질 것" 전망 벌써 나와
[서울=뉴시스] 이승재 조재완 기자 = 오는 2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22대 국회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여야 모두 민생을 뒷받침하기 위한 입법을 다짐했지만, 쟁점 법안에서 의견 차이를 좁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여소야대 국면에서의 충돌도 불가피하다.
예산을 두고서도 입장 차이가 명확하다. 앞서 정부는 긴축 재정 기조를 담은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했고, 여당도 '재정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이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면서 대대적인 칼질을 예고했다.
재표결 법안·금투세 폐지·특검 등 대치 정국 불가피
이 6개 법안은 오는 26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재표결에 부쳐진다. 국민의힘은 해당 안건을 모두 부결시키겠다는 방침이며, 법안은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는 내년부터 도입되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등 세법개정을 두고서도 신경전을 이어갈 전망이다. 이는 이날 오후 예정된 여야 대표회담의 공식 의제이기도 하다.
국민의힘은 투자자들의 세 부담을 줄여줘야 하고, 늦어도 가을 전에는 폐지 신호(시그널)를 보내야 주식시장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민주당의 경우 이재명 대표가 금투세 유예 또는 완화에 찬성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부자 감세'로 보는 당내 반발도 있기 때문에 당내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키를 잡고 추진하는 연금개혁도 이번 정기국회의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세대별 보험료 인상 속도 차등화와 자동안정장치 도입이 골자다.
여당은 이달 안에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빠른 시일 내에 최종안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세대 간 차별과 차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야당이 추진하는 검찰개혁 법안 등을 두고서도 맞붙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 조국혁신당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내용의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면서 민주당의 협조를 요구한 바 있다.
또한 야당은 채상병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등 각종 특검 카드도 손에 쥐고 있다. 이를 꺼내들 경우 여야 대치는 더 격해질 수밖에 없다.
앞서 국민의힘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추진할 주요 법안으로 170개를 선정했다. 세부 분야는 민생경제·저출생·의료개혁·미래먹거리·지역균형발전·국민안전 등 6개다.
민주당도 우선 입법과제로 165개를 추렸다. 여기에는 경제살리기법 102개, 나라바로세우기법 27개, 미래예비법 24개, 인구대비법 12개 등이 포함된다.
여 "정부 예산안 사수" vs 야 "현미경 심사 돌입"
이에 대해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최근 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가 바라보는 경상성장률인 4.5%에 한참 못 미치는 긴축 예산"이라고 지적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정식 제출하는 대로 현미경 심사에 돌입할 것"이라며 "부자 감세를 저지하고 불요불급한 예산을 악소리 날 만큼 삭감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정부 예산안을 뜯어고쳐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등에 새로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런 내용을 담은 일명 '지역화폐법 개정안'을 추석 전에 통과시키겠다는 계획도 이미 제시했다.
여당은 건전재정 기조를 지키기 위해서는 지출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나랏빚을 너무 늘려서 지금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논리에 따른 것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얼마 전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정부 예산안을 사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 정책위의장은 "빚을 내서 돈을 지원하고, 그 빚을 자식 세대인 MZ세대가 갚아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지양해야 한다"며 "민주당과도 논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연말 예산안 처리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여야 이견으로 최소한의 예산만 전년도에 준해 편성하는 준예산이 집행될 수 있다는 말도 벌써부터 돈다.
국회 선진화법이 시행된 이후 가장 늦은 예산안 처리 기록은 2022년 12월24일이다. 지난해에는 이보다 사흘 빠른 12월21일에 예산안을 넘긴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