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자리 낙하 후 뒤집혀…"이례적인 상황"
소방 "에어매트 정상 설치"…경사 등 영향?
매트 잡지 않고 낙하 신호 없었다? 논란도
에어매트 '최후수단'…곧 통합 매뉴얼 마련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7명이 숨지는 등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부천 호텔 화재 당시 투숙객 2명이 7층 객실에서 에어매트(공기안전매트)로 뛰어내렸다가 사망하면서 에어매트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낙하 직후 에어매트가 뒤집혀 인명 피해가 커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에어매트 '무용론'과 소방 당국의 대처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모습이다.
이번 화재로 불거진 에어매트를 둘러싼 의문점들을 정리해봤다.
24일 소방당국 설명과 목격자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화재는 지난 22일 오후 7시34분께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에 있는 한 호텔에서 발생했다.
화재 신고는 5분 뒤인 오후 7시39분께 접수됐으며, 소방 선착대는 신고 접수 4분 뒤인 7시43분께 현장에 도착했다.
이 때 807호 객실(7층) 창문에서 한 남성이 큰 소리로 "살려주세요"라고 외쳤고, 소방 대원들은 곧바로 호텔 외부 1층에 에어매트를 설치했다.
오후 7시55분께 화염과 검은 연기가 심해지자 남성은 같이 있던 여성을 먼저 에어매트로 뛰어내리게 했다. 그러나 여성이 떨어진 지점은 매트 가운데가 아닌 '가장자리'였고, 반동에 의해 매트가 일자로 크게 들리면서 뒤집히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소방 대원들이 여성을 구조할 겨를도 없이 2~3초 뒤 남성이 뛰어내렸고, 남성은 매트가 없는 바닥으로 그대로 떨어졌다. 이들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특히 낙하 직후 에어매트가 뒤집혀 인명 피해가 커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에어매트 '무용론'과 소방 당국의 대처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모습이다.
이번 화재로 불거진 에어매트를 둘러싼 의문점들을 정리해봤다.
에어매트, 왜 뒤집혔나?
화재 신고는 5분 뒤인 오후 7시39분께 접수됐으며, 소방 선착대는 신고 접수 4분 뒤인 7시43분께 현장에 도착했다.
이 때 807호 객실(7층) 창문에서 한 남성이 큰 소리로 "살려주세요"라고 외쳤고, 소방 대원들은 곧바로 호텔 외부 1층에 에어매트를 설치했다.
오후 7시55분께 화염과 검은 연기가 심해지자 남성은 같이 있던 여성을 먼저 에어매트로 뛰어내리게 했다. 그러나 여성이 떨어진 지점은 매트 가운데가 아닌 '가장자리'였고, 반동에 의해 매트가 일자로 크게 들리면서 뒤집히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소방 대원들이 여성을 구조할 겨를도 없이 2~3초 뒤 남성이 뛰어내렸고, 남성은 매트가 없는 바닥으로 그대로 떨어졌다. 이들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전문가들은 그간의 사례를 봤을 때 이번과 같이 에어매트가 뒤집히는 경우는 굉장히 드문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낙하하는 과정에서 자세가 부정확해 부상을 당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번처럼 에어매트 자체가 뒤집혀진 경우는 사실 흔한 상황은 아니다"며 "이례적인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일반적으로 뛰어내리는 충격에도 잘 뒤집혀지지 않는 것이 에어매트"라며 "이렇게 뒤집혀지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고 했다.
에어매트 설치, 문제 없었나?
이에 대해 소방 당국은 "에어매트는 정상적으로 설치됐다"는 입장이다.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은 "(에어매트는) '10층 이상용'으로 정상 설치했다"며 "창문도 작았고 중앙 부분으로 낙하해야 가장 안전해 그렇게 하도록 매뉴얼이 돼 있는데, (첫 번째 뛰어내린 분은) 모서리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현장에 설치된 에어매트는 가로 7.5m, 세로 4.5m, 높이 3m 규모다. 10층 높이에서도 뛰어내릴 수 있도록 제작된 것으로, 공기가 주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게만 126㎏에 이른다. 뒤집혀지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조 본부장은 다만 "(에어매트를 설치한) 주차장 바닥이 약간 경사가 있었다"며 "경사가 있고 모서리로 떨어진 것과 관련해 (에어매트가) 뒤집히는 현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전문가 자문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한 때 SNS 상에는 현장 목격자들이 찍은 사진에 '119부천 소방서' 글씨가 거꾸로 뒤집혀 있어 '소방 당국이 처음부터 에어매트 설치를 잘못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추락 후 뒤집힌 사진인 것으로 확인됐다.
에어매트 잡아주는 사람 없었다?
이 장관이 "(에어매트를) 잡고 있거나 그러지 않느냐"고 묻자 조 본부장은 "당시 (구조 활동 등으로) 인원이 부족해 일부 사람은 있었는데 딱 잡아주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자칫 소방 대원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 교수는 "소방장비 기본 규격에는 에어매트를 잡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돼 있지만, 낙하하는 사람과 부딪힐 경우 소방관의 안전도 위험할 수 있다"며 "뒤집힐 우려가 있다면 이를 고정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어매트 낙하 당시 소방 대원의 신호나 유도 없이 투숙객이 뛰어내린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교수는 "신호에 맞춰 뛰어내리는 게 제일 안전한 방법이지만, 현장 상황에 따라 그렇게 될 수 없는 경우도 있다"며 "이 때는 낙하하는 사람도 매트에 사람이 있는지, 매트가 제대로 펼쳐져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화재 현장에는 고가 사다리차도 출동했지만 투입되지는 못했다.
사다리차를 전개하려면 양쪽에 날개 같은 '아우트리거'를 펼쳐 고정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최소 6~8m 정도의 공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당시 도로 폭이 이보다 좁고 주차된 차량이 많아 진입이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에어매트는 무용지물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고층에서의 에어매트는 위험성이 더 큰 만큼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 교수는 "법에서 정하고 있는 피난 기구라는 것은 정상적인 대피가 불가능할 때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완벽하게 안전을 보장해준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정말 위급한 순간에 마지막으로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층 화재 시에는 정상적인 피난 계단이나 피난용 승강기를 우선 이용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만 에어매트나 완강기를 사용하는 게 맞다"며 "이조차도 어려우면 수건에 물을 묻혀 코와 입을 막은 뒤 창가에 있는 게 안전하다"고 했다.
높이가 5층 이하라면 에어매트 낙하 요령을 정확히 숙지할 필요도 있다.
매트 중앙 부분을 착지점으로 겨냥해 뛰어내리되 다리를 약간 들어주면서 고개를 앞으로 숙여 엉덩이 부분이 먼저 닿도록 하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앞 사람이 매트에서 완전히 내려간 것을 확인하고 10초 정도 여유를 둬 뛰어내리도록 한다.
한편, 소방청은 그간 에어매트와 관련한 '통합 매뉴얼'이 없었다는 지적에 따라 뒤늦게 에어매트 설치·훈련 등의 내용을 담은 소방청 차원의 통합 매뉴얼을 조만간 만들 계획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그동안은 각 소방서가 자체적으로 지역에서 실정에 맞게 매트를 구매해 제조사가 안내하는 사용 설명서에 따라 훈련을 진행해왔다"며 "에어매트 설치 시 유의 사항과 사용 방법 등을 넣어 훈련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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