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보수진영 내 복권 반대 여론 감안
측근 통해 간접적으로 반대 입장 표명
친한계 핵심 인사 "여론 전달하되 충돌은 안돼"
국힘, 12일 최고위 미개최…한, 공개 발언 안할 듯
대통령실·친윤은 불쾌감…"대통령 무시한 것"
[서울=뉴시스] 이재우 하지현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권에 반대 입장을 내놨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연루된 김 전 지사 복권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보수 진영 내부에 적지 않은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많은 당원들이 반대 의견을 내는 것을 고려한 측면도 있다. 다만 한 대표가 직접 반대 메시지를 내진 않으면서 대통령실 또는 친윤계와 정면 충돌까지는 가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한 대표는 김 전 지사가 선거 공정성을 훼손한 중죄를 범하고도 이를 인정하고 반성하지 않는 점을 들어 복권에 반대하고 있다. 친한계는 한 대표가 법무부 장관 시절인 2022년에도 김 전 지사 사면·복권을 반대했다고 설명한다. 한 대표는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사면심사위)가 김 전 지사를 복권 명단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진 이후 대통령실에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는게 한 대표 측근들의 설명이다.
친한계 당직자는 11일 뉴시스에 "당원들의 복권 반대 목소리가 크다. 당원들의 목소리를 대표가 전달한 것"이라며 "윤한 갈등이라고 해석하는 건 너무 나간 것"이라고 했다.
또다른 친한계 의원도 "한 대표는 대통령실 여러 경로틀 통해 김 전 지사 복권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당정 갈등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 당대표가 충분히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친한계 인사들은 한 대표의 복권 반대 입장을 전하면서도 사면·복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고 한 대표의 반대는 원론적인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한 대표가 김 전 지사 복권 논란에 직접 발언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여기에는 한 대표가 대통령실과 정면 충돌하는 양상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말하자면 "반대는 하지만 갈등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한 대표의 한 측근은 "김 전 지사 복권에 대해 반대하는 여론이 보수 진영에 많은 만큼 그 여론을 대통령실에 전달하는 것은 필요하다"면서 "다만 '윤·한 충돌'로 가서는 안된다"고 했다.
한 대표는 김 전 지사 복권 반대 입장이 알려진 이후 당 안팎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이 12일 최고위원회를 열지 않기로 한 만큼 김 전 지사 복권이 결정되기 전 한 대표가 공개석상에서 공식 입장을 내놓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통령실과 친윤계는 한 대표를 향해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은 사면·복권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2022년 사면심사위에서는 이견이 없었다고 밝히면서 한 대표가 김 전 지사의 복권에 반대 의견이라면 장관 시절에도 사면이나 복권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어야 한다고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친윤계인 권성동 의원은 뉴시스 등 언론에 한 대표의 김 전 지사 복권 반대 입장은 "윤석열 대통령을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 전 지사의 '드루킹' 사건이 민주주의 파괴라서 사면하면 안 된다는 논리는 성립이 안 된다"며 "(선거 범죄 중) 돈 쓰는 것도 민주주의 파괴고 허위사실 흑색선전도 다 민주주의 파괴다"라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은 오는 13일 국무회의에서 김 전 지사 등 광복절 특사 사면·복권 대상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 전 지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2021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돼 복역하다 2022년 12월 신년 특사로 사면됐지만, 복권은 되지 않았다. 피선거권이 2027년 12월까지 제안돼 있지만 광복절 특사로 복권되면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통령 선거 출마도 가능해진다. 친문 인사인 김 전 지사는 야권 내 친문계 결집의 구심점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어 야권 내부 '이재명 일극 체제'를 흔들 수 있는 인물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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