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신 "이번 생이 마지막 '잘 놀다 가지 않으면 불법"[조수원 BOOK북적]

기사등록 2024/07/27 07:00:00

에세이 '겪어보면 안다' 출간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에세이 '겪어보면 안다' 저자인 소설가 김홍신이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7.27.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에세이 '겪어보면 안다' 저자인 소설가 김홍신이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7.2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조수원 기자 = "사람은 딱 한 번 밖에 못삽니다. 그러므로 살아 있는 동안 즐겨야 합니다. 물론 울고불고 짜증 내고 투덜거릴 일이 수도 없이 많지만 스스로 즐거운 일을 만들어가며 살아야 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인생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하지만 인생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자신만의 명답을 찾아야 합니다. 인생의 명답은 딱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번 생이 마지막이기에 '잘 놀다 가지 않으면 불법'입니다.'"(81쪽)
소설가 김홍신(77)이 에세이 '겪어보면 안다'를 출간했다. 최근 서울 서초동 자택에서 만난 그는 여유로워 보였다.

노년기에도 여전히 글을 쓰며 작가로서 생활을 멈추지 않고 있는 그는 "재밌게 살아야 한다"는 철학이다.

직장인으로서 매일 일하러 가는 게 쉽지 않다고 하자 그는 "출근할 때는 오늘 회사에 놀러 간다는 생각으로 주어진 일을 놀이하듯 즐겨야 한다"며 "아이들이 몇 시간씩 밥도 안 먹고 오락을 즐기는 것처럼 회사에서도 즐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월급날에 돈이 나오는데 놀고 돈 받았으니 공돈이잖아요. 공돈 쓰는 게 얼마나 재밌는데요."

하지만 그도 안다. 재밌게 사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저도 말할 때 뿐이고 그냥 살던 대로 또 살더라고요. 그게 인간이에요."

그는 "만약에 사람들이 겪어봐서 전부 변한다면 그건 인간이 아니라 기계죠. 인간은 생각의 동물인데 어떻게 똑같이 돌아가겠어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겪어보면 안다'를 펴냈다고 했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생각의 늪에 빠져버리기도 했었는데 결국은 나만 손해를 본다는 걸 깨달았다"며 "좋은 쪽으로 생각을 비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생각을 비틀어서 마음의 잡동사니로 가득 찬 '생각 창고'를 비워야 합니다. 쓸모없는 걸 잘 버리는 용기도 지혜이니까요. 생각을 비트는 일에는 시간이 걸리거나 고난이 따르지 않습니다. 법에 저촉되지도 않지요. 생각 비틀기는 그야말로 공짜입니다. 생각을 비틀면 인생도 바뀝니다."(125~126쪽)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에세이 '겪어보면 안다' 저자인 소설가 김홍신이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인터뷰를 하며 자필 원고를 소개하고 있다. 2024.07.27.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에세이 '겪어보면 안다' 저자인 소설가 김홍신이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인터뷰를 하며 자필 원고를 소개하고 있다. 2024.07.27. [email protected]
김홍신은 한평생 기계의 도움 없이 손으로만 원고지에 글을 써왔다고 했다. 이번 에세이까지 총 139권을 출간할 수 있었던 비결은 '아쉬움'이라고 했다. '대발해' 집필에 만족해 다음 소설을 쓰기까지 7년이 걸렸던 이유이기도 했다.

김홍신은 "(글을) 쓸 때는 제가 천재 같은데 써 놓고 나면 바보라는 걸 알아요. 다른 작품들을 보면서 '왜 나는 저렇게 못 쓸까, 더 잘 쓸 수 있는데' 그런 아쉬움 때문에 자꾸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발해'를 쓰고 많이 만족했는데 이후 7년간 트라우마가 있어서 소설을 못 썼다"며 "그렇게 오랜 시간 장편 소설을 못 써본 건 처음"이라고 고백했다.

김홍신은 쓰기의 괴로움과 원고의 감사함을 동시에 겪는다. "글 쓰는 게 죽을 맛이라 '왜 내가 미친 짓을 하지'라고 수도 없이 해요. 신문이나 잡지에서 원고 청탁한 사람을 쓰면서도 속으로 욕해요. 그런데 쓰고 나면 그 사람이 은인이에요. 책을 한 권 쓰게 만든 사람이잖아요."

"아무도 조르지 않으면 안 써져요. 끝나고 남은 원고를 보면 다음에 조금만 추가하면 되겠네 이런 생각을 또 하는 거예요. 손으로 쓸 때는 괴롭지만 덕을 보기도 하죠."

이번 에세이 역시 써야 할 계기가 있었기에 출간이 이뤄졌다. 오는 9월 열리는 김홍신문학관 5주년 행사에 참석할 손님들을 위한 선물용이었다. "9월이 임박해서 쓰면 조급할까 봐 미리 쓴 책"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에세이 '겪어보면 안다' 저자인 소설가 김홍신이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7.27.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에세이 '겪어보면 안다' 저자인 소설가 김홍신이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7.27. [email protected]


'겪어보면 안다'는 작가의 139번째 출간작이자 4년 만에 선보이는 산문집이다. ‘아프고, 잃고, 떠나보낸 뒤 비로소 깨달은 인생의 참된 행복’을 주제로 40여 편의 이야기들을 정리했다.

흰머리를 검게 물들이기에 급급한 삶이었으나, 염색약을 모두 버리니 멋진 ‘은발’을 얻었다는 이 깨달음처럼, 절망의 순간에도 한 생각을 돌이키면 오히려 기쁨이 되는 생각 비틀기의 힘을 전해준다.

코로나19로 생사를 넘나들었던 절박한 경험을 통해 ‘살아 있음이 가장 큰 축복’이라는 교훈도 남긴다.  또한 지난 50여 년간 꾸준히 글을 써온 작가의 문학을 향한 열정과 창의력의 원천을 다루며, 안나푸르나 등반을 비롯한 끊임없는 도전과 정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에세이 '겪어보면 안다' 저자인 소설가 김홍신이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7.27.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에세이 '겪어보면 안다' 저자인 소설가 김홍신이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7.27. [email protected]

장편소설 '인간시장'으로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밀리언셀러 소설가가 된 그는 1996년부터 2003년까지 7년 6개월간 국회의원으로도 활동했다. 김홍신은 기초생활보장법과 의약분업, 장애인복지법 등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여의도 장총찬', 심지어는 여의도 빈 라덴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언젠간 반드시 돌아가야 할 문학판에서 엉터리였다는 소리를 들어서는 안 된다는 각오였습니다. 더구나 가족과 친인척, 친구들과 시절인연을 맺은 분들에게 엉터리 국회의원이었다는 소리도 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44쪽)
윗사람에게 바른말, 옳은 말을 거침없이 할 수 있는 세상이 좋은 나라라는 그는 분열에 휩싸인 현실 정치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남겼다.

김홍신은 "국회의원이면 문무를 겸해야 한다"며 "바른말을 해서 끌려 내려올 정도의 의기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전부 팬덤 따라가고 줄 잘 선 사람이 성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통령이나 당대표나 거물에게 무릎을 꿇는 건 간신이 하는 짓"이라며 "국회는 국민대표자회의의 준말이니까 국민의 말을 따라야 한다"고 했다. "국민이 주인인데 아랫집 윗집 머슴들인 양당이 주인 노릇하고 있어요. 역사가 절대로 그냥 두지 않을 것입니다.

삶의 우여곡절을 경험한 김홍신에게 '겪는다'의 의미는 '현재진행형'이다. "겪는다는 건 아직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명백한 증거에요."
"지독한 고통을 견디며 등정의 마지막 지점인 푼 힐에 올라섰을 때였습니다. 하늘로 이어진 인공 계단 같은 빙판을 기어가듯 올라갔습니다. 눈앞에 히말라야 14좌가 찬란하게 펼쳐졌습니다. 후배 말이 맞았습니다. 절경을 두 눈으로 확인한 순간 ‘인생의 자랑거리’ 하나가 더 생겼으니까요. 그때 문득 머릿속을 휘젓고 가슴을 두드리는 제 영혼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고통을 통과했기에 들을 수 있는 소리였습니다. 아직도 제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소리는 바로 이것입니다. '히말라야 열네 봉우리는 수수만년 전부터 존재했고 앞으로도 수수만년 제자리에서 절경을 뽐낼 것이다' 이런 절경에 경탄하면서 왜 우주 역사상 오직 하나뿐인 자신에게는 경탄하지 않는가. 나 자신이 살아 있음에 경탄해야 합니다. 나와 같은 존재는 과거에도 미래에도 현재에도 오직 하나뿐입니다. 매일 경탄해도 좋습니다.”(240~242쪽)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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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신 "이번 생이 마지막 '잘 놀다 가지 않으면 불법"[조수원 BOOK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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