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발빠른 현장조사로 심리적 압박…피해구제 유도
입점업체 피해는 민사…대규모유통업·공정거래법 제외
연대책임 여부, 향후 검토…대응팀 꾸려 집단분쟁조정
[세종=뉴시스]이승주 기자 = 티몬·위메프의 정산·환불금 미지급 사태가 확산되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정부가 사태 파악에 나섰다. 입점업체의 미정산 피해는 민사 상의 문제인 만큼 추후 검토하고, 우선 환불받지 못하는 피해자 구제에 총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26일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 시장감시국은 전날 오후 위메프와 티몬 본사에 각각 조사관을 투입, 긴급 현장조사에 돌입했다.
공정위는 지난 22일 티몬·위메프가 속한 싱가포르 이커머스 '큐텐(Qoo10)'의 전자상거래법 위반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현장조사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조사처럼 공정위가 현장조사에 앞서 이를 언론 등에 미리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번 티몬·위메프 지급불능 사태로 소비자 피해가 확산되자, 그 위급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피해자 구제를 위한 조사에 돌입한 점을 공론화하면 티몬·위메프가 환불 등 소비자 피해에 대해 우선적인 보상에 나설 것이란 기대도 반영됐다.
이번 사건을 맡고 있는 김근성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언론에 노출돼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으면 소비자 피해 구제에 적극적으로 움직일 여지가 충분히 있을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공정위에 접수된 티몬·위메프 관련 피해 상담신고 건수가 최근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 23일 254건, 24일에는 약 1300건이 접수됐다. 여행사에서 고객들에게 환불을 고지한 뒤 급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신고된 상당 건수가 정산 지연 문제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태로 입점업체와 소비자 모두 피해를 보고 있지만, 공정위는 입점업체 미지급 문제보다 소비자 환불대금 미지급 사태에 집중할 방침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전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플랫폼 사업자가 입점업체에 정산하지 못하는 사태는 매우 안타깝지만, 이는 민사 상 채무불이행 문제라 공정위에서 공정거래법을 들이밀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픈마켓이다 보니 대규모유통업법 대상도 아니다. (현재 들여다보는) 전자상거래법은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라 이를 입점업체 보호에 적용하기 어렵다"면서 "다만 대금 정산이 지연되는 문제는 금융당국에서 대응방안과 함께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공정위는 소비자 피해 구제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그렇잖아도 신용경색 사태에 놓인 티몬·위메프가 지급불능 상태가 될 것을 우려해 우선 피해 규모 등 구체적인 사태 파악에 나선 것이다.
김근성 국장은 "대금지급 요청이 어느 정도인지 현장에서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소비자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적인 조치 등에 대해선 현재 상황에서 단정짓기엔 한계가 있다. 상황파악 후 (피해를 막기 위한)제도가 있을 지 관계당국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법적 책임을 묻기까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김근성 국장은 "현장 조사에서 정산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이는 소비자 보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연대책임을 져야 하는지 등 위법 행위의 책임을 묻는 사안도 이를 종합적으로 파악한 이후에 판단될 것 같다. 국회에서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등에서는 향후 피해자가 속출할 것을 우려했다. 공정위는 환불 지연·거절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구제 및 분쟁조정 지원을 위한 집단분쟁조정을 준비한다고 밝혔다. 한국소비자원에 전담 대응팀을 마련한 뒤 피해 접수에 돌입한다. 집단 분쟁조정 신청의 요건은 피해 입은 소비자 50명 이상이다.
정부 관계자는 "집단분쟁조정 준비에 즉시 착수하는 한편 추후 상황에 따라 민사소송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