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텐트 시술' 재발위험 새인자 찾았다…"세계 처음 규명"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국내 연구진이 혈액의 ‘응고 강도’가 스텐트 시술(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을 받은 환자의 심근경색·협심증 같은 관상동맥질환 재발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해냈다.

중앙대광명병원 순환기내과 정영훈 교수와 은평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권오성 교수 공동 연구팀은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을 받은 환자 2512명을 대상으로 중재술 직전 ‘혈소판 활성도(VerifyNow 검사, PRU)’와 ‘응고 강도(TEG 검사, MA)’를 측정하고, 중재술 후 4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를 23일 밝혔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 혈액의 ‘응고 강도’가 관상동맥질환 재발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응고 강도가 항혈소판제에 의한 재발 예후와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높은 ‘응고 강도’ 및 높은 ‘혈소판 활성도’를 동시에 가진 경우, 4년 동안 재발율 및 발생 위험이 각각 46%, 66%가 증가했다. 정상 ‘응고 강도’를 가진 경우 ‘혈소판 활성도’ 척도에 따라 출혈 위험이 3.12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응고 강도와 혈소판 활성도가 스텐트 시술 이후 재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확인한 만큼 향후 환자 맞춤형 치료의 필요성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권오성 교수는 “관상동맥중재술을 시행하고 이제항혈소판요법(아스피린·ADP P2Y12 수용체 억제제 동시 사용)을 유지하더라도 심혈관 사건이 재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번 연구는 이들 환자에서 혈전 사건 예방을 위해 항혈소판제 사용에만 매몰돼 있는 현 치료 방침의 한계성을 대규모 임상 자료를 통해 세계 최초로 확인한 기념비적인 연구”라고 평가했다.

연구 책임자인 정영훈 교수는 “’응고 강도’는 동맥경화증의 진행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며, 동맥혈전증 발생에도 혈소판 및 염증과 함께 중요한 견인 역할을 한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혈전 탄성도 검사(TEG)를 통해 측정한 ‘응고 강도’가 고위험군에서 중요한 예후인자임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다양한 항응고제 개발과 함께 검사를 통해 고위험군이 제대로 확인된다면 기존 이제항혈소판요법 위주의 치료 방침에 엄청난 지각변동이 있으리라 예상한다”고 했다.

심혈관질환은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이며 국내에서는 암에 이어 사망 원인 2위다. 심혈관질환 중에서도 관상동맥질환은 재발률이 높아 시술을 받은 후에도 주의가 요구된다.

현재 스텐트 시술 이후 재발을 막기 위한 표준치료는 이제항혈소판요법으로, 두 가지 항혈소판제를 통해 혈전 생성을 억제한다. 그러나 최근 여러 대규모 임상 연구에서 장기적인 이제항혈소판요법은 관상동맥질환 재발 예방 효과가 미비하고 오히려 위중한 출혈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유럽심장학회의 국제 학술지 '유럽심장학회지(European Heart Journal: 피인용 지수 37.6, 저널 영향력 지수 백분위 99.3)' 7월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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