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 너무 촉박"…대학병원, '전공의 사직처리' 어쩌나

기사등록 2024/07/09 12:02:00

최종수정 2024/07/09 14:01:07

복지부 "15일까지 전공의 결원 확정해라"

병원 "연락 닿기 어려워 진의 파악 어려워"

"사직서 제출 관련 법률 관계도 따져봐야"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지난 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인근 오피스텔에 보건복지부가 발송한 우편물 도착 안내서가 붙어 있다. 정부는 이날 오후 중대본 회의에서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최종 처분 방침을 밝힐 계획이다. 2024.07.08. km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지난 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인근 오피스텔에 보건복지부가 발송한 우편물 도착 안내서가 붙어 있다. 정부는 이날 오후 중대본 회의에서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최종 처분 방침을 밝힐 계획이다. 2024.07.0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정부가 복귀 여부와 관계 없이 모든 전공의에 대해 행정처분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미복귀 전공의의 복귀 또는 사직 여부를 확인해 내주 중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을 신청하라고 수련병원에 요구했다. '공'을 넘겨받은 수련병원들은 전공의의 사직 진의를 확인하는 것조차 쉽지 않는 등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전날 각 수련병원에 오는 15일까지 소속 전공의의 복귀 또는 사직 여부를 확인해 결원을 확정하고 17일까지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사무국으로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을 신청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냈다. 

다른 병원의 상황을 살피며 눈치 게임에 들어간 수련병원들은 일주일 만에 전공의들의 복귀 또는 사직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일정상 촉박하다는 입장이다. 전공의들의 소재를 파악해 연락해야 하는데,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이유다.

앞서 전공의들은 지난 2월 정부의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대해 병원을 떠났다. 전체 전공의 1만3000여 명 중 병원에 복귀한 비율은 8%에 불과하다.

일단 연락이 닿지 않는 전공의들에게 사직 여부를 결정해 달라는 내용 증명을 우편으로 발송한 수련병원도 있지만, 대다수 수련병원들은 사직서를 제출한 진의를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A 관계자는 "연락이 닿아야 사직 의사를 파악해 설득에 나설텐데 쉽지 않다"면서 "내부적으로 대응책을 논의 중이지만 물리적으로 촉박해 보인다"고 말했다.

수련병원들은 기존 전공의들이 가능한 많이 복귀하길 바라고 있지만, 복귀 명분을 제시하기 어렵다며 설득조차 쉽지 않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요구하는 사직 인정 시점은 실제 사직서를 낸 2월이지만 정부는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한 6월만 인정하고 있다. 전공의들은 사직 시점이 6월이 되면 업무개시명령 불응으로 인한 의료법 위반으로 법적 책임은 물론 퇴직금 등 재정적 불이익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또 실질적인 수련 환경 개선책 없는 신규 전공의 모집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원가의 70~80% 수준인 고질적인 낮은 수가(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의료서비스의 대가), 불가항력적 의료 소송 부담 속에서 전공의들은 수술·입원·응급실 환자 등을 돌보며 주당 80시간 이상 근무해왔다.

수련병원들이 전공의들의 복귀를 설득하는 데 실패해 사직서를 수리하려 하더라도 병원마다 근로계약 형태 등이 달라 사직서 제출 관련 법률 관계를 따져 보고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역시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가령 전공의와 병원 간 계약상 해지에 관한 특약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가 있다. 또 기존 레지던트(지난 3월 기준 2~4년차)의 경우 전체 수련기간 일괄 계약 형태가 있는가 하면 1년 단위 계약도 있다.

서울의 또 다른 대학병원 B 관계자는 "매년 계약하는 병원들은 전공의들이 요구하는 2월 말 사직이 가능하지만, 전체 수련기간에 대해 일괄 계약한 병원들은 난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련병원들 사이에선 사실상 마지막 의료 사태 출구 전략을 내놓은 정부가 사태 장기화의 책임을 병원들에 전가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후 수련병원들은 적자폭이 확대되며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인력 부족으로 입원·수술 등이 대폭 감소한 가운데, 전체 의료 수익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인건비는 고정적으로 지출되고 있어서다. 특히 재정 여건이 취약한 지방사립대병원 등은 도산 위기에 직면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전날 공문을 보내 "전공의 결원 확정과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 신청 조치를 기한 내 이행하지 않는 수련병원에 대해서는 내년도 전공의 정원 감원 등이 이뤄질 수 있다"며 수련병원으로 공을 넘겼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C 관계자는 "정부는 더 이상 내놓을 대책이 없으니 이제 병원장과 교수들이 돌아오라고 전공의들을 설득하라는 것"이라면서 "병원이 복귀시키든, 사직을 처리하든 결정하지 못해 하반기 전공의들을 선발하지 못하게 되면 병원 책임으로 미루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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