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백색실선 '통행금지' 아냐…형사 처벌 안돼"

기사등록 2024/06/20 15:58:12

최종수정 2024/06/20 19:46:50

백색실선 '통행금지' 표지 해당 여부 쟁점

"진로변경 금지를 통행 금지로 해석하면 안돼"

"전용차로 청색실선 사고시 특례 적용 문제도"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백색실선이 '통행금지 안전표지'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24.06.20.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백색실선이 '통행금지 안전표지'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24.06.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운전 중 백색실선을 침범해 진로를 변경하다 발생한 교통사고에서 백색실선은 통행금지 표지로 볼 수 없어 교통사고 특례가 적용돼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공소를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승용차를 운전하던 중 진로를 변경하기 위해 백색실선을 침범했는데 후방에서 주행하던 택시가 이를 피하지 못하고 급정거 하면서 승객에게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경추 염좌 등의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의 쟁점은 백색실선이 교통사고처리 특레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통행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은 교통사고가 난 경우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거나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면 형사 처벌을 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같은 규정에도 예외가 있다.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된 통행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를 위반해 운전하는 경우도 그 중 하나다.

1심과 2심은 백색실선을 통행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로 볼 수 없고, A씨가 종합보험에 가입했으므로 기소할 수 없다며 공소를 기각했다.

검찰은 이에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진로변경을 금지하는 안전표지인 백색실선은 '통행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를 침범해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에 대해 처벌 특례가 적용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도로교통법은 통행금지 위반 행위와 진로변경금지 행위를 각각 처벌하고 있어 처벌 체계를 달리하고 있다"며 "서로 다른 금지규범을 규정하고 있는데도 진로변경금지 위반을 통행금지 위반으로 보는 것은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해석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법 제정 당시 시행되던 구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는 진로변경제한선이 없었다"며 "입법자는 교통사고처리법 제정 당시 진로변경을 금지하는 백색실선을 '통행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로 고려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백색실선이 설치된 교량이나 터널에서 백색실선을 넘어 앞지르기를 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처벌특례 배제사유가 규정되어 있다"며 "백색실선을 '통행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로 보지 않는다고 중대 교통사고의 발생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전용차로제가 시행되지 않는 시간대에는 청색실선이 백색실선과 동일한 의미를 갖는데 전용차로제가 시행되지 않는 시간대에도 일반 차량의 운전자가 청색실선을 넘어 진로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처벌 특례의 적용을 받을 수 없는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이날 대법원 전합 판결에 따라 백색실선이 '통행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기존 판례가 변경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의 신속한 회복을 촉진하고 국민생활의 편익을 증진하고자 하는 교통사고처리법의 입법취지에 반해 형사처벌의 범위가 부당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통행금지'의 의미를 엄격하게 해석했다는 데에 판결의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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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백색실선 '통행금지' 아냐…형사 처벌 안돼"

기사등록 2024/06/20 15:58:12 최초수정 2024/06/20 19:4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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