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테나·루나 사태, FTX 사태 방지 목적
예치금·가상자산 보호, 이상거래 감시 의무
[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면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예치금 등을 돌려받지 못할까봐 걱정하는 일이 이전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시장에서의 불공정거래행위를 제재할 수 있게 된다.
1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용자 자산 보호, 불공정거래 행위 규제, 금융당국 감독·제재 권한 등을 담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다음달 19일부터 시행된다.
그동안 가상자산업계를 규율할 수 있는 법안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정금융정보법) 뿐이었다. 이를 토대로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제를 도입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각종 규제장치가 마련됐지만 무분별한 가상자산 발행으로 인한 피해 발생을 최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지난 2022년 테나·루나 폭락 사태와 가상자산거래소 FTX 파산 사태가 컸다. 국내외 투자자들의 피해 규모가 천문학적 액수인데 반해 현행 자금세탁 방지 중심의 규제체계로는 각종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고, 사전에 피해를 방지하거나 금융당국이 감독·제재, 이용자 피해를 구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게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다. 급한 불부터 끄기 위해 서둘러 마련된 1단계 법안으로 투자자 보호와 불공행위처벌 등에 중점을 뒀고 2단계 법안은 가상자산 발행과 유통 등에 관한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내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가상자산사업자는 이용자로부터 예치받은 예치금을 고유재산과 분리해 예치 또는 신탁 관리해야 한다. 이는 사업자 신고가 말소되거나 파산했을 때 은행 등 공신력 있는 관리기관이 이용자에게 예치금을 직접 지급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이용자의 가상자산을 자기 소유 가상자산과 분리 보관해야 하는 것도 같은 취지다. 해킹·전산장애 등에 대비한 보험, 공제에 가입하거나 준비금을 적립해야 한다.
또 사업자는 가격·거래량이 비정상적으로 바뀌는 이상거래를 상시 감시하고 이용자 보호를 위해 적절한 조치 취해야 하는 의무가 부여된다.
가상자산시장에서 발생한 불공정거래행위는 자본시장과 유사하게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 시세조종행위, 사기적 부정거래행위 등이 금지되고 자기 발행 가상자산 거래가 제한된다.
불공정거래행위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부당이득 3배 이상 5배 이하 벌금 부과 대상이다. 불법 취득 재산은 몰수하며, 몰수할 수 없을 때는 그 가액을 추징할 수 있다.
이러한 규제 준수 부담이 커진 데다 경영 상황 악화 등으로 영업 종료를 선언한 사업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현재 공식적으로 영업 종료 의사를 밝힌 사업자는 코인빗, 캐셔레스트, 후오비코리아, 프로비트, 텐앤텐, 한빗코, 코인엔코인 등 7개사다.
홈페이지 폐쇄 등 영업을 중단한 곳도 오아시스, 비트레이드, 빗크몬 등 3개사다. 이들 3개사는 지난달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 합동 점검 이후 일부 영업을 재개했다.
금융당국은 이용자 자산 반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사업자에 대해 검사를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엄중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또 이용자에게 돌려주지 않은 자산을 임의로 사용하는 등 불법행위가 적발되는 즉시 수사기관에 통보해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
한편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최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관련 성명을 내고 "국내에서 처음 가상자산에 대해 규제하는 법으로 가상자산거래소를 비롯한 가상자산 관련 업계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면서도 "서둘러 입법이 추진되면서 이용자 자산 보호와 불공정거래행위 규제에 허점이 있거나 거래소 규제 공백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가상자산사업자의 서비스 유형에 따라 별도의 규제를 하고 있지 않다"며 "사업자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가상자산거래소 특성에 따른 업무 전반에 대한 규제 공백이 있으며, 거래소의 불투명한 상장 기준이나 겸업으로 인한 이해 충돌 문제 등과 관련해 많은 우려가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효과적으로 규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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