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 초래"
피고인 측 "자살방조 혐의 불송치…집유 선처 호소"
재판부, 오는 7월3일 선고 기일로 지정
[부산=뉴시스]권태완 기자 = 부산의 한 오피스텔에서 20대 여성이 추락해 숨진 사건과 관련, 여성을 상습적으로 협박하고 스토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남자친구에게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다.
또 전 남자친구는 이전에도 교제하던 여성을 상대로 성관계 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전력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법 형사7단독 배진호 판사는 31일 특수협박 및 협박, 재물손괴, 스토킹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20대)에 대한 결심 공판을 열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8~10월 부산진구에 있는 전 여자친구 B(20대·여)씨의 집에 찾아가 와인 잔을 자기 손에 내리치거나 의자를 던지는 등의 수법으로 수차례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또 같은해 12월9일 B씨가 이별을 통보하자 약 13시간 동안 B씨의 집 현관문을 두드리거나 현관 벨을 누르고, 365차례에 걸쳐 카카오톡 메시지를 전송하는 등 스토킹한 혐의도 받고 있다.
B씨는 약 한 달 뒤인 올 1월7일 오전 자신이 거주하는 오피스텔에서 추락해 숨졌고, 당시 최초 목격자이자 119 신고자는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A씨였다. 이후 A씨는 수사기관에 B씨가 자신과 다툰 뒤 9층에서 떨어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 측은 사건 직후부터 A씨의 타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날 검찰은 A씨에게 징역 10년과 함께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수강 명령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해자에 대한 A씨의 범행은 무려 4개월에 걸쳐 이뤄졌다. 피해자가 사망한 직전에는 정신적인 착취의 정도가 점점 심해져 갔고, 이는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 시도 등 사망을 야기한 가장 주요한 원인"이라고 밝혔다.
이어 "A씨는 또 2019년 피해자 이전에 교제하던 다른 여성을 상대로 성관계 동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하겠다는 취지로 협박해 벌금 200만원의 처벌을 받은 바 있다. 이같은 범죄 사실에서 확인되는 A씨의 여성에 대한 집착, 결별 통보에 대한 비정상적인 반발심 및 폭력적 수단에 의한 보복의 모습은 이번 사건 범행과 양상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A씨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에 대한 범행이 반복됐고, 그로 인해 본 범행에선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까지 초래했다는 점에서 A씨에 대한 비난 가능성은 매우 높다"며 "장기간에 걸친 A씨의 범행과 피해자에 대한 집착은 끝내 피해자의 사망을 통해서 비로소 멈출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피해자의 이모는 "유가족은 이때까지 A씨나 A씨의 가족으로부터 사과 한마디 받은 적 없고, 자신의 죄만 부인하고 피하려고 하고 있다"며 "조카는 유학까지 가려고 준비했었고 죽을 이유는 전혀 없었다. 그날도 (A씨가) 얼마나 고통스럽게 했으면 그런 행동까지 취했을지 저희는 A씨가 원망스러울 뿐"이라며 엄벌을 탄원했다.
A씨 측 변호인은 "이 사건은 언론이나 유튜버 등으로 인해 불확실한 사실로 A씨가 많은 비난을 받았다"며 "피해자에 대한 죽음은 너무나 안타깝지만, A 씨의 자살방조 등의 혐의에 대해선 특별히 나온 증거가 없어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또 "사건 당일 A씨가 피해자의 집을 불쑥 찾아간 것이 아닌 피해자와 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던 것"이라면서 "A씨가 피해자 유족들에게 사죄하지 못한 것은 수사기관에서 접근하지 말라는 권유와 언론에 대한 보도들로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A씨와 A씨의 아버지는 피해자 측의 변호사에게 사죄의 편지를 전달했다. 여론과 관계 없이 공정하게 정의의 최후 보루인 법원이 공정하게 판단해 주셔서 A씨에게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게 관대한 선처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A씨는 "삶을 살아가는 동안 저로 인해 고통스러워하는 모든 분을 생각하며, 잊지 않고 반성하겠다"며 "이 자리를 빌어 유족분들에게 진심으로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한 선고 기일을 오는 7월3일로 지정했다.
한편 검찰은 A씨의 자살방조 등의 혐의에 대해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 담당 검사실에서 해당 내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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