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민주당 경선서 과반 득표 얻어 의장 후보 선출
원내대표 이어 명심 교통정리설에 견제 심리 작용한듯
"당도 컨트롤 못한다"…재선 이상서 추 비토론도 상당해
비토설도 나와
[서울=뉴시스] 김지은 신재현 기자 = 5선의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세론을 형성했던 6선의 추미애 당선인을 꺾고 22대 국회 첫 국회의장으로 선출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대통령에 이어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국회의장은 원내 1당에서 최다선 의원이 맡는 게 관례였는데 이번엔 이런 여의도 문법도 깨졌다.
이번 국회의장 경선 결과는 이재명 대표 1인체제에 대한 반란으로 관측된다.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마저 이재명 대표의 의중(명심)으로 추 후보를 낙점하려는 기류가 형성되자 이에 반감을 품 당선인들이 대거 우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실상 박찬대 원내대표 추대에 이어 추미애 국회의장 대세론이 형성된 데 이어 이재명 대표 연임론까지 제기되면서 이 대표의 1인체제에 대한 당내 반발이 커진 셈이다.
한 당 관계자는 "출마를 하면 후보들이 끝까지 경쟁하는 것이 우리가 아는 여의도 문법인데 갑자기 (추 의원으로) 단일화를 하니까 '이게 뭐지'라는 생각을 의원이나 당선자들이 한 것 같다"며 "그런 점도 영향이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도 “원내대표와 국회의장에 이어 이 대표 대표직 연임론까지 나오면서 대표가 모든 것을 마음대로 결정하는 정당은 안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우 의원이 역전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 당선인 개인에 대한 비토 여론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선 데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독단적인 행동을 한 바 있어 추 당선인의 행동에 제어가 안된다는 이유에서다. 정권 교체 이후 추 당선인은 "윤석열 대통령 된 것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시켰기 때문"이라며 문 전 대통령 책임론을 제기해 친문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선자 총회를 열고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단을 선출했다. 우 후보는 개표 결과 과반을 득표하며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가 됐다. 투표에는 민주당 당선인 171명 중 169명이 참석했으며 구체적인 득표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투표 전만 해도 당내에서는 이른바 '명심'과 '당심'(당원의 뜻)을 등에 업은 추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후보 등록까지 마쳤던 친명계 중진인 조정식·정성호 의원이 주말 사이 스스로 후보직에서 사퇴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지고, 특히 조 의원이 추 당선인과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이 대표의 뜻이 직간접으로 두 사람에게 전달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끊이지 않았다. 5·6선 의원의 국회의장 경선 포기를 이끌어낼 힘은 이 대표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실제 이 대표는 휴가를 떠나기 전 주요 당직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관례나 순리에 따라 국회의장을 선출하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사실상 당내 최다선 중 연장자인 추 당선인을 국회의장으로 점찍은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후 친명계 인사들이 적극적으로 추 후보 선거 운동을 도왔고, 의원들 사이에서는 "명심이 추 당선인으로 기울었다"는 말이 퍼지며 추대 기류도 형성됐다.
하지만 친명계의 일방통행이 역풍을 불러왔다는 평가가 많다. 후보들 간 교통정리는 박찬대 원내대표 등 핵심 친명계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견제 심리로 우 후보가 예상 밖의 성적을 낼 수도 있다는 관측이 일부 나오기도 했다.
당내에서는 이번 결과는 큰 틀에서 이재명 대표 일극체제에 대한 우려와 반감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많다. 친명계 교통정리로 단독 입후보한 박찬대 원내대표가 사실상 추대된 직후 의장 선거가 치러졌고 친명계가 당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나서면서 이 대표 독주에 대한 반발 심리가 더욱 커졌다는 지적이다.
한 중진 의원은 "입법부의 수장을 뽑는 선거에서 친명계 지도부가 당대표의 의중이라며 인위적으로 구도를 정리하는 게 맞느냐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며 "특히 단일화 과정이 석연치 않아 반감을 가진 이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비단 의장 선거 하나가 아닌 최근 민주당 상황이 경쟁과 비판 없이 추대·낙점 정치로 흐르고 있다"며 "이러한 기류에 대한 제동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수도권 의원은 "원내 지도부가 국회의장 선거 교통 정리에 나서는 건 맞지 않는다"며 "중립을 지켜야 할 국회의장 선출까지 명심이 작용하는 게 보기 좋지는 않았다"고 비판했다.
초강경파인 추 당선인에 대한 호불호가 결과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시각도 있다. 추 당선인이 국회의장이 되면 대여 강경 투쟁에 도움이 되기는 하나 당에서도 통제할 수 없을 것이란 의구심도 상당했다고 한다.
한 재선 의원은 "초선들은 명심에 영향을 받아 추 당선인을 뽑자는 분위기였으나 재선 이상 의원들 사이에서는 추 의원을 신뢰할 수 없다는 비토론도 만만치 않았다"며 "조직 논리에 상관없이 본인 의견을 밀어붙이는 스타일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다"고 전했다.
이어 "이 대표가 드러내놓고 추 후보를 지지한 것도 아니고, 둘 다 친명계 의원이기 때문에 의원들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은 개인 판단에 따라 결정하지 않았나 싶다"고 언급했다.
당 관계자는 "추 당선인이 의장이 되면 문재인 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이던 추 당선인과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이 충돌했던 '추·윤 갈등'의 2라운드가 펼쳐질 텐데 당에 득일지 독일지 반신반의하는 시각이 있었다"며 "추 당선인에 대한 비호감이 예상보다 큰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