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개·쓰레기, 이재명 나베·계모…잇단 비하·혐오 발언
김준혁·양문석·공영운 후보 리스크에 고소·고발 난타전도
전문가 "중도·부동층 정치 혐오·무관심 키울 것" 역효과 우려
[서울=뉴시스] 김지은 최서진 기자 =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선거는 인물과 정책 현안은 실종되고 원색적 네거티브 공세와 묻지 마 폭로전이 판을 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의 정권 심판론에 여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겨냥한 '이·조 심판론'으로 맞서면서 총선 기간 내내 심판론만 난무했다.
특히 선거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상대를 향한 비방 수위가 높아지면서 '정치 혐오' 혹은 '정치 무관심'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선거 막판 지지층 결집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캐스팅보터 역할을 해 왔던 중도층의 외면을 불러와 긍정적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최근 며칠간 선거유세에서 '개' '쓰레기' '깡패' '나베' '계모' '히틀러' 등 막말을 쏟아 냈다. 극단적인 비난전에 정작 중요한 후보자의 비전, 정치철학, 정책 공약 등은 뒤로 밀렸고, 대파가 총선 최대 화두로 떠오르는 촌극이 벌어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연일 유세차에 올라 발언 강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이재명·조국 대표를 '범죄자', '히틀러'에 비유했다.
한 위원장은 전날 경기 성남시 분당 야탑광장 지원유세에서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그 분은 늘 척했다"며 "검사인 척했고, 위급환자인 척 하면서 헬기 탔고, 여배우 모르는 척했고, 김문기씨 모르는 척했고, 그분은 늘 그런 식이다. 소고기 먹고 삼겹살 먹은 척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7일 충남 아산 온양온천시장 유세에선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향해 "기존 권력에 대한 염증 때문에 그 분위기에 편승해 설마설마 하다 히틀러가 권력을 잡았다"고 언급했다.
한 위원장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 시작부터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지난달 28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유플렉스 앞 유세에서 "정치를 개 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인 거지, 정치 자체는 죄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1일 부산 연제 지원 유세 현장에서 이 대표를 향해 "이 대표는 정작 그런 쓰레기 같은 욕설을 한 형수나, 정신병원에 보낸 형님한테 아무런 사과를 한 바가 없다"고 했다.
지난 3일 강원 춘천 유세에선 "이 대표는 본인도 인정하다시피 '일베' 출신"이라며 "이 대표 같은 분이야말로 제주의 아픔을 정치적으로 이용만 했지, 실제로 그 아픔을 보듬기 위해 행동한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4일 수원 영통 유세에선 김준혁 민주당 경기 수원정 후보에 대해 "이재명 대표에게 차라리 바바리맨을 공천하라고 해달라"며 "국회가 아니라 병원 가서 치료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일갈했다.
지역구 후보의 유세 발언도 논란을 낳았다. 윤영석 경남 양산갑 후보는 지난 7일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전 인근인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인근에서 유세차량을 타고 유세를 하던 중 육성으로 "문재인 죽여"라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이재명 대표도 상대 진영을 헐뜯는 격한 발언으로 응수했다.
이 대표는 지난 7일 강남을 유세에서 윤석열 정권을 '살인범이 된 귀한 자식'에 빗대어 한 표를 호소했다. 그는 "귀한 자식일수록 나쁜 짓을 하면 '얘 그러면 안 된다', 야단치고 그래도 말을 안 들으면 회초리도 때리고 그래도 안 되면 더 엄하게 징계하고 책임을 묻고 혼을 내야 한다"며 "우리 자식이 귀하니까 '괜찮아'하면 살인범이 된다"고 몰아붙였다.
지난달에는 선거 운동을 하던 도중 이른바 '2찍' 발언으로 국민의힘 지지자들을 비하했다는 논란을 불렀다. 이 대표는 지난달 8일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에서 한 시민에게 "설마 2찍 아니겠지"라고 물어 다음날 사과했는데 같은 달 14일 세종을 방문에서 "1번(민주당)을 찍지 않는 것은 곧 2번(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것"이라며 "'살만하다' 싶다면 2번을 찍든지 집에서 쉬어라"고 말해 또 한 번 구설에 올랐다.
재혼가정 비하 발언 역시 논란이 됐다.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윤 정부를 향해 "국가나 정부가 든든한 아버지, 포근한 어머니 같아야 하는데 지금은 의붓아버지 같다"며 "매만 때리고 사랑은 없고 계모 같다. 팥쥐 엄마 같다"고 말했다.
지난 2일에는 나경원 국민의힘 서울 동작을 후보를 향해 "나 후보는 '나베'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국가관이나 국가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분이 많다"고 발언했다. '나베'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와 나 후보의 이름을 섞은 멸칭이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역시 윤 대통령과 여당을 향해 "느그들 쫄았제", "이제 고마 치아라 마" 등 부산 사투리와 속어를 동원한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상대 후보를 겨냥한 폭로전과 고소·고발 난타전도 가열됐다.
국민의힘은 '이화여대생 미군 장교 성 상납'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김준혁 후보(경기 수원정)와 김 후보를 옹호한 민주당 법률위원회 조상호 부위원장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또 김 후보가 경기·강원에 보유한 960평의 농지에 직접 농사를 지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며 김 후보와 그 배우자를 농지법 위반 혐의로도 고발장을 제출했다.
민주당은 공영운 후보의 딸 부동산 보유 여부를 언급하며 "영끌, 갭투자"라고 표현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를 허위사실공표죄 및 후보자 비방죄로 경찰에 고발했다. 현대차 임원 시절 차량 엔진 중대 결함에 대한 은폐를 주도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저급한 네거티브에 대응할 가치를 못 느끼며, 허위 사실에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구 아파트 구입과정에서 20대 대학생 딸 명의로 11억원의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을 사실이 알려진 양문석 후보는 편법 대출은 인정하면서도 '사기 대출'은 아니라며 관련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를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 밖에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1번을 받은 박은정 후보는 최근 1년간 재산이 약 41억원 증가하는 과정에서 배우자인 검사장 출신 이종근 변호사가 전관예우를 받은 게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박 후보는 입장문에서 "신고한 재산은 배우자가 퇴직금과 공무원 연금과 임대차 보증금, 상속 예정 부동산, 배우자 매출 등을 모두 포함한다"고 해명했지만 이 변호사가 1조원대 다단계 사기 '휴스템 사건' 변호를 맡아 20억원이 넘는 선임 비용을 받았다는 의혹이 재차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여야가 선명성을 앞세워 적극적 지지층을 더욱 강하게 결속하는 전략에 치중하고 있다며 양극화된 한국 정치를 더욱 극단적 대결 구도로 몰고 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홍태 리얼미터 선임연구원은 "여야의 자극적인 발언은 선거 막판 지지층을 강하게 결집시키고 포섭하기 위한 기제로서 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도 "현재 한국 정치는 극단의 양당 정치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정치에 대한 혐오감은 더 강하게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층과 중도층은 상당한 거부감과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며 "선거에 대해서 표를 행사하지 않는 일종의 기권표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정치권 관계자는 "단번에 대중의 뇌리에 각인되기 위해선 네거티브 공세가 더 효과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본능적으로 부정적 정보에 더 솔깃할 수는 있으나 이를 결코 더 좋아하는 게 아니"라며 "정책이나 정치적 견해에 대한 비판이 아닌 상대를 향한 비방과 욕설은 유권자들이 정치에 회의를 느껴 투표율이 떨어지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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