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회동 후폭풍…박단 전공의 대표 비판 잇따라
"독단적인 밀실 결정"…전공의 사이서 '탄핵' 주장 나와
증원 원점 검토 힘들 듯…의사 '단일 창구' 부재도 악재
[세종=뉴시스] 박영주 구무서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전공의 대표가 45일 만에 전격 회동했지만, 여전히 의·정 갈등의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의료계 내부 분열 조짐까지 보이면서 의료 공백 해결을 위한 실타래가 더 꼬이는 모습이다.
6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140분간 대화를 나눴다. 전공의가 정부의 대화에 응한 건 지난 2월19일 단체 사직이 시작된 이래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박단 위원장은 2025학년도 의대 2000명 증원 '백지화', 의사 수급 추계 기구 설치를 요구했다. 윤 대통령은 향후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 개혁과 관련해 전공의들의 입장을 존중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의대 증원 백지화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대통령과 전공의 면담이 '빈손' 회동으로 끝나면서 의료계 내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일부 강경파 사이에서는 '내부의 적', '탄핵' 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대전성모병원에서 인턴으로 일하다 사직한 류옥하다씨는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윤 대통령과 박 비대위원장의 만남은 박 비대위원장과 11인의 독단적인 밀실 결정"이라며 "젊은 의사들 다수의 여론은 정부가 ‘신뢰할 만한 조치’를 보이지 않으면 테이블에 앉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아무리 가르쳐도 이해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5일에는 "밖의 거대한 적보다 내부의 적 몇 명이 나를 더 힘들게 한다"고 밝혔다. 대상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박 위원장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심지어 일부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박 위원장을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 5일 익명으로 작성된 '대전협 박단 회 회장 탄핵 성명서'는 전공의들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는 전공의들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항을 박 위원장이 사전에 공지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강행할 위험성이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갈등이 표출되면서 의료 공백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박 위원장이 정부와의 대화 이후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만큼 추후 의사들이 공개적인 대화의 장에 나가는 게 조심스럽다는 내부 분위기가 감지된 것이다. 여기에 전공의 전체를 대표해 의견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창구가 부재한 것도 악재로 꼽힌다.
이미 대학 의대 증원 배분이 끝난 만큼 전공의들이 요구하는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도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가 의대 증원을 원점에서 검토할 경우 교육계 등의 혼란을 불러올 수 있고 정부 정책이 또다시 후퇴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는 의·정 갈등 해결을 위해 의료계와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지난 5일 "(대통령과 대화 한 번으로) 첫술에 배부를 수 없지 않겠냐"면서 "의사 단체와 추진 중인 대화가 있고, 다양한 접촉 노력과 또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와 대화에 나설 경우 의료계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정부와) 대화를 추진하고자 하는 분들에 대한 비판은 자제해 달라"면서 "공개가 되는 순간 비판을 받는다. 결국 공개하지 않는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통일된 창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박단 위원장도 비대위원장이지만 전공의 단체를 대표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전공의들이 단체 대표성을 가지고 운영되는 게 아니다 보니 '비토'(거부권) 말고는 전체가 합의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짚었다.
그는 "온건파들은 박 위원장이 대화를 안 했으면 또 욕하지 않았겠냐"면서 "만나면 만나는 대로, 안 만나면 안 만나는 대로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에서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송기민 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은 "이상이 있는 사람이라면 왜 반대를 하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논의해야 한다"며 "말 한마디마다 중구난방으로 비판만 하면 (사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반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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