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벨트'서 "제가 목숨 걸고 고치겠다"
부가세 기준 상향 조정 등 민생 공약 발표도
이재명·조국 사법리스크엔 "범죄자" 집중공세
의대 증원 입장도…"숫자에 매몰될 문제 아냐"
[서울·부산=뉴시스]최영서 한은진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일 부산과 경남 곳곳에서 지원유세를 이어갔다.
최근 정권심판론으로 수도권에 이어 부산과 경남을 중심으로 하는 낙동강벨트에서도 위기감이 고조되자, 공식 선거운동 돌입 후 처음으로 PK 지역을 방문했다.
특히 이날만 부산 선거구 7곳을 연달아 찾아 '정부가 부족한 점을 목숨 걸고 고치겠다'며 저자세를 유지했다.
한 위원장은 오전에는 민생 정책 발표, 오후에는 이조(이재명·조국)심판 '투트랙'으로 국민의힘 지지의 정당성을 호소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부산 첫 일정인 '국민의힘으로 사상살리기' 지원유세에서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적용 기준 2억원 상향 조정·자영업자 육아휴직제 도입 등의 맞춤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4월10일이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끝내는 날이 되면 좋겠다"며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에 제안한다. 미루지 말고 21대 국회에서 처리하자"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적용 기준 연 매출 8000만원→2억원 상향조정 ▲손실보상 지원금 환수 유예 및 장기 분납 추진 ▲자영업자 육아휴직 제도 도입 등을 제안했다.
한 위원장은 "이를 위해 부가가치세 세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저희가 이번 총선에서 승리해 2억으로 상향 조정하겠다. 소상공인들이 정말 바라는 공약"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을 향해서는 "사기대출 받은 사람을 옹호하지 말고 동료 시민을 위해 일하자"며 법 개정 추진 등에 협조할 것을 촉구했다.
뒤이어 이어진 오후 유세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과거 발언과 조국혁신당의 박은정 비례대표 후보 관련 논란에 집중 공세를 폈다.
한 위원장은 연제구 지원유세에서 이 대표가 국민의힘을 향해 '악어의 눈물에 속으면 안 된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이 대표는 정작 그런 쓰레기 같은 욕설을 한 형수나, 정신병원에 보낸 형님한테 아무런 사과를 한 바가 없다"며 "그게 바로 악어의 눈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겨냥해 "죄를 짓고 처벌받고 난 다음에 사법 시스템에 복수하겠다고 정치하는 게 맞는 건가"라며 "왜 우리가 2024년에 이따위 정치를 봐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 깡패들 싸움에서도 명분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며 "조국과 이재명 대표의 명분은 뭔가. 죄를 짓고 감옥에 안 가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은 "저희에게 한 번 더 기회를 달라. 저희를 선택해달라고 정말 읍소한다"며 "범죄자들이 이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막기 위한 진짜 싸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재명과 조국은 자기가 죄짓고 처벌받으니까 대한민국에 복수하겠다는 거 아닌가.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치에서 이따위 명분을 봤나"라며 "범죄자들을 혼탁한 정치판에서 치워버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후보가 검찰 재직 시절 1년9개월 가량 병가를 사용해 1억이 넘는 급여만 받아갔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출근은 못하면서 국회의원은 할 수 있나"라며 그건 전에 아팠다는 게 사실이 아니거나, 지금 국회의원을 할 수 있는 게 사실이 아니거나 둘 중 하나"라고 했다.
그는 박 후보 남편인 이종근 변호사의 고액 수임료 수수 논란에는 "조국 대표가 '이종근 22억 전관예우'에 대해 문제 없다고 다시 강변했다. 기가 찬 노릇"이라며 "조국 대표가 권력을 갖게 되면 22억을 한 번에 당기는 것 정도면 전관예우가 아니게 된다"고 비꼬았다.
의료개혁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문 발표가 끝난 뒤 부산 남구 유세 도중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라 숫자에 매몰될 문제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우리 국민의힘은 증원 숫자를 포함해 정부가 폭넓게 대화하고 협의해서 조속히 국민을 위한 결론을 내줄 것을 강력히 요청드렸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뒤이어 해운대 지원유세에서도 "국민의힘이 여러분 눈높이에 부족한 것 안다. 하지만 제가 국민의힘을 이끈 이후 제가 바꾸지 않은 것이 있나"라며 "오늘 의료개혁 문제에 있어 정부도 2000명의 숫자를 고수하지 않고 대화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문제를 여러분 눈높이에 맞게 차근차근 풀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에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의료계가 합리적인 안을 제시하면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한 위원장은 최근 대통령실과 정부를 향해 의정 갈등 핵심인 '2천명' 숫자에 제한을 두지 말고 대화를 시작해달라고 요구해왔다.
한편 한 위원장은 부산과의 인연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저희가 부산에 1992년 같은 찬란한 영광의 시대를 다시 만들고자 한다"며 "제가 정치 신인으로 처음 나왔지만, 염종석 투수처럼 혼신의 힘을 다해 대한민국과 부산을 위해 뛸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 위원장은 지난 1월 비대위원장 취임 이후 부산을 방문할 당시 롯데 자이언츠 우승 해인 '1992'가 적힌 맨투맨 티셔츠를 입은 바 있다.
그는 "부산을 발전시키기 위한 글로벌 허브 도시 특별법을 반드시 해낼 것"이라며 부산 지역 주요 현안을 언급했다.
한 위원장은 ▲가덕도 신공항 조기 개항 ▲북항개발 ▲사직구장 재건축 ▲산업은행 부산 이전 등을 재차 공약했다.
경남에서는 창원 산업단지 노후화 재개발을 위한 규제 해소를 약속했다. 마지막 유세 장소인 김해갑 지역에서는 "민주당이 3번 연속 하는 동안 그 사람들이 여러분에게 책임감을 느꼈나. 여러분 삶을 조금이나마 증진시켰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위원장은 2일에는 대표적인 스윙보터로 꼽히는 충청권 지역유세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