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마저 나가면 사실상 폐업"…간호사들 '실직' 걱정[현장]

기사등록 2024/03/28 07:00:00

최종수정 2024/03/28 10:02:46

병상 가동률 대폭 줄여 병원 실적 악화

"반강제 무급휴가"…임금체불 걱정도

"의사 일 넘겨 받으면서 부담감도 커져"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간호사가 27일 서울시내 한 종합병원 병동에서 환자를 돌볼 준비를 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하는 전공의 이탈과 의대 교수 집단 사직이 현실화되면서, 진료지원(PA)간호사의 업무 가중과 간호사 무급휴직 권고 등 간호계에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 2024.03.27.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간호사가 27일 서울시내 한 종합병원 병동에서 환자를 돌볼 준비를 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하는 전공의 이탈과 의대 교수 집단 사직이 현실화되면서, 진료지원(PA)간호사의 업무 가중과 간호사 무급휴직 권고 등 간호계에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 2024.03.2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의과대학(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정부와 의사들의 충돌이 길어지며 간호사들에게 불똥이 튀고 있다. 전공의에 이어 교수들까지 사직하면서 비상경영에 들어간 병원의 무급휴가 요구로 고용 불안을 겪는 탓이다.

28일 뉴시스 인터뷰에 응한 대학병원 간호사들은 병원 실적이 나빠지면서 실직 걱정을 하는 동료 간호사들이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한 대학병원의 간호사 A씨는 "3월 임금은 다 받았는데 4월부터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평소에는 병상 가동률이 평소에 80~85%를 오갔는데, 지금은 40%대가 나온다. (병상 가동률이) 평소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실적도 당연히 그만큼 떨어졌을 것"이라며 "교수들까지 나가면 폐업하는 거 아니냐고 걱정하는 동료들이 많다"고 전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의 간호사 B씨는 "병동이 통폐합된 곳도 많고 중환자실도 통폐합된 곳이 좀 있다. 눈으로만 봐도 환자들이 평소 절반 밑으로 떨어졌다"며 "월급이 안 들어올 수 있다는 소문이 직원들 사이에서 돌아서 확인차 전화를 해보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실제 병원들의 경영난은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입원과 수술을 대폭 줄이면서 병상 가동률은 50% 아래로 떨어졌고, 병동을 통폐합 하는 곳도 갈수록 증가하면서 병원 수익이 갈수록 나빠지기 때문이다.

일례로 고려의료원은 의사들의 집단행동 이후 매일 10억원가량 손실을 보고 있다.

병원 가동률이 40~50%로 떨어지고 장기 입원 환자와 수술 환자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김동원 고려대 총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병원에서 계속 적자가 발생하면 한국사학진흥재단 융자 신청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간호사들이 27일 서울 강서구 한 종합병원 인공신장실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하는 전공의 이탈과 의대 교수 집단 사직이 현실화되면서, 간호인력과 2차 의료급여기관의 업무 가중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다. 2024.03.27.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간호사들이 27일 서울 강서구 한 종합병원 인공신장실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하는 전공의 이탈과 의대 교수 집단 사직이 현실화되면서, 간호인력과 2차 의료급여기관의 업무 가중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다. 2024.03.27. [email protected]

수익이 감소한 병원 측이 무급휴가 카드를 꺼내든 것도 간호사들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한 예로 연세대학교의료원은 21일 산하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1년 이상 간호사와 일반직 1만2000여명을 대상으로 '일반직 안식휴가 한시 확대 운영 안내'를 공지했다. 연세의료원은 병상 가동률이 떨어져 매출이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9년 차 대학병원 간호사 C씨는 "원래 있던 무급휴가 사용 조건(장기근속)을, 이번엔 비상 상황이라고 해서 조건 없이 열어줬다"며 "지금 당장은 '이참에 쉬자'며 쓰는 동료들이 있는데, 이 사태도 길어지면 개개인 수입이 줄어들지 걱정하는 이들도 많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A씨도 "반강제로 무급휴가를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지금 당장 환자가 없는데 병원 수익은 안 나니까 쉴 사람 있냐고 병원이 물어보면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간호사가 의사 업무 일부를 대신할 수 있게 한 시범사업이 시행 한 달을 맞았지만, 여전히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할지 우려하는 간호사들도 적지 않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시작하고 지난 8일과 18일 두 차례에 걸쳐 간호사 업무 범위를 명시한 지침을 배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현행법상 '진료보조'라는 표현으로 모호하게 규정돼 있던 간호사 업무 범위가 명확해졌고, 간호사들은 업무에 대한 법적 보호도 받을 수 있게 됐다.

C씨는 "드레싱이나 정맥 관리 같은 일상적인 것들은 괜찮은데, 중환자에 대한 조치를 잘못했다가 혹여 잘못되면 법적 책임을 지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의사의 일을 넘겨받으면서 업무 부담감이 커졌다"고 토로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는 전날 보도자료를 내고 "아무런 교육·훈련도 돼있지 않은 일반 간호사들이 하루아침에 진료보조(PA) 간호사가 되어 의사 업무를 대신하고, '지금 하지 않으면 병원 망한다'는 압박 아래 불법 의료행위인 줄 알면서도 반강제적으로 의사 업무를 떠맡고 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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