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여명 수사 어떻게 하나"…우려 가중
수사 쏠림 걱정도…경찰 "편차 심할 것"
전문가들 "전국적 수사라 통일성 중요"
[서울=뉴시스] 장한지 기자 = 경찰이 집단사직 전공의들에 대한 정부의 무더기 고발을 앞두고 수사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사의 공정성과 일관성을 위해 고발장이 접수되는 대로 수사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4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은 정부가 집단사직을 한 전공의를 무더기 고발할 경우 최소 수천명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일반 전공의는 일선 경찰서에서, 주동자와 범죄 혐의가 중한 전공의는 각 시도경찰청에서 담당하는 '분산 수사'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일선 경찰서는 관내에 있는 병원 규모가 클수록 피고발 전공의 숫자도 늘어나는 만큼 쏠림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한 현장 경찰관은 "경찰서마다 편차가 있을 것"이라며 "지방청에서는 관할 병원이 없는 경찰서도 나눠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눠갈지에 대해서는 이후에 고민해 봐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형병원을 관할하는 일선 경찰서는 보건복지부의 '고발 수위'에 주목하고 있다. 고발 대상으로 거론되는 사직 전공의가 지난 8일 기준 1만1994명(92.9%)에 해당하는데, 이들을 전부 수사 대상에 올리기에는 무리가 있어서다.
관내에 대형병원이 있는 한 경찰서 관계자는 "전국 사직 전공의가 약 1만명인데 다 고발될 수도 있고 못 해도 수천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전담 수사팀을 꾸려서 이들을 전부 수사하기에는 힘들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응했는지, 업무 복귀 계획이 있는지 등에 따라 정부의 고발 수위가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9일까지 근무지 복귀를 요청했었다. 연락이 닿지 않은 전공의 13명에 대해서는 업무개시명령을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방식으로 공시송달했다.
또 다른 일선 경찰서 경찰은 "복지부가 고발 수위를 어느 정도로 잡을지가 가닥이 잡혀야 그에 맞춰 본격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며 "정부가 제재 기준을 낮게 잡으면 고발 대상이 많아질 테고, 높게 잡으면 아무래도 적어질 수 있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최근 각 시도청에 수사 지연이 없도록 효율적인 수사 방안을 자체적으로 마련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낸 상태다. 그러나 공정하고 일관된 수사를 위해선 경찰청 차원에서 구체적인 수사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수사지침에는 송치와 불송치의 기준, 출석요구 과정과 조사 사항, 수사가 쏠릴 경우 다른 경찰서 지원 방안, 주동자인지 가담자인지 등 혐의 정도에 따른 급수 구분, 구속 수사 원칙 등이 구체적으로 담겨야 한다고 봤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역별로 분산 수사를 할 때 나름의 지침이 있어야 한다. 어떤 범죄혐의를 가지고 어떤 형식으로 어디까지 수사를 진행할 것인지 등이 정해져야 한다"며 "부산에서는 문제가 되는데 서울에서는 문제가 안 된다는 식으로 공정성이 훼손되면 경찰 수사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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