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의사표시 의원 발의가 관례” VS “필요하다면 바꿔야”
발의자 등 놓고 이견…22일 예정된 정례회 앞두고 안산시 ‘답답’
[안산=뉴시스] 문영호 기자 = 경기 안산시가 추진하는 이민청 유치 전략이 시의회 여·야의 주도권 싸움에 발목 잡히는 모양새다.
시는 이민청 유치를 위한 시의회 차원의 건의안 채택을 신호탄으로 국회와 법무부 등 중앙정부, 대국민 홍보전 등을 펼칠 예정이었지만 의회가 건의안을 채택하지 못하면서 계획했던 일정이 뒤틀리고 있다.
6일 안산시와 시의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제285회 안산시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이민청 설치 촉구 건의안’을 상정하기 위한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이 발의됐지만, 정회와 5분 자유발언 등 논란 끝에 최종 표결에서 찬성10, 반대10으로 부결됐다. 가부동수일 때는 부결로 본다. 이에 앞서 13일 제1차 본회의 안건 심사에서도 같은 안이 제출됐지만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다.
안산시의회 의원은 모두 20명으로 9명이 현 시장과 같은 국민의힘 소속이고, 11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이민청을 안산에 설치해야 한다는 데는 여야 모두 대찬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도권 싸움이 벌어진 데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시의 최대 현안을 선점하겠다는 여야의 노림수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안산시의회 관례상 조례나 촉구결의안 등은 발의 의사를 먼저 밝힌 의원이 우선권을 갖는다는 입장이다. 현옥순 의원이 ‘이민청 설치 촉구 건의안’ 발의 의사를 가장 먼저 밝혔기 때문에 현옥순 의원 등이 제285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 관련 안건 상정을 요청했고, 제2차 본회의에서도 의사일정 동의안을 제출했다는 거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관례’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발의된 안건이 안산시 발전에 필요한 지 여부를 우선 살펴야 하고, 협의를 통해 더 좋은 안건으로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그러면서 ‘이민청 설치 촉구안’이 아닌 ‘이민청 유치 건의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두 당이 각자 내세우는 명분은 또 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의 법무부가 이민청 설립을 추진하고 있고, 안산시장이 여당인 만큼 시 정책 추진에 힘을 보태야 하는 여당으로서의 책무를 내세우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다문화의 가치를 상징하는 황은화 의원이 발의하고,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야 중앙정부는 물론 국민들을 설득할 명분이 생긴다는 입장이다. 황은화 의원은 중국 출신으로 20여 년 전 귀화했다.
지난달 285회 본회의 이후 ‘이민청 유치’를 위한 시의회 차원의 공식 논의는 아직 없다. 다만 오는 22일부터 시작되는 제286회 안산시의회 제2차 정례회에 앞서 양당이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
안산시의 한 고위 관계자는 “두 당 모두 이민청 유치에는 두 손 들어 환영하고 있고, 집행부가 필요한 게 무엇인지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정치적 논리로 정면 대치하고 있어 답답하다”면서 “공직자의 입장에서는 옳다 그르다를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다음 회기가 진행되기 전까지 합의안이 도출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이민청 신설은 지난해 법무부의 대통령실 업무보고에서 처음 대두됐고, 지난 9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법무부가 내부적으로 설립방안이 마무리 단계라고 밝힌 바 있다.
안산시는 지난달 ‘안산의 길이 대한민국의 길’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이민청 유치에 나섰다. 오는 14일 300인의 안산시민과 함께하는 대토론회를 열고 시민 공감대 확산에 나선다. 국회와 법무부 등 중앙정부, 대국민 홍보전 등은 시의회가 11월 회기에서 어떤 결과를 내놓을 지에 따라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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