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 '일촉즉발'
석유류 가격 상승에 8~9월 3%대 물가
기준금리 3.5% 유지…가계·기업 대출 한계
고환율에 원자재·중간재 가격↑ 수출 부담
IMF, 내년 성장률 0.2%p↓추가 둔화 우려
[세종=뉴시스]용윤신 기자 =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이 고조되면서 남은 4분기뿐 아니라 내년 경제까지 휘청일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14일 외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지난 13일 새벽(현지시간) 가자지구에 거주하는 약 110만명의 팔레스타인인들에게게 24시간 내로 남쪽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통보하면서 전면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 이란의 팔레스타인 지원을 막기 위해 이란 원유 수출 금지 등을 검토 중이라고 전해지면서 국제유가가 추가로 상승하면서 국내 경기 회복이 늦어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당장 영향을 받는 것은 물가다. 지난 6~7월 2%대로 내려왔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8월 3.4%, 9월 3.7%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석유류 물가는 전년 대비 4.9% 하락했는데, 이는 지난 7월(-25.9%), 8월(-11.0%) 대비 하락폭을 대폭 축소한 것이다. 9월 물가에 대한 석유류 기여도는 -0.25%포인트(p)다. 앞서 7월(-1.49%p), 8월(-0.57%p) 석유류 가격 하락이 전체 물가를 낮춰주는 역할을 해왔지만 하락폭이 줄어들면서 물가 상방요인으로 떠올랐다.
고물가와 가계부채 우려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3.5%로 유지하면서 가계와 기업 등 경제 주체의 소비·투자 여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고정형(혼합형)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는 4일 4.795%로 연고점을 기록했다. 이에 일부 은행에서 주담대 고정금리 하단이 5%대로, 금리 상단은 6% 중반대로 올라섰다. 예금금리와 채권금리 상승에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은 7%대를 돌파했다.
하지만 고금리 상황 속에서 아파트 매매 거래가 증가하면서 주담대는 증가하고 있다. 9월 주담대는 전월보다 6조1000억원 늘어난 833조9000억원을 기록하며 7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한은 '2023년 9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잔액은 1079조8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4조9000억원 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6개월 연속 증가세로 9월 증가액(4조9000억원)은 9월 기준으로 2009년 6월(6조7000억원 증가) 이후 두 번째로 크다.
기업 상황도 녹록지 않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전국 19개 은행의 중소기업 보증서담보대출 평균금리는 8월말 잔액기준 연 4.51~6.10%, 물적담보대출 금리는 4.92~6.04%로 나타났다. 신용대출 금리는 5.34~7.32% 수준이다.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대출) 금리는 6.17~7.82%에 이른다.
개인사업자 신용한도대출 금리는 평균 3~4%대에서 6~7%대로 치솟았다. 중저신용자의 경우 두 자릿수를 넘어간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7월까지 소진공 직접대출을 받은 소상공인 86만7151명(누적) 중 15만3970명이 폐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87.3%가 기준금리가 급격히 상승한 지난해 이후에 몰렸다.
미국 기준금리는 지난 7월 5.5%로 오른 뒤 한 차례 동결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3.0%p에 달하는 미국과 금리격차, 안전자산 선호 등으로 원·달러 환율은 8월부터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7월 중순만 해도 1260원에서 움직이던 환율은 8월에만 50원 가까이 뛰었고, 9월에만 30원 올랐다. 지난 4일에는 1363.5원으로 11개월 만에 최고점을 기록하면서 일각에서는 환율이 1400원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최근 터진 이-팔 전쟁으로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지면서 강달러를 부추길 수 있다. 고환율 현상은 수출에는 유리하지만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1일 '10월 세계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올해 전망을 유지했으나,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2.4%에서 2.2% 0.2%p 낮춘 바 있다. 다만 이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가 적용되지 않은 전망으로 향후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물가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에 편승한 석유류 등의 가격 인상이 없도록 특별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금융·외환시장과 실물경제 상황을 24시간 모니터링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대외변수가 커질 경우 경기회복세는 더뎌질 수밖에 없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에서 이란의 하마스 지원을 차단하기 위해 원유수출을 금지하면 국제유가는 더 오를 수 있다"며 "작년부터 미국으로 수출이 늘고 있는데 4분기부터 미국 소비가 줄어들면서 미국으로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시장금리가 현재보다 더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과 한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정점이라는 점을 봤을 때 환율도 연말이 되면 1300원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