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르세라핌, 브랜딩 주목
포스트 말론, 첫 내한공연서 블랙핑크 티셔츠 입기도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너 ○○T야?"
페스티벌 시즌이 끝났는데, 음악 티셔츠 팬들은 자주 움찔한다. 성격유형검사(MBTI)에서 파생된 밈(meme) 때문이다. 롤링스톤즈, 비틀스, 퀸, 너바나, 데이비드 보위 등의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는 어느 정도 통용이 되지만 소셜 디스토션 등으로 넘어가면 '무슨 T야?'라는 질문에 답하면서 취향을 설명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음악 티셔츠는 광(狂)적인 수집 대상이자, 특히 여름의 유니폼이다.
'티셔츠의 음악학'이라 불릴 만한 저서 '음악을 입다 – 스트리밍 시대에 음악을 애정하는 새로운 방법'을 펴낸 백영훈 오라클코리아 상무(음악 칼럼니스트)는 "티셔츠는 사람을 나타내는 미학이다. 자신의 개성, 취미, 취향의 기승전결"이라고 말했다.
음악(특히 재즈와 클래식) 마니아인 일본 소설가 무리카미 하루키도 콘서트에 가면 티셔츠를 산다. 콘서트가 즐거웠으니 좋은 기념품으로. 그런데 그는 이를 실제로 별로 입진 않는다. 하루키는 자신이 소장한 수백 장의 티셔츠가 주인공인 에세이집 '무라카미 T'에서 "기념으로 챙겨두기만 할 뿐"이라고 썼다.
K팝의 위상이 남달라졌지만, K팝 아이돌의 티셔츠도 기념품 성격이 강하다. 최소한 국내에선 평상시에 잘 입지 않는다. 팬덤 중심으로 소비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유의미한 변화가 조금씩 보인다. 뉴진스·르세라핌 등 세련된 브랜딩을 한 걸그룹 중심으로 티셔츠 등 옷 관련 굿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휴양지에서 파란 뉴진스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최근 첫 내한 공연한 미국 팝스타 포스트 말론은 자신의 공연인데 블랙핑크 티셔츠를 입고 무대에 올랐다.
페스티벌 시즌이 끝났는데, 음악 티셔츠 팬들은 자주 움찔한다. 성격유형검사(MBTI)에서 파생된 밈(meme) 때문이다. 롤링스톤즈, 비틀스, 퀸, 너바나, 데이비드 보위 등의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는 어느 정도 통용이 되지만 소셜 디스토션 등으로 넘어가면 '무슨 T야?'라는 질문에 답하면서 취향을 설명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음악 티셔츠는 광(狂)적인 수집 대상이자, 특히 여름의 유니폼이다.
'티셔츠의 음악학'이라 불릴 만한 저서 '음악을 입다 – 스트리밍 시대에 음악을 애정하는 새로운 방법'을 펴낸 백영훈 오라클코리아 상무(음악 칼럼니스트)는 "티셔츠는 사람을 나타내는 미학이다. 자신의 개성, 취미, 취향의 기승전결"이라고 말했다.
음악(특히 재즈와 클래식) 마니아인 일본 소설가 무리카미 하루키도 콘서트에 가면 티셔츠를 산다. 콘서트가 즐거웠으니 좋은 기념품으로. 그런데 그는 이를 실제로 별로 입진 않는다. 하루키는 자신이 소장한 수백 장의 티셔츠가 주인공인 에세이집 '무라카미 T'에서 "기념으로 챙겨두기만 할 뿐"이라고 썼다.
K팝의 위상이 남달라졌지만, K팝 아이돌의 티셔츠도 기념품 성격이 강하다. 최소한 국내에선 평상시에 잘 입지 않는다. 팬덤 중심으로 소비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유의미한 변화가 조금씩 보인다. 뉴진스·르세라핌 등 세련된 브랜딩을 한 걸그룹 중심으로 티셔츠 등 옷 관련 굿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휴양지에서 파란 뉴진스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최근 첫 내한 공연한 미국 팝스타 포스트 말론은 자신의 공연인데 블랙핑크 티셔츠를 입고 무대에 올랐다.
음악 전문가 여덟 명에게 '왜 밴드 티셔츠는 입고 다닐 수 있는데 아이돌 티셔츠는 입고 다닐 수 없는가. 아이돌 티셔츠 입고 다니는 게 가능하면 왜 그런가. 혹시 입고 다닐 수 있는 아이돌 티셔츠가 있다면'이라고 묻고 그 답을 각각 들었다. 하루키 말마따나 이런 간편한 옷을 입고 편하게 생활하는 건, '후세를 위한 풍속자료'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아이돌 가수를 응원하는 것에 대한 편견이 심하기 때문에, 그리고 팬덤 중심의 소비가 이뤄지기 때문에 아이돌 의류 머천다이즈를 입고 다니는 데 시선이 뒤따른다. 그리고 해외 아티스트들의 투어 머천다이즈에 비해 한국 아티스트들의 머천다이즈 수준이 높지 않으며, 머천다이즈를 구매하려면 전용 페이지나 투어를 가야 하는데 관심만 있는 정도로는 어렵다. 물론 찾아보면 괜찮은 작품도 존재한다. FUTURA, Juun.j와 콜라보한 하이브 인사이트의 BTS 컬래버레이션 후드 등이다. 근사한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 접근성과 궁극적으로는 아이돌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 시선이 개선돼야 한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온스테이지 기획위원)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아이돌 팬 나아가 특정 아이돌 팬이라는 것을 대대적으로 노출하는 것에 대해 아직 부정적인 사회적 시선을 느끼는 팬들이 많은 것이 주요 원인이 아닐까 싶다. 한편으로는 오랜 역사에 의해 디자인 면에 있어서 다방면으로 발달해 온 밴드 티셔츠보다 가수 이름이나 로고를 활용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아직 보여주지 못한 아이돌 티셔츠 디자인의 문제점도 지적할 수 있겠다. 이 모든 면에 있어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건 역시 뉴진스가 아닐까 싶다. 지난해 첫 팝업에서 판매했던 크롭 티셔츠와 맨투맨 티셔츠는 당시 유행하던 뉴트로 스타일의 로고를 사용해 팬이 아닌 이들도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는 특징을 보였다. 얼마 전 열린 팝업스토어에서 자신들의 쿨하고 스포티한 이미지를 살린 에슬레저 룩 MD를 선보인 르세라핌도 매력적이었다"
"자니 로튼이 섹스 피스톨즈 오디션에서 '아이 헤이트 핑크 플로이드(I hate Pink Floyd)' 티셔츠를 입은 것에서 보듯 해외 록 신에서 티셔츠는 일종의 정치이자 아이덴티티다. (글이나 그림 등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는 행위는 자신의 메시지를 길거리에 전시하고 표현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밴드 이름이 박힌 티셔츠를 입는 건 결국 자신을 증명하는 길이다. 그런데 문화적, 정치적으로 우리나라엔 그런 전통이 없었다. K팝 아이돌 인기가 높아졌다고 하지만 특히 국내에선 '내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걸 불특정 다수에게 전시하는 행위에 대해 아직 부담스러워한다. 해외 록밴드의 로고는 그 자체로 멋있다. K팝 아이돌의 로고가 디자인으로 사용될 만큼 멋있게 만들어진 건 불과 얼마 안 된다. 르세라핌, 뉴진스가 그 예다. 르세라핌은 팝업 스토어를 열어 로고를 활용한 제품으로 인기를 끌었고 뉴진스는 팀을 상징하는 토끼 캐릭터를 활용해 맥도날드, 코카콜라, 아이폰 등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했다. 아이돌이 산업을 넘어서 브랜드 라이프 스타일로 확실히 녹아들어가면 티셔츠를 일상에서도 입고 다닐 수 있을 것이다."
김작가 대중음악 평론가(일일공일팔 콘텐츠본부장)
백영훈 대중음악 칼럼니스트('음악을 입다 – 스트리밍 시대에 음악을 애정하는 새로운 방법' 저자·오라클코리아 상무)
"음악에 대한 취향 또는 연대와 충성도의 차이다. 충성도가 높지 않아도 록 밴드 이미지는 멋이 있어 취향이 나온다. 아이돌은 충성도, 연대 차원에서 티셔츠를 주로 입다 보니 이미지가 제한적으로 귀속된다. 즉 이미지 소비의 확장성이 영역을 벗어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AC/DC, 메탈리카, 아이언 메이드, 퀸, 데이비드 보위 등은 충성도가 높지 않아도 팝 아트적으로 소비된다. 이들의 음악을 몰라도 티셔츠를 입는다. 디자인 그 자체로 차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좀 다른 얘기지만, 완고했던 적이 있다. 해당 아티스트 음반 컬렉션도 없으면서 티셔츠를 입는다고? 진정성 없네, 지금은 아니다. 아는 것과 영향을 끼치는 건 다르다는 생각을 한 뒤부터다. 알아야 좋은 건가? 좋으면 좋은거지. 좋아야 알고 싶어질 테고. 예컨대 한때 수록곡 달달 외고 다니던 뮤지션의 모습에 더 이상 흥분되지 않아도, 음반 커버만 봐도 언제나 멋져서 에너지가 생기는 토킹 헤즈 티셔츠는 사고 싶다(며칠 전 스투시 협업 티셔츠 늦어서 놓쳤다). 동시에 티셔츠에 뭐 그리 심각할 일인가, 싶기도 하고. 물론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티셔츠를 입진 않을 것 같다. 다만 그것이 어떤 의미라도 살면서 좋아해 봤거나, 경험해 본 거라면 입을 수 있다. 그러니 기타 배울 때 ‘My Love’ 열심히 연습했던 웨스트라이프나 한때 참 즐겨 들었던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크게 그려진 엔싱크 티셔츠라면 입을 수 있을 것 같다. 하필 또 2000년대에 나온 뭔가(둘 다 90년대 데뷔지만 2000년 즈음 전성기를 맞았으니)가 흥미로운 요즘 아닌가.
"좀 다른 얘기지만, 완고했던 적이 있다. 해당 아티스트 음반 컬렉션도 없으면서 티셔츠를 입는다고? 진정성 없네, 지금은 아니다. 아는 것과 영향을 끼치는 건 다르다는 생각을 한 뒤부터다. 알아야 좋은 건가? 좋으면 좋은 거지. 좋아야 알고 싶어질 테고. 예컨대 한때 수록곡 달달 외고 다니던 뮤지션의 모습에 더 이상 흥분되지 않아도, 음반 커버만 봐도 언제나 멋져서 에너지가 생기는 토킹 헤즈 티셔츠는 사고 싶다(며칠 전 스투시 협업 티셔츠 늦어서 놓쳤다). 동시에 티셔츠에 뭐 그리 심각할 일인가, 싶기도 하고. 물론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티셔츠를 입진 않을 것 같다. 다만 그것이 어떤 의미라도 살면서 좋아해 봤거나, 경험해 본 거라면 입을 수 있다. 그러니 기타 배울 때 '마이 러브(My Love)' 열심히 연습했던 웨스트라이프나 한때 참 즐겨 들었던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크게 그려진 엔싱크 티셔츠라면 입을 수 있을 것 같다. 하필 또 2000년대에 나온 뭔가(둘 다 90년대 데뷔지만 2000년 즈음 전성기를 맞았으니)가 흥미로운 요즘 아닌가."
좀 다른 얘기지만, 완고했던 적이 있다. 해당 아티스트 음반 컬렉션도 없으면서 티셔츠를 입는다고? 진정성 없네, 지금은 아니다. 아는 것과 영향을 끼치는 건 다르다는 생각을 한 뒤부터다. 알아야 좋은 건가? 좋으면 좋은거지. 좋아야 알고 싶어질 테고. 예컨대 한때 수록곡 달달 외고 다니던 뮤지션의 모습에 더 이상 흥분되지 않아도, 음반 커버만 봐도 언제나 멋져서 에너지가 생기는 토킹 헤즈 티셔츠는 사고 싶다(며칠 전 스투시 협업 티셔츠 늦어서 놓쳤다). 동시에 티셔츠에 뭐 그리 심각할 일인가, 싶기도 하고. 물론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티셔츠를 입진 않을 것 같다. 다만 그것이 어떤 의미라도 살면서 좋아해 봤거나, 경험해 본 거라면 입을 수 있다. 그러니 기타 배울 때 ‘My Love’ 열심히 연습했던 웨스트라이프나 한때 참 즐겨 들었던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크게 그려진 엔싱크 티셔츠라면 입을 수 있을 것 같다. 하필 또 2000년대에 나온 뭔가(둘 다 90년대 데뷔지만 2000년 즈음 전성기를 맞았으니)가 흥미로운 요즘 아닌가.
유지성 프리랜스 에디터(온스테이지 기획위원)
임희윤 음악전문 기자(희미넴·Yuni Lim)
조혜림 PRIZM 음악콘텐츠 기획자
황선업 대중음악평론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