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연주 즉흥…악보 없다"
"5살 때부터 록 음악 들어"
"펄 드럼 공연…어릴 적 꿈 이뤄"
"헤비메탈 시대, 재현 힘들 것"
"록, 에너지·실력·지구력 필요"
"예술 택한 이유? 평일 즐기려"
【서울=뉴시스】강운지 리포터 = "원래부터 인간의 손기술에 대한 동경이 있었어요. 그냥 인간이 뭔가를 하는 것 자체가 낭만적인 것 같아요."
유튜버 부기드럼(본명 박영진)은 지난달 25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밴드 음악을 업으로 삼게 된 이유에 대해 이같이 표현했다. 그는 2015년경 '시나위'를 거친 후 현재 '바다(BAADA) 밴드'와 '레드원(RED-ONE) 밴드'의 드러머로 활동하고 있다.
부기드럼은 자신을 '블루스 혹은 하드록 계열, 헤비메탈 드러머'로 정의했다. 그의 유튜브 콘텐츠는 이마트 노래, 안철수 '누구메탈', 멧비둘기 울음소리 등 각종 밈(meme)이나 가요에 맞춰 드럼을 연주하는 게 전부다. 엉뚱하지만, 일종의 음악적 재해석인 셈이다.
해당 콘셉트에 대해 그는 "나름의 대의가 있었다"며 운을 뗐다.
이어 "밴드 음악은 배우기도, 접하기도, 이해하기도 힘든 매니악한 장르다. 그 벽을 깨고 싶었다"면서 "일단 재밌어야 사람들이 보지 않겠나. 대중이 많이 아는 노래에 메탈스러운 드러밍을 섞으면 언밸런스하면서 괜찮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부기드럼이 록에 빠진 건 대여섯 살 때부터다. 아버지로부터 비틀스, 레드제플린 등의 음악을 접한 게 계기였다.
그는 "속된 말로 '눈 돌아갔다'고 하는데, 연주하면서 진짜 미쳐버린 것 같은 상태가 있다. 어렸을 때 그런 게 눈에 띄었던 것 같다. 또 꽉 찬 사운드를 들었을 때 느껴지는 쾌감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음악인으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지난해 올림픽 공원에서 진행된 '리슨어게인 페스티벌 2022'라고 했다. 세계적인 드럼 브랜드 '펄(Pearl)'의 공식 엔도스먼트(Endorsement) 아티스트로서 무대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부기드럼은 "그때 사용한 파란색 드럼 세트는 펄 드럼에서 공식적으로 제공받은 거고, 내게 굉장히 의미 있는 모델이다. 그걸 외부에서 처음 사용해 봤다. 정말 감회가 새로웠다"면서 "내가 걸어온 길이 맞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벌써 하반기 공연 스케줄이 잡혀있을 정도로 활발히 활동하는 그이지만, '헤비메탈의 시대가 다시 올까'라는 질문에는 다소 비관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부기드럼은 "헤비메탈은 듣기도, 직접 하기도 어렵다"면서 "그런 오리지널 록을 하려면 몸에서 나오는 에너지, 연주 역량, 그리고 무대를 이끌어갈 수 있는 지구력이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아울러 "대부분의 일반인들이 몸 좋은 사람을 보고 감탄하지만, 전문 보디빌딩에 대해서는 다소 거부감을 느끼지 않냐. 반면 거기에 경이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더 미치게 된다"면서 "록은 그런 장르"라고 표현했다.
아래는 부기드럼과의 일문일답.
"나름의 대의가 있었다. 밴드 음악도 사람들이 주로 소비하는 콘텐츠의 반열에 들어서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밴드 음악은 배우기도, 접하기도, 이해하기도 힘든 매니악한 장르 아닌가. 그런 벽을 깨고 싶었다. 그럼 일단 영상이 재밌어야 사람들이 보지 않겠나. 대중이 많이 아는 동요나 가요에 록이나 메탈스러운 드러밍을 섞으면 언밸런스하면서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럼 본인은 메탈 드러머인 건가.
"난 블루스나 하드록 계열, 헤비메탈 드러머다. 어떻게 보면 이 업계에서 굉장히 스탠다드한 축이다. 근데 내가 원래 좀 (드럼을)격하게 치다 보니 약간 미친 사람처럼 보여서, 그게 좋게 작용했던 것 같다."
-영상에서 카메라가 시종일관 흔들린다. 대체 어디에 설치한 건가.
"그게 약간 얻어걸린 면이 있다. 옛날에 한국판 '짱구는 못말려' 엔딩곡을 연주했는데, 카메라를 놓을 데가 없어서 그냥 심벌즈 스탠드에 달아 놨다. 그 가사가 하필 '살금살금 다가가자'라는 부분이었다. 편집할 때 보니까 '살금살금' 하면서 카메라가 미친 듯이 흔들리더라. 그게 웃겨서 계속하게 됐다."
-'안철수 누구메탈 커버' '반야심경 커버', 심지어 '멧비둘기 울음소리 커버'까지 있다. 대체 곡 선정 기준이 뭔가.
"청각이 1차원적인 감각이다 보니, 딱 듣기에 재밌어야 한다. 멧비둘기 다음에는 자동차 와이퍼 소리를 메트로놈(박자 기기) 삼아 드럼을 친 것도 있었다.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냐'고 질문을 많이 하신다. 근데 그냥 생각을 안 한 거다. '왜 굳이 여기다 연주를 하나' 싶지만, 바로 그게 재밌는 포인트인 것 같다."
-그럼 영감이 떠오르면 바로 악보를 쓰는 건가. 혹은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건가.
"이 점을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연주가 악보에 우선한다. 그러니까 나는 머릿속의 악상을 따라 연주한 거다. 누군가 내 연주를 듣고 그걸 문서로 채보하면 악보가 있는 거고, 그게 아니면 악보가 없는 거다."
-시청자들과 유독 친하게 지내는 것 같다. 긴 머리 때문에 '언니'라고 놀림을 받기도 하는데.
"요즘 댓글 문화 자체가 친근하게 구는 분위기인 것 같다. 그리고 영상을 만들다 보니 내가 '동네 재밌는 형'처럼 돼 있더라. 장난에도 '허허'하는."
-언제부터 장발을 고수했나.
"학생 때부터 길렀다. 그때는 이런 장발보다 브로콜리나 헬멧같은 머리를 했다.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길렀는데, 음악을 해서라기보다 그냥 긴 머리를 하고 싶었다."
-계속 유지할 계획인가.
"이미 몇 년 동안 유지하고 있어서, 여기서 계속 왔다 갔다 할 것 같다. 펌이 필요하다 싶으면 그때 한 10센티미터 정도씩 다듬는다."
-가장 처음 영상이 '떡상'했던 시점을 기억하나.
"페이스북에 올린 첫 영상이 '뽀로로'였고, 그때부터 꾸준히 반응이 괜찮았다. 그러다가 유튜브에 '누구메탈(안철수 커버)' 영상을 올렸더니 그게 어느 날 조회수 50만회가 돼 있더라. '이게 되네' 싶었다. 그게 '더훗 The HOOT'이라는 크리에이터가 만든 영상에 드럼을 입힌 거다. 그분에게도 감사하고, 좋은 발성을 제공해 주신 우리 안철수 의원께도 굉장히 감사하다."
-몇 살 때부터 드럼을 시작했는지, 왜 시작했는지도 궁금하다.
"밴드 음악을 좋아한 건 대여섯 살 때부터였다. 아버지께서 비틀스나 레드제플린 음악을 많이 들려주셨다. 그리고 원래부터 인간의 능력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예를 들어 스타크래프트를 하면 테란만 한다. 사람이니까."
-인간애가 특출난 편인 건가.
"사람이 하는 음악을 좋아한다. 지금은 진짜 기계가 노래 부르는 것도 듣는 시대 아닌가. 어릴 때 '나중에는 로봇이 노래한 것도 듣겠네'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그렇게 됐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손기술에 대한 동경도 있는 것 같다.
"맞다. 그리고 인간이 뭔가를 하는 것 자체가 낭만적인 것 같다. 사람 냄새도 나고."
-꼭 록이었어야 했던 이유가 있을까.
"속된 말로 '눈 돌아갔다'고 표현하는데, 연주하면서 진짜 미쳐버린 것 같은 상태가 있다. 그런 게 어렸을 때 눈에 띄었던 것 같다. 그리고 좋은 록 음악의 꽉 찬 사운드를 들었을 때 나오는 쾌감이 있었다."
-혹시 하루 연습량은 어떻게 되나.
"매일 다르다. 일단 해 놓은 게 있으니까 (실력이)유지는 되는 것 같다. 비는 시간이 생기면 연습하고 그런다. 그게 일이면서 휴식이고 취미다."
-보통 '취미가 일이 되면 즐겁지 않다'고 하는데, 거기에 동의하지는 않나.
"그 말이 왜 나오는지는 이해가 간다. 그런데 그 생각을 하기보다는 (그 시간에)그냥 한 번 더 연습하는 게 나은 것 같다."
-2019년도에는 팬 미팅까지 했다. 어땠나.
"그때 사실 홍보가 잘 안됐는데, 100명 제한에 620명이나 신청했다. 그래서 한 20~30명 더 뽑았다. 원래 좌석도 100석 제한이었는데 어떻게든 뒤에 끼워 넣었다.
내가 어디 가서 말을 하면 '이 사람 말도 할 줄 아네' 이런 반응이 나오더라.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약간 방구석에서 혼자 (음악)연구만 할 것 같은 그런 이미지다. 사람들이 내 토크를 보고 싶어 한다는 걸 그때 알았다. 그날 집에 가면서 친구한테 '내가 지금 스탠딩 코미디를 하고 온 것 같다'고 했다."
-현장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신기해했나.
"그렇다. 그리고 재밌는 일이 많았다. 예를 들면 '팬 미팅에 당첨된다면 뭐 하고 싶으세요?'라는 설문에 '그냥 벽에 짜져서 박수나 칠게요' 이런 답변도 있었다. 그리고 여성 팬들이 요구한 것 중에 '아이컨택 10초만 해 달라' 같은 게 있었는데, 남성 팬들이 오글거리니까 뒤에서 벽을 때리고 있더라. 그런 리얼한 상황들이 기억에 남는다.
2019년 초면 지금보다 밴드가 더 활성화가 안 됐을 때인데, 한국에서 일개 드러머를 보려고 사람들이 이만큼 모였다는 게 일종의 현대미술 같았다. 그래서 더 재밌었던 것 같다."
-뮤지션으로서 정말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나.
"작년에 '리슨어게인 페스티벌'이라고, JTBC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온 사람들을 한데 모은 공연이 있었다. 그게 제일 기억에 남는다.
내가 가진 드럼 세트 중 파란색 드럼이 있다. 펄 드럼과 공식 엔도스먼트(Endorsement) 계약을 체결해서 제공받은 모델이고, 내게 굉장히 의미가 깊은 드럼이다. 그걸 외부에서 처음 사용해 본 게 그때였다. 정말 감회가 새로웠다. 어린 시절의 꿈이 눈앞에서 이뤄지고 있으니까.
공연이 끝나고 영상과 사진을 봤는데, 마치 내가 아닌 것 같았다. 무슨 외국인 같더라. 그때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틀리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안 그래도 '펄 드럼, 파이스테 심벌, 빅퍼스 드럼스틱 인터내셔널 아티스트'라고 나오더라. 그게 드러머에게 어떤 의미인가.
"그 악기를 내가 대여 혹은 제공받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거다. 앰버서더보다 한 단계 윗 개념이다. 브랜드 홈페이지의 '해외 아티스트' 목록 안에 내가 올라간다. 우리들만의 명예로운 그런 거다. 특히 펄과 파이스테는 음악을 시작할 때부터 꼭 사용하고 싶었던 악기다. 그런 점은 참 기분이 좋다."
-평소에는 록 외에 다른 장르 음악도 즐겨 듣나.
"아까 트와이스 노래 들으면서 운동했다. 클래식도 찾아 듣고, 또 빅밴드 재즈(1930년대 유행, 대규모로 연주하는 재즈 스타일)도 좋아한다. 그래도 하드록 장르를 제일 좋아한다. 레드제플린 같은 70·80년대 밴드 스타일."
-요즘 세대가 옛날만큼 록 장르에 열광하지 않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시대의 흐름인 것 같다. 시기마다 열광했던 음악들이 있지 않나. 루이 암스트롱 같은 재즈에 열광했던 시대도 있고, 더 올라가면 으리으리한 클래식의 시대도 있었고, 마이클 잭슨의 전성기도 있었다. 청자켓과 청바지가 유행했던 시대가 있는 것처럼 그냥 자연스러운 것 같다.
하나 더 첨언하자면, 국내에서는 아직 록 음악에 대한 선입견이 확실히 있는 것 같다. '사회성 없어 보인다'는 거다. 사람들은 그렇게 눈 돌아가 있는 모습을 좀 무서워하는 것 같다.
대부분의 일반인들이 몸 좋은 사람을 보고 경이로워하지만, 전문 보디빌딩에 대해서는 약간 거부감을 느끼지 않나. 반면 거기에 경이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더 미친다. 록 음악은 약간 그런 장르인 것 같다."
-헤비메탈의 시대가 다시 올 수 있다고 보나.
"개인적으론 힘들다고 본다. 무언가 유행하려면 접근하기 쉬워야 하는데, 헤비메탈은 듣기도 어려울뿐더러 직접 하기도 어렵다. 몸에서 나오는 소위 '피지컬 에너지'도 있어야 하고, 연주 역량도 있어야 하고, 무대를 1시간30분 동안 이끌 수 있는 지구력도 있어야 한다.
물론 돌아올 수 있겠지만 굉장히 난이도가 높을 것 같다. 또 과거의 전설적인 아티스트들을 넘어서기는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향후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나. 예정된 공연이 있나.
"바다 밴드는 6월에 작은 공연이 몇 개 있고, 레드원 밴드는 전국 투어를 하고 있다. 6월에 대전, 그다음에 부산, 7월에 창원과 대구다. 가을 지나고 하반기 스케줄도 조금 잡혀있다."
-유튜브서 꼭 커버하고 싶은 노래가 있나.
"아직 없다. 그런 건 바로 영감이 떠올라야 한다. '슬램덩크 오프닝곡 커버'를 올린 것도, 헬스장에서 등 운동하다가 슬램덩크 영화 생각이 나서 그날 촬영한 거다. '뉴진스의 프로틴 쿠키'는 내가 프로틴 쿠키를 좋아해서 했다. 힘을 너무 많이 주면 영상이 무거워지는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음악인이 되고 싶은가.
"그냥 재밌게 사는 음악인이 되고 싶다. 가벼운 말이지만 내 삶에 있어서는 굉장히 무겁다.
우리 어머니께선 내가 드럼 전공하는 걸 보고 '나는 태어나서 뭔가를 그렇게 미치도록 좋아해 본 적이 없다'고 하시더라. 아들 둘을 낳고 평탄하게 살아오셨지만, 몰두해보지 못한 뭔가에 대해 갈망이 있으신 거다.
내가 예술을 한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는 음악이 좋아서, 둘째는 큰 악기에서 나오는 공간감이 경이로워서, 그리고 마지막은 평일 낮을 온전히 누리고 싶어서다. 뭘 많이 안 가져도 좋으니, 즐겁게 시간을 보내면서 살고 싶다."
-단단한 신념이 부럽다. 후회는 전혀 없나.
"이렇게 살다가 망하면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왜 그렇게 살지 못했을까' 하며 후회하는 어른을 더 많이 봤다.
사실 모든 게 상대적이지 않나. 불행이 있기 때문에 행복이 있는 거다. 프로틴 쿠키를 100원에 매일 사 먹을 수 있다면 별로 맛있지 않을 거다. 주말은 이틀밖에 없으니까 좋은 거고, 혼자 있는 시간이 가치 있는 이유는 머지않은 미래에 타인과 함께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뭔가를 놓쳤다고 항상 불만족하고 짜증 나 있으면, 그 자체가 연주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그래서 모든 걸 온전히 즐겨야겠다고 생각한다. 그게 갈수록 큰 목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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