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커상 최종후보 천명관 "19년 전 소설로...재밌고 얼떨떨하네요"

기사등록 2023/04/19 10:42:29

최종수정 2023/04/19 11:14:39

장편소설 '고래' 부커상 최종후보 6편에 포함

[서울=뉴시스] 소설가 천명관(ⓒ백다흠). (사진=은행나무, ⓒ백다흠 제공) 2023.03.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소설가 천명관(ⓒ백다흠). (사진=은행나무, ⓒ백다흠 제공) 2023.03.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세상 참 모르겠네요."

19년 전 출간했던 소설이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르자 천명관(59) 소설가는 얼떨떨함을 드러냈다.

지난 18일 천 작가의 장편소설 '고래(영제: Whale)'가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 6편 중 하나에 올랐다. 지난 18일 부커재단 공식 발표에 따르면 '고래'는 "한국이 전근대 사회에서 탈근대 사회로 급속하게 전환하는 과정에서 겪은 변화를 조명한 풍자적 소설"이라는 평가 속에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지난해 정보라의 '저주토끼'에 이어 다시 한번 한국소설이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르는 쾌거다. '저주토끼'가 2017년에 국내 출간된 후 5년 만에 해외 문학상의 주목을 받았다면 '고래'의 경우는 출간 19년 만이다.

천 작가는 뉴시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고래'를 빼놓고는 작가 커리어를 얘기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나의 대표작이긴 하지만 이렇게 뒤늦게 책이 해외 출간되고 (부커상 최종후보에도 오르니) 재밌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고래'는 2004년 출간된 소설로 산골 소녀에서 소도시의 기업가로 성공하는 금복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갖가지 인물의 천태만상이 펼쳐지는 이야기다. 문학동네 소설상 수상작이자 천 작가의 등단작이기도 한 소설은 당시 10만부가 넘게 팔리며 베스트셀러에도 올랐다.

[서울=뉴시스] '고래' 영문판 표지(사진=부커상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고래' 영문판 표지(사진=부커상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뒤늦게 찾아온 세계적인 관심에 천 작가는 공로를 영문판 번역을 맡은 김지영 번역가에게 돌렸다. 실제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은 작가와 번역가 모두에게 수상한다. 그는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의 경우 번역도 큰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김지영 씨에게 정말 감사하다"며 "문학상인 동시에 번역상도 겸하는 만큼 번역의 역할이 컸다"고 전했다.

출판계에 따르면 '고래'의 영문판 출간은 천 작가가 우연한 기회로 알게 된 해외 에이전시와 해외 판권 계약을 맺으며 시작됐다. 김지영 번역가의 노력으로 펴낸 영문판은 올해 1월 마침내 해외 독자들을 만났다.

천 작가와 함께 후보에 오른 김지영 번역가는 부커상 심사위원회와의 인터뷰에서 "'고래'를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10개월간 번역했다"며 "번역하며 어린 시절 여러 설화와 이야기를 들려주셨던 할머니가 생각났다"고 밝혔다.

사실 천 작가는 최근 들어 영화계에서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영화 '총잡이'(1995), '북경반점'(1999) 등의 각본을 쓰며 소설가 이전에 영화인으로 시작한 그는 지난해 영화 '뜨거운 피'로 감독 데뷔를 하기도 했다. 소설은 2016년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이후 그간 신간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다.

"물론 소설도 써야죠."

그는 "연재하다가 중단한 것도 있고 출판사와 계약을 한 것도 있기 때문에 소설을 앞으로도 써야 한다"며 향후 출간 계획을 밝혔다. 이어 "책을 낸 지 벌써 7년 가까이 됐는데 그동안 이를 의식하고 있지 않았다"며 "이번 최종후보 선정을 계기로 이를 돌아보게 된다"며 집필 의지를 다졌다.

끝으로 그는 오랜 기간 책을 사랑해 준 독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천 작가는 "이번 일을 보면서 그동안 이 책을 읽고 이곳저곳에 소개해 주고 알려주던 독자들이 먼저 떠올랐다"며 "그분들의 지지 덕분에 이런 일도 일어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종 후보에는 '고래'와 함께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마리즈 콩데의 '더 가스펠 어코딩 투 더 뉴 월드'(The Gospel According to the New World), 코트디부아르 작가 가우즈의 ‘스탠딩 헤비’(Standing Heavy), 불가리아의 작가이자 시인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의 ‘타임 셸터’(Time Shelter) 등 6개 작품이 뽑혔다. 최종 수상작 오는 5월23일 런던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발표된다.

부커상은 2019년까지 맨부커상으로 불렸던 문학상으로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인터내셔널 부문은 비영어권 작가들의 영어 번역 작품을 대상으로 수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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