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돈 푸는덴 쿵짝…재정준칙은 30개월째 표류

기사등록 2023/04/15 06:00:00

최종수정 2023/04/15 06:54:31

2월까지 세수 15조7000억원 '뚝'…최대 감소폭

정치권 예타 기준 금액 완화…'표퓰리즘' 논란

재정준칙 30개월째 표류…秋 "여론 기적 필요"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023.03.29.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023.03.29.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연초부터 세수가 급격히 쪼그라들면서 나라 곳간이 비어가고 있다. 이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총선용 돈 풀기' 입법에만 속도를 내고 재정 자물쇠 역할을 하는 '재정준칙' 논의는 외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기획재정부의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해 2월까지 걷힌 국세수입은 54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5조7000억원 줄며 역대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세수 진도율 또한 13.5%로 2006년(13.5%) 이후 1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나타났다.

주요 세목별로 보면 주세를 제외하고 모두 감소했다. 경기 둔화에 따른 부동산·자산 시장 위축으로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가 급감한 데다가 법인세, 부가가치세까지 줄어든 영향이다. 여기에 정부의 유류세 인하 정책으로 교통세마저 감소세를 이어갔다.

연초부터 세수 상황이 빠듯한 흐름을 보이면서 일찌감치 세수 결손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해 걷어야 할 세금이 400조5000억원으로 작년(395조9000억원·결산 기준)보다 늘었는데 2월까지 들어온 세금은 전년 대비 16조원 가까이 줄면서다. 1월에는 전년보다 6조8000억원 덜 들어온 데 이어 2월에는 누적 감소폭이 확대됐다.

이와 관련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나 "당초 정부가 세입 예산으로 잡았던 것보다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며 "상반기까지는 여전히 세수가 부진한 모습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뉴시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2월 걷힌 국세수입은 54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5조7000억원 감소했다. 이는 역대 최대 감소 폭이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2월 걷힌 국세수입은 54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5조7000억원 감소했다. 이는 역대 최대 감소 폭이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들어오는 돈이 줄어들면서 나라 살림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1~2월 관리재정수지는 30조9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적자폭이 10조9000억원 확대됐다. 지난 달 흑자로 출발했지만 한 달 만에 적자로 돌아선 셈이다.

기재부가 내놓은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 전망치(58조2000억원)의 절반을 두 달 만에 넘어섰다. 관리재정수지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해 정부의 실제 살림살이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꼽힌다.

'세수 절벽'에 나라 살림마저 비상등이 켜졌는데 정치권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퓰리즘' 입법에만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2일 경제재정소위를 열고 사회간접자본(SOC)과 국가 연구개발(R&D) 사업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대상 기준 금액을 '총사업비 500억원·국비 지원 300억원 이상'에서 총사업비 1000억원·국비 지원 500억원' 이상으로 완화하는 국가재정법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예타 적용 대상 기준이 바뀐 건 예타 제도가 시행된 1999년 이후 24년 만이다.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바뀐 예타 기준은 내년도 예산안부터 반영된다. 총선 전 여야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수백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SOC 사업이 내년부터 남발될 수 있다는 우려다.

반면 '재정의 최소한 안전장치'인 재정준칙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정부가 2020년 10월 재정준칙 법제화를 발표한 후 30개월 동안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에서 추진 중인 재정준칙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고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으면 적자 한도 비율을 2%로 축소하는 내용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재정준칙을 도입해 시행 중인 국가는 106개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에서는 한국과 튀르키예를 제외한 36개국이 이미 재정준칙을 도입했다.


재정준칙 도입이 늦어지는 사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빠르게 불어났다. 지난해 국가채무는 1067조7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넘어섰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9.6%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짊어져야 할 나랏빚도 2076만원으로 처음 2000만원을 돌파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월 정기국회에서 재정준칙을 법제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야 논의가 더디게 진행되자 일각에서는 정치권에서 재정준치 도입 취지는 공감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법제화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추경호 부총리는 지난 11일 미국 뉴욕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전 세계 106개국이 있는 재정준칙이 한국에 없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경제는 한결같이 어렵고 비상하고 절체절명 위기고 참담한데, 이럴 때마다 정치는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하고 싶어 하는 유혹이 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정을 제어하는 장치가 필요해 재정준칙을 법제화하자는 건데 국회에서 계속 표류시키고 결론을 못 내면 어떻게 하느냐"며 "여론의 기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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