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주석의 국빈방문 첫날인 20일 크렘린에서 시 주석과 비공식 단독 대좌로 4시간 반 동안 대화했다고 21일 CNN이 러시아 관영 리아 노보스티 통신을 인용해 전했다.
시진핑 주석은 전날 20일 오후1시(한국시간 오후7시) 직전 모스크바에 도착했으며 3시간 여 지난 오후4시반에 크렘린을 예방했다. 두 정상은 비공개 단독 대화에 앞서 62초 정도 취재진 공개 대화를 나눴다.
푸틴은 2000년에 대통령직에 올랐으며 시진핑은 2012년 10월 주석직을 차지한 뒤 같은 무렵 총리직에서 회심의 3선 째 대통령직으로 자리를 바꾼 푸틴과 정상으로 만나기 시작해 이번 국빈방문이 그 40번 째가 된다.
러시아 관영 언론대로라면 두 정상은 밤 9시까지 통역자 두사람 배석한 채 밀도있고 기탄없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짐작된다. 최근의 유명한 통역자만의 정상간 대화로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간의 첫 정상회담이 좋은 예다.
트럼프는 취임 5개월 만인 2017년 5월 나토 및 G7 정상회의 참석차 유럽에 와서 독일 등 기존 동맹들을 윽박지른 뒤 6월 중순 스위스에서 '아주 존경해 마지않는다'는 푸틴과 단독으로 만났다. 이어 가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가 너무 푸틴에게 공손하고 주도권을 양보해 단독 대좌서 무슨 말이 오갔는지 궁금증이 폭주했다.
중국 시 주석은 방문 이틀째인 21일 오전 11시(한국시간 오후5시) 지나 모스크바 종합정부청사를 방문해 미하일 미스슈틴 러시아 총리의 환영을 받고 여러 중대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오후 3시께 크렘린의 '다각면 보석의 방'에서 다시 만나 양국 주요 인사들이 배석한 가운데 공식 정상회담을 갖는다. 러시아보다 국내총생산이 10배나 많은 중국이 러시아에 각종 프로젝트 참여의 계약 문서에 서명할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배석자 회담에 앞서 다시 단독 대좌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이어 공동 기자회견이 있고 환영 만찬이 계획되어 있다. 기자회견에서 누가 주도권을 쥐고 누가 더 상대에게 공손하는지는 현재 러시아와 중국이 처한 상황을 보면 금방 답이 나오지만 그 움직임의 디테일에서 외교적일 답변이 담지 못하는 장시간 대화의 갑·을 지위 정도를 짐작해 볼 수도 있다.
전날 시진핑 주석이 크렘린에 와 푸틴 대통령과 만날 때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중국에 세계 어떤 정상이 찾아오더라도 인민대회당 첫 회동에서 시 주석은 바위처럼 서 있고 외국 정상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시의 손을 잡은 장면이 중국 방송은 물론 세계 방송에 나온다.
전날 공항에 영접 나가지 않았던 푸틴은 크렘린 조우에서 입장하는 시진핑을 보고도 서서 시 주석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듯했지만 마지막 몇 초를 참지 못하고 시진핑에 다가갔다. 가만히 서있는 주인을 향해 방문객 손님으로서 걸어간 시 주석이지만 그의 발걸음은 중국을 찾은 많은 정상들이 노정하곤 하는 그런 '잰 종종 걸음'이 아니라 느리고 묵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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