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유통人] "판사서 '흑자 쿠팡' 스타CEO로 변신" 강한승 대표

기사등록 2023/03/04 20:33:33

김앤장 변호사로 쿠팡 자문하다 2020년 대표로 직접 경영 참여

"기업 혁신 주력"…'美증시 상장' 이어 '2개 분기 흑자' 잇단 성과

강한승 대표(사진=쿠팡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강한승 대표(사진=쿠팡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2023년 대한민국 유통 시장 지각 변동이 시작된다. 2020년부터 코로나19 확산 2년간 비대면(언택트) 소비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급증하며 유통 채널 중심 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갔지만, 국내 이커머스 가운데 흑자를 내며 '제대로 수익을 내는 기업'은 찾기 어려웠다.

지속적으로 덩치를 키운 온라인 유통 기업들은 전통의 오프라인 유통 강자(롯데·신세계그룹)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엔 성장성과 수익성이 비례하지 않아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나왔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쿠팡은 지난해 26조원의 연간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린데다, 지난해 3~4분기 2개 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하면서다.

공격적 투자로 인한 '계획된 장기 적자' 끝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만큼, 업계에선 쿠팡의 '지속 가능성'에 주목한다. 한국 유통 시장을 놓고 '이마트-쿠팡-롯데쇼핑' 빅3의 경쟁이 본격화한 올해, 쿠팡이 연간 흑자를 낼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강한승(54) 쿠팡 대표이사 사장은 쿠팡의 국내 사업을 총괄하며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이 글로벌 경영 확장에 나서며 미래 신사업의 전략적 방향성을 제시하고, 강한승 쿠팡 대표는 국내 법인 전문경영인으로서 각자의 자리에서 호흡을 맞춰왔다.

강 대표는 '판사 출신 혁신 기업 CEO(최고경영자)'로, 유통 업계 수장 중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로 꼽힌다.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제33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7년부터 16년간 판사로 활동한 강 대표는 2020년 11월 쿠팡에 대표이사로 합류하기 전까지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7년간 변호사로 일했다.

쿠팡과의 인연은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쿠팡 등 기술 혁신 기업 관련 법률 자문을 맡았던 게 계기가 됐다. 김범석 의장 등의 '삼고초려'에 아예 전문경영인으로 경영에 직접 참여하며 '전직'한 것이다.

강 대표는 쿠팡에 합류할 당시 "변호사로서 쿠팡과 함께 일하며 고객 경험을 최고로 향상 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하는 쿠팡의 '기업 정신'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며 "그간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와 적극 소통하면서 쿠팡이 고객과 한국 사회에 더 기여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트렌디하고 변화가 빠른 유통 업계와 보수적인 법조계 출신 인사의 만남은 다소 의외로 받아 들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강 대표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합리적이고 원칙적으로 사업을 주도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취임 후 첫 성과로 2021년 3월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성공적으로 이끈 데 이어 2년 만에 2개 분기 흑자를 달성하며 뚜렷한 수익성 개선을 이뤄냈다.
대구 첨단물류센터 무인 운반 로봇(AGV) (제공 = 쿠팡) 2023.02.07. *재판매 및 DB 금지
대구 첨단물류센터 무인 운반 로봇(AGV) (제공 = 쿠팡) 2023.02.07. *재판매 및 DB 금지
쿠팡은 지난해 수익성과 성장성을 모두 챙기며 대세 상승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4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 성장한 26조5917억원(205억8261만 달러·연 환율 1291.95원), 같은 기간 영업적자 규모는 1447억원(1억1201만달러)으로, 전년(1조7097억원)과 비교해 10분의 1 이하로 줄었다.

2010년 소셜커머스로 사업을 시작한 쿠팡은 2014년 직매입 모델인 로켓배송을 시작해 대규모 공격적 투자를 단행했고, 적자 규모도 수조원으로 불어났다. 끊임 없이 위기설이 나왔지만,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준 높은 고객 경험을 만들어낼 때까지 공격적이고 계획적인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쿠팡은 지난 수년간 수조원 이상을 투자해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개 이상 물류 센터와 배송 캠프를 구축해 '쿠세권'(쿠팡 로켓배송이 가능한 지역)을 확고히 했다. 또 서비스·가격·상품군 등 3가지 요인을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 최상의 고객 경험 구축과 운영 효율 극대화에 집중해 왔다.

그 결과 쿠팡의 활성고객(제품을 한 번이라고 산 고객)과 1인당 고객 매출은 계속 오름세다. 지난해 활성 고객수는 1811만5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했고, 고객 매출은 4% 증가한 40만원(294달러)을 기록했다. 쿠팡의 와우 멤버십 유료 회원 수도 전년도 900만명에서 200만명 증가한 1100만명으로 집계돼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섰다.

아울러 신사업인 쿠팡이츠·쿠팡페이·쿠팡플레이·해외사업에 대한 투자도 지속한다. 쿠팡에 따르면 신사업 매출은 8113억원(6억2802만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성장했다.
쿠팡이 7일 대구 물류센터에 주한 미국대사 및 한국 정부 인사를 초청하고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한 쿠팡의 기여 성과를 다시 한번 인정받았다. 사진 왼쪽부터 이종화 대구시 경제부시장, 해롤드 로저스 쿠팡 법률고문 겸 최고행정책임자,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 엄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 순.(사진 = 쿠팡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쿠팡이 7일 대구 물류센터에 주한 미국대사 및 한국 정부 인사를 초청하고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한 쿠팡의 기여 성과를 다시 한번 인정받았다. 사진 왼쪽부터 이종화 대구시 경제부시장, 해롤드 로저스 쿠팡 법률고문 겸 최고행정책임자,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 엄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 순.(사진 = 쿠팡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해 26조원의 연매출을 올려 국내 이커머스 최강자로 우뚝 선 쿠팡이지만, 오프라인 중심의 국내 전체 유통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아직 한 자릿수대에 불과하다. 때문에 아직도 쿠팡의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이 높다는 게 강 대표 등 경영진의 설명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이나 여행,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을 제외한 국내 유통 시장 규모는 401조원이다.

이 가운데 점유율 1위는 신세계그룹(13.4%)이고, 쿠팡(9.8%)은 그 뒤를 이었다. 롯데그룹은 이보다 낮은 7.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쿠팡은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를 위해 와우 멤버십에 가입하지 않은 2000만 명 이상의 온라인 구매 고객에 주목한다.

올해 이들을 겨냥해 더욱 차별화한 서비스와 가격을 제공하기 위해 ▲자동화 기술 기반의 풀필먼트 투자(smart), ▲배송 효율 증대(speed), ▲제품 확대와 고객 멤버십 강화(selection) 등 '3S' 전략을 강화할 방침이다.

우선 '쿠세권'에 점진적으로 자동화 물류 인프라를 확대해 배송 효율을 높이고, 소비자 접점을 높이는 쿠세권을 더욱 넓혀나갈 계획이다.

쿠팡은 2020~2021년 자동화 물류에 1조2500억원을 투자했고, 내년까지 광주·대전 등에 추가 물류센터를 준공할 예정이다.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락인(Lock-in) 효과'를 지속하기 위해 OTT인 '쿠팡플레이', 배달 주문 플랫폼 '쿠팡이츠', 핀테크 '쿠팡페이' 등 신사업을 확장하며 소비자 생활 구석구석을 파고든다는 방침이다.

현재 쿠팡은 월 4990원에 무제한 무료 로켓배송, 로켓프레시(신선식품 새벽배송)를 포함해 다양한 신사업 서비스 등 10가지가 넘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쿠팡에 따르면 현재 로켓배송 상품은 수백만 개에 달하지만, 상품군 확대는 여전히 초기 단계다.

쿠팡 관계자는 "20개가 넘는 카테고리 중 9개 이상에 대한 구매 이력이 있는 활성 고객은 현재 20% 수준인데 이들의 구매 금액은 평균 고객보다 2.5배 많다"며 "그런 만큼 로켓배송 서비스에 더욱 폭 넓은 상품군을 제공한다면 카테고리 내 및 전반에 대한 고객 참여는 더욱 가속화 할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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