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소선거구제 여러 문제점 지적있어"
"선거구제 장·단점 숙지한 후 의견 정할 것"
이재명 "비례대표 강화가 맞다…의견수렴"
박홍근 "정치발전 도움되는지 놓고 개편"
[서울=뉴시스] 정성원 한은진 임종명 이승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를 언급한 것을 놓고 여야는 당내 논의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여당은 공감한다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윤 대통령의 의도를 잘 모르겠다며 경계하는 눈치다.
국민의힘 소속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위원들은 4일 선거구제 개편 방안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은 끝에 가급적 한 지역구당 2명 이상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방향성에 대체로 공감했다.
다만, 이해당사자인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사정에 따라 선거구제에 대한 입장이 제각각인 만큼 의견을 모으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내달까지 개정안을 제출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자당 정개특위 위원들과 긴급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각 선거제도의 장·단점에 관한 의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 주재로 열린 이날 긴급회의에서는 선거구제 개편과 관련해 중점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다른 선거법 쟁점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진다.
주 원내대표는 "전반적으로 소선거구제가 여러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됐다"며 "가장 큰 문제는 거대양당의 진영 대결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는 점, 득표에 따라 의석수를 가지지 못해 민의를 왜곡하는 점이 지적됐다"고 전했다.
주 원내대표는 중대선거구제 논의 방향에 대해선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있어서 장·단점을 충분히 숙지한 다음 최종적으로 정개특위 위원들의 의견을 정하자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중대선거구제가 득표에 따른 의석수를 보장하고 양당정치 폐단보다는 다당제를 지향해서 가급적 중대선거구제로 옮겨갈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해보자는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 원내대표는 "워낙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지역구 사정에 따라 입장이 달라서 의견이 모으는 게 대단히 어렵겠구나 하는 느낌을 가졌다"며 향후 논의에 난항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정개특위 여당 간사인 이양수 의원도 "각 당내 의원들의 입장이 부딪히는 부분이 많아 결론을 도출하기 쉽지 않다"며 "예를 들어 더불어민주당도 부산 지역 의원은 빠르게 됐으면 하는 생각이 있을 것이고, 호남 농촌 지역 의원들의 경우 지역 주민들이 쉽게 동의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수도권 대도시 지역은 국회의원들이 정치하는 사람으로 딱 자리매김이 돼 중대선거구제를 해도 좋다는 입장이지만 농촌 같은 곳은 지역구 3~4개에 국회의원이 1명인데, 지역구가 8개, 10개로 늘어날 경우 지역소멸지수가 높아서 위기감이 있는 상황인데 지역을 직접 챙기는 국회의원까지 없어지는 것에 대한 반감이 있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주 원내대표는 일단 정개특위 위원들을 비롯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초안을 만든 뒤 정책의원총회를 열어 전체 의원들의 총의를 반영한 선거법 개정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법정 기한인 오는 4월 초까지 선거법 개정을 마무리하겠다는 김진표 국회의장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김 의장은 다음 달까지 각 당에서 개정안을 제출하면 국회의원 전원(299명)이 참여하는 전원위원회에 회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김 의장의 요청대로 다음 달 중 개정안을 제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인 논의는 다음 달에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주 원내대표는 "법상으로는 4월까지 하도록 돼 있다. 그것이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았다. 심지어 21대 때는 공천 발표 이후 선거 결과가 바뀌기도 했다"며 "선거구제도가 일찍 확정돼 가급적 빨리하는 게 좋다고 보지만, 국민의힘은 언제까지 반드시 해야 한다고 시간을 설정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김 의장도 그렇고 정개특위 위원들도 마음은 급하지만 현실적으로 여론 수렴과정, 전문가 의견 청취가 병행돼야 한다"며 "다음 달까지 결론이 나오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이 의원은 "1월에도 여론과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는 시간이 있을 것이다. 본격 논의는 2월 중 되지 않을까 싶다"며 "오는 11일 또는 12일에 정개특위 일정에 대해 전체적으로 의논할 생각이다. 소위원회 일정은 각 소위원장과 위원들이 의논해 별도로 잡을 것이다. 아마 다음 주나 다다음 주에 소위를 1회 정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중대선거구제를 오는 2024년 총선이 아닌 차차기 총선부터 시행하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했다. 정개특위 소속 한 의원은 "다음 총선에 반영한다면 이해관계 조정이나 의원·유권자 의견을 다 조정하기 어려워 도입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차차기 도입은) 유권자들과 의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용이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중대선거구제 개편'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나타내며 당내 의견 수렴을 통해 공식 입장을 정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재명 대표는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진행한 질의응답에서 관련 질문에 "지금은 당내 의견 수렴 과정이라 개인적 의견이라도 쉽게 말하는 건 적절치 않을 것 같다"고 답변을 아꼈다.
이 대표는 '중대선거구제에 대해 과거에는 힘을 싣는입장이었는데 현재는 신중론으로 돌아선 것 아닌가'라는 지적에 "입장이 바뀌었다? 잘 모르겠다. 다당의, 제3선택이 가능한 정치시스템이 바람직하다는 말씀드렸고, 그 방식이 중대선거구제여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전 비례대표를 강화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전에 저희가 정치개혁, 정치교체를 말할 때도 비례대표 강화로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를 언급한 데 대한 입장을 전했다.
박 원내대표는 "여당과 사전에 협의된 것이 아니고 즉흥적인 제안인 것으로 알고 있다. 선거제도는 대통령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결국 선거제도마다 장단점이 있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중대선거구제를 주장하는 의원들이 있긴 하지만 이는 자칫 소위 중진 의원들의 기득권을 고착화하는, 신인 정치인들이 들어오기 어려운 구조라는 그런 단점도 있다"며 "민주당도 국민의 요구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어떤 것이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를 놓고 선거제도 개편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수도권 등 일부 지역에만 '부분적 중대선거구제'에 대해선 "철저하게 계산된 이야기인데, 선거 제도를 정치적 유불리로 접근해서야 되겠느냐"며 "셈법에 따라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선거제도를 설계하겠다고 하면 국민적 호응을 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반대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남인순 민주당 의원은 조만간 정개특위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가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남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정개특위 일정은 여야 간사들이 합의하고 있다"며 "정치관계법소위는 다음 주에 조만간 열리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회의를 열어 법안들을 회부할 것인데 연동형 비례대표제와는 상관이 없지만 예를 들면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하는 안이 올라오면 그런 것도 회부될 수 있다"며 "1월에는 전체회의가 한번 열리고, 1소위·2소위도 다 열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남 의원은 윤 대통령이 조선일보 단독 신년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을 언급한 것이 향후 정개특위 논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국회의장도 (비슷한) 말을 했는데 국가를 걱정하는 지도자들이니 대한민국에 닥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개혁이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하는 비슷한 생각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윤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를 언급하면서 지역 특성에 따라 한 선거구에서 2~4명을 선출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서는 "충분히 검토하고 한 얘기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짚었다.
남 의원은 "2인에서 4인 정도까지 뽑는 것을 중선거구제라고 얘기하고, 4인에서 9인 정도까지를 뽑으면 대선거구제라고 한다"며 "중대선거구는 2인에서 5인까지 섞여 있는 것을 얘기하는데 2인, 3인, 4인을 얘기했기 때문에 이게 정확하게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또 "중선거구의 경우 많은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이 그간 일본에서도 하다가 그만뒀고 우리나라도 중간에 그만둔 적이 있다"며 "다양한 군소정당이 들어오기에는 애매한 숫자"라고 부연했다.
한 선거구에서 너무 적은 인원을 뽑게 되면 거대 양당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남 의원은 "그간 인구 기준으로 선거구를 개편하다 보니 (농촌의 경우) 선거구가 적어질 수 있다"며 "그래서 (농촌은) 소선거구로 하고 도시지역을 생활권역으로 해서 선거구를 하자는 의견이 있기 때문에 그게 말하자면 도농복합선거구의 개념일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런 부분들이 있어서 2인, 3인, 4인이라고 하는 발언의 정확한 진의가 파악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